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안토니 반 레이우엔훅의 현미경 렌즈 비밀, 중성자 스캔으로 밝혀지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상인이자 과학자 안토니 반 레이우엔훅(Antoni van Leeuwenhoek)은 당시 경쟁자들의 현미경보다 수 배나 뛰어난 성능을 지닌 현미경을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는 최대 270배까지 확대할 수 있는 렌즈를 제작했는데, 어떻게 그런 품질의 렌즈를 만들었는지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델프트 원자로 연구소(Reactor Institute Delft)에서 강력한 중성자 빔을 이용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그가 '연마' 기술을 통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품질을 달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두 손가락 사이에 끼운 황동 장치

두 손가락으로 집어 드는 작은 황동 장치는 현대의 현미경과는 전혀 닮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반 레이우엔훅은 17세기에 이러한 장치를 500개 이상 제작했고, 놀랍도록 우수한 광학 성능 덕분에 여러 발견을 이루어냈습니다. 그는 적혈구, 움직이는 정자, 다양한 생체 조직 속 구조물을 최초로 관찰한 인물입니다. 반 레이우엔훅의 현미경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고, 그를 세계적인 명사로 만들었습니다.

수수께끼의 렌즈 제작법

반 레이우엔훅이 몇 밀리미터 크기의 아주 작은 렌즈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지금까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유리 조각을 갈아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방법이지만, 그의 구체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그는 유리를 불어서 만들었다고 언급한 적도 있지만, 이것이 사실인지는 의문입니다. 오히려 경쟁 현미경 제작자들을 혼란시키기 위한 허풍이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네 개의 반 레이우엔훅 현미경을 소장하고 있는 라위크스뮤제움 보르하베(Rijksmuseum Boerhaave)와 델프트 원자로 연구소의 연구진은 이제 렌즈의 정확한 형태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냈습니다. 연구팀은 원자로에서 나오는 강력한 중성자 빔으로 두 대의 현미경을 스캔하여, 렌즈를 고정하고 있는 금속판을 투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반 레이우엔훅의 렌즈와 현미경 제작 방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희귀한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철저한 비밀주의

반 레이우엔훅의 발견들은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그 자신은 늘 자신의 장치에 대해 극도로 비밀스러워했습니다. 아마도 경쟁이 두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반 레이우엔훅의 기술에 관한 자료는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라고 라위크스뮤제움 보르하베의 학예사 티멘 코크바이트(Tiemen Cocquyt)는 말합니다. "영국 왕립학회(Royal Society) 등 그의 발견에 대해 서신을 주고받던 곳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반 레이우엔훅은 더 많은 정보를 최대한 자신만이 알고 있으려 했습니다. 방문한 군주들에게조차 현미경을 팔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현미경들이 현재까지 남아 있어, 제작 방식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반 레이우엔훅이 만든 500개가 넘는 현미경 가운데 11개만이 남아 있지만, 렌즈 연구는 쉽지 않습니다. "렌즈는 두 개의 금속판 사이에 끼워져 있고, 외부에서 보이는 부분은 보통 0.5밀리미터를 넘지 않습니다."라고 코크바이트는 설명합니다. "열어보는 것은 불가능하며, 대부분의 스캐닝 기술로는 금속판을 투시할 수 없습니다."

코크바이트는 델프트 원자로 연구소가 원자로의 가장 강력한 중성자 빔으로 유물을 스캔해 달라고 제안했을 때 크게 기뻤습니다. 이미 여러 금속 유물을 검사하는 데 활용된 검증된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원자로 내 우라늄 핵반응에서 생성된 중성자(원자핵에서 발견되는 기본 입자)는 결집되어 시속 수천 킬로미터의 속도로 물체에 발사됩니다.

중성자는 전하를 띠지 않으며, 하전된 양성자나 X선과 달리 금속처럼 밀도가 높은 물질에도 거의 막히지 않습니다. 중성자는 원자핵과 충돌하지 않는 한 물질을 그대로 통과합니다. 충돌하는 순간에는 작은 당구공처럼 방향을 바꾸며 산란되고, 물체 뒤의 검출기가 이를 포착합니다. 산란된 중성자들은 스캔된 물체의 재료와 구조에 대한 정보를 전달합니다. 여러 방향에서 물체를 조사하면 0.05밀리미터 해상도의 정밀한 3차원 영상이 완성됩니다.

연마인가, 유리 불기인가

정밀한 스캔 결과로부터 현미경 내부 렌즈의 형태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뚜렷한 렌즈 형태와 날카로운 가장자리가 확인됩니다."라고 코크바이트는 말합니다. "유리를 불어서 만든 것이라면 이런 형태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유리 불기로는 가장자리 없이 더 볼록한 렌즈가 만들어지기 마련입니다. 저는 직접 유리 공예가들을 찾아가 다양한 기술로 만들어지는 결과물을 살펴보았는데, 이 렌즈가 가장자리까지 일정한 곡률을 유지한다는 점은 연마 작업임을 확실하게 시사합니다."

델프트 대학교는 350년 된 수수께끼가 풀렸다고 대서특필했지만, 여전히 남은 질문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반 레이우엔훅이 렌즈를 어떻게 갈아냈는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어쨌든 그는 이 분야에서 극도로 숙련된 장인이었습니다. "렌즈마다 품질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놀랄 만큼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전통적인 기술로 광학적 한계에 근접하는 성능의 렌즈를 만들어낸 장인이었습니다. 100년 후에도 다른 사람들은 이 품질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라고 코크바이트는 말합니다. "다만 유리를 불어 만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현미경에서는 아니었지만, 그는 훨씬 더 많은 현미경을 만들었으니까요."

방사성 전시품

좋은 결과였지만, 코크바이트는 델프트 원자로 연구소의 제안에 처음에는 망설였다고 말합니다. "역사적 보물을 방사선에 노출시키고, 그 결과 그것 자체가 방사성 물질이 될지도 모른다면 어떨까요?" 그는 말합니다. "물건이 아무리 특별해도 방사성이 되어버리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결국 델프트 원자로 연구소의 연구진들은 현미경이 들어갈 때와 동일한 방사성 수준으로 나온다는 점을 보장해 주었습니다."

원자로에서 나오는 고속 중성자 빔은 물질의 조성에 따라 그 물질 자체를 방사성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중성자가 물질 속 원자핵에 흡수되면, 그 핵이 잠시 후 중성자를 다시 방출하면서 방사능이 생깁니다. "대부분의 중성자는 물질을 거의 즉시 떠나며, 추가된 방사능도 함께 사라집니다."라고 연구를 수행한 델프트 원자로 연구소의 연구원 램베르트 반 에이크(Lambert van Eijck)는 말합니다. "그러나 황동 현미경(구리와 아연의 합금 – 편집자 주) 속 구리는 더 오래 방사성을 띨 수 있습니다. 이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기다리는 것입니다. 반감기가 12시간이므로 5일, 즉 10번의 반감기가 지나면 더 이상 증가된 방사능을 측정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일시적으로 유입된 방사능은 현미경 재료의 정확한 조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쓰입니다. 연구진은 특히 렌즈에 주목했습니다. "감마 분광법이라 불리는 기법을 통해, 빔에서 중성자를 흡수한 나트륨이 현미경에 있을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라고 반 에이크는 말합니다. "아직 검증이 필요하지만, 이 나트륨이 렌즈 유리 속에 있다면 사용된 유리의 조성에 대해 단서를 줄 것입니다."

화약 폭발 사고의 유리

코크바이트는 유리의 기원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합니다. "그는 아마 창문이나 술잔에 쓰이던 평범한 유리를 사용했을 겁니다."라고 코크바이트는 말합니다. "흥미로운 건 그 유리를 어디서 구했느냐는 점입니다. 반 레이우엔훅의 시대에 델프트의 화약 저장고가 폭발하여 도시 일부가 초토화되었습니다. 델프트는 깨진 유리로 가득했을 것입니다. 일부는 이것이 반 레이우엔훅의 현미경 유리의 출처라고 의심합니다. 앞으로 우리의 연구가 이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지도 모릅니다."

이를 위해서는 참조용 유리 재료를 포함한 추가 스캔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종류의 유리를 들고 델프트를 더 자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코크바이트는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