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인간의 커다란 두뇌를 만든 단 하나의 유전자 변이

우리 조상의 유전자에 생긴 단 하나의 돌연변이가 인간이 지닌 커다란 두뇌의 비결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한 번의 변화로 대뇌피질이 두 배로 커졌고, 그 결과 고등영장류는 인간으로 진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유전자 변이는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등 초기 인류에게서만 발견된다.

약 500만 년 전의 갈림길

약 500만 년 전 침팬지와 현생 인류의 조상이 유전적으로 갈라졌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독일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결정적인 돌연변이는 그로부터 약 100만 년 뒤에야 일어났다고 한다. 바로 대뇌피질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늘린 ARHGAP11B 유전자에서 말이다. 뇌 발달과 관련된 이 유전자의 한 곳에서 염기 'C'가 'G'로 바뀐 것이다.

침팬지나 보노보였을까?

만약 이 돌연변이 없었다면 인간은 여전히 침팬지나 보노보 같은 존재였을까? "그건 너무 과한 표현입니다"라고 연구진 중 한 명인 빌란트 후트너(Wieland Huttner) 박사는 말했다. "이 돌연변이 없었다면 인간 진화가 어떻게 흘러갔을지 우리도 알 수 없습니다. 아직까지 실험은 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을 뿐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태아가 성장하는 동안 뇌 발달에는 수천 개의 유전자가 관여한다. 물론 이는 쥐나 인간 모두 마찬가지이며, 많은 면에서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발달 과정은 서로 평행하다. 그동안 뇌 연구자들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유전적 차이를 규명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뇌피질의 성장

인간 특유의 유전자인 ARHGAP11B가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포유류 배아에서 대뇌피질(대뇌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주름진 층)이 성장할 때, 뇌세포는 전구세포인 기저 전구세포(BP 세포)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ARHGAP11B는 BP 세포를 훨씬 더 많이 만들어내며, 그 결과 피질의 한 층인 뇌실막하대(subventricular zone) 전체가 두 배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대뇌피질은 두 배 두껍고 더 풍부한 뇌세포를 갖게 된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소속 마르타 플로리오(Marta Florio)와 동료들은 이미 지난해 이 사실을 발견했지만, 이번에는 그 작용 원리를 DNA 수준까지 규명해냈다. 인간의 이 유전자는 효모 같은 단세포 생물을 포함한 많은 동물 종에 존재하는 고대 유전자 ARHGAP11A에서 유래한 것이다.

유전자 복제와 단 하나의 변화

인간형 유전자는 기존 유전자가 거의 복제된 형태다. 유전자 복제는 세포분열 과정에서 유전자가 읽히고 복사될 때 드물게 일어날 수 있으며, 알려진 사례도 몇몇 있다. 이러한 복제는 인류의 조상이 진화적으로 침팬지와 갈라질 무렵에 이미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복제만으로는 대뇌피질의 뇌실막하대가 두 배로 늘어나지 않는다. 연구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ARHGAP11B의 한 부위에서 원래 유전자와 달리 염기 'C'(시토신)가 'G'(구아닌)로 치환되어 있었다. 그 결과 유전자의 상당 부분이 더 이상 읽히지 않게 되었고, 특정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단백질은 BP 세포의 분열을 억제하기 때문에, C-G 치환은 오히려 세포 분열을 촉진하는 효과를 낳는다.

약 400만 년 전 우리 두뇌의 폭발적인 성장을 촉발한 것이 바로 이 돌연변이일 수 있다. 만약 두뇌에 이런 터보 부스트를 장착하는 일이 정말 그렇게 간단하다면, 왜 인류의 조상에게만 일어났을까? 후트너 박사는 "다른 동물 종에는 이렇게 '복제된' 유전자 자체가 없기 때문에 그런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화석 DNA가 밝혀낸 진실

이 유전자 변이가 수백만 년 전의 것이라면, 알려진 모든 호미니드가 갈라져 나온 초기 인류 조상에게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호모 사피엔스의 '사촌들' 여럿의 화석 DNA가 보존되어 판독되었고, 그 염기 서열은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 공개되어 있다. 덕분에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역시 인간형 유전자 변이 ARHGAP11B를 지니고 있음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DNA가 판독된 모든 현생 인류에게서도 ARHGAP11A가 아니라 ARHGAP11B가 발견된다.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 같은 최신 유전자 가공 기술을 활용하면 외래 유전자를 생물체에 매우 효율적으로 삽입할 수 있다. 후트너 박사는 "바로 지금 실험실에서 그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ARHGAP11B 유전자가 작동하는 쥐를 분석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쥐들에게 실제로 더 발달한 뇌와 더 높은 지능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그 결과는 학술 논문으로 발표하겠다"며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