작가 보우데이윈 뷔흐(Boudewijn Büch)는 "섬은 거니는 곳이 아니라 그리워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두꺼운 신간 『바덴해의 61개 섬』을 읽으며 이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실감 났다. 집에 갇혀 여행할 수 없는 지금이라도, 이 책 속에서는 마음껏 떠날 수 있으니까. 해변과 새, 사구 사진을 감상하며 몽환 속으로 빠져드는 동시에 역사, 생물학, 수리공학에 대한 지식까지 쌓을 수 있다.
10년간의 대탐험
네덜란드 사람들이 바덴 제도(Wadden Islands) 하면 떠올리는 곳은 주로 텍셀(Texel), 플리엘란트(Vlieland), 테르셸링(Terschelling), 아멜란트(Ameland), 스키르모니코흐(Schiermonnikoog)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섬이 있다. 흐로닝언 출신 에버트 얀 프린스(Evert Jan Prins)는 무려 61개 섬 전부를 방문했다. 텍셀 근처의 평평한 간석지 '라젠데 볼(Razende Bol)'부터 최고 높이 14미터의 사구를 가진 덴마크의 무인도 랑글리(Langli)까지. 이 작업에 그는 10년을 들였고, 그래서 이 책은 마치 하나의 대탐험기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흥미롭게도 프린스는 과학자도 작가도 아닌 치과의사다. 하지만 바덴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결코 밋밋하지 않다. 프린스는 각 섬마다 역사와 주민, 조류,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그곳에 도달했는지를 상세히 기록한다.
금지된 섬에 불법 상륙하다
섬에 도착하는 일이 늘 쉬운 것은 아니다. 스키르모니코흐라면 배로 갈 수 있다. 하지만 물개들이 주로 일광욕을 하는 간석지 리헬(Richel)에는 어떻게 가야 할까? 독일의 무인도 멤메르트(Memmert)는? 친분 있는 선장들의 도움을 받거나 갯벌을 걸어서라도, 프린스는 결국 61개 섬 모두에 도달하는 데 성공한다. 이것이 대단한 이유는, 그중 상당수가 엄격히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향유고래 섬', 공식 명칭 카헬로플라트(Kachelotplate, 프랑스어 cachalot, 즉 향유고래에서 유래)를 보자. 보호종이 서식하기 때문에 항공기로 상공을 지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프린스는 작은 배로 몰래 접근해 잠시 불법으로 섬을 돌아본다. 이곳은 물개와 회색물개의 산육지이며 수만 마리 새들의 휴식처이다. 프린스는 투구 모양의 불규칙한 사구들과 수백만 개의 조개껍데기를 목격한다. 독자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의 어깨 너머를 들여다보게 된다. 스스로는 절대 방문할 수 없는 곳들이지만, 이 책 덕분에 조금은 다녀온 기분이 드는 것이다.
닮았지만 저마다의 개성
책 속 많은 섬들이 비슷하게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어디서나 사구와 풀, 같은 종류의 새들, 그리고 물개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바덴 제도는 서로 많은 것을 공유한다. 하지만 눈에 띄는 차이점도 적지 않다. 특히 섬들이 형성된 방식에서 그렇다.
독일의 노르더니(Norderney)에는 고층 건물과 산책하는 해수욕객, 심지어 극장까지 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곳이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는 인근 발트룸(Baltrum)이다. 차는커녕 자전거조차 없다. 걷거나 말을 타고 이동할 수 있을 뿐이다. 번잡함은 없고 오직 완전한 평화만이 있다. 또 다른 섬들은 엔지니어들이 방어 시설로 설계하기도 했는데, 랑글루티엔(Langlutjen)이 그 예다. 해자로 둘러싸인 큰 건물이 있었고, 백 명의 병사가 머물 수 있었다. 지금은 낙서로 뒤덮여 있다. 섬들은 비슷해 보이지만 저마다 고유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며, 프린스는 이를 능숙하게 짚어낸다.
바다에 삼켜지는 섬들
아마 가장 흥미로운 점은 섬들이 결코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변한다. 예컨대 발트룸은 약 5킬로미터 동쪽으로 이동했다. 시몬스잔트(Simonszand)는 천천히 사라지며 바다에게 잡아먹히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섬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연구하지만, 통제력은 거의 없다. 날씨와 해류의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놀랍도록 복잡한 문제다. 그동안 주민들은 필사적으로 섬을 바다와 모래로부터 지키려 노력한다. 독일의 샤르호른(Scharhörn)이 계속 존재하려면 모래를 끊임없이 보충해야 한다. 노르데로그(Norderoog)에서는 젊은이들이 바다에 맞서 잔가지 둑을 쌓는다. 때로는 엉뚱한 결과도 생긴다. 랑게오그(Langeoog)에서는 모래폭풍으로 파괴된 집들의 잔해가 오히려 육지 확장을 돕는 일도 벌어졌다.
프린스와 함께 떠나는 가상 여행
나는 오랫동안 바덴을 즐겨 찾아왔다. 스키르모니코흐 근교에서 자랐고, 테르셸링처럼 지금도 매년 찾는다. 휴가를 떠날 때면 국내든 해외든 항상 섬을 찾는다. 그래서 이 책을 단숨에 탐독했다. 바덴에 남다른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것이 가득하다. 하지만 나만큼 섬에 열광하지 않는 독자에게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다. 프린스는 재능 있는 이야기꾼이며, 여러 학문 분야를 자연스럽게 엮어낸다. 책에는 재미있는 일화도 가득하다. 노르더니를 즐겨 찾던 독일 작가 하인리히 하이네가 여인들에게서 생선 냄새가 난다고 불평했다는 이야기 등이 그렇다.
누구에게나 프린스와 함께하는 여행을 권하고 싶다. 집에 머물러야 하는 지금, 황홀한 섬들과 간석지로 마음을 실어 보내보자. 훌륭하게 쓰인 글과 아름다운 사진을 만끽하라. "솔직히 다 읽고 나니 아쉽다"고 프린스는 후기에 적었다. 나도 책을 덮으며 같은 마음이 들었다. 이 책 덕분에 벌써 휴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날씨만 허락한다면 조용한 발트룸에 가고 싶다. 차량 소음 없이, 오직 사구와 새, 모래와 바다만이 있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