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하버캄프(Sara Haverkamp)가 푸틴과 트럼프 시대의 언론을 주제로 한 프로필 논문으로 KNAW(네덜란드 왕립 과학 아카데미) 교육상을 수상했다. 저널리즘이 미국에서조차 점점 곤경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대하고 깊이 있는 연구 결과물이다.
러시아와 미국, 두 나라의 언론을 비교하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했고, 이 과정에 러시아 언론이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언론은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을까? 이 시의성 있는 정치적 사건은 사라 하버캄프에게 문화·사회(Culture & Society) 프로필 논문 '뉴스를 만들 것인가, 망칠 것인가? 푸틴과 트럼프가 저널리즘에 미치는 영향'을 집필할 영감을 주었다. 이 작품으로 그녀는 네덜란드 왕립 과학 아카데미(KNAW)의 연례 교육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사라는 언론과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을 매우 시의성 있는 정치 주제와 결합시켰다. 그녀는 푸틴 치하의 러시아와 트럼프 치하의 미국을 살펴보았다. 이들 대통령은 언론을 어떻게 대하는가? 양국의 언론 환경은 최근 몇 년간 어떻게 변화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 즉 기자들이 방해받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
그녀는 양국에서 저널리즘의 핵심 기능, 즉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 정치인이나 정치적 주제에 대해 토론에 참여하는 기능, 그리고 감시자(watchdog) 역할을 각각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는지 비교 분석했고, 그 결과 명확한 그림을 그려냈다.
살해까지 서슴지 않는 러시아
마지막 질문에 대해 러시아 기자들의 경우 답은 자명하다. 러시아 국영 방송은 이미 크렘린의 손아귀에 들어갔고, 다른 언론사들 역시 푸틴의 통제를 받거나 그의 부유한 측근들이 소유하고 있다. 언론사들은 뉴스 편집 인력을 대폭 줄였으며, 기자들을 검열하거나 기자 스스로 검열(self-censorship)에 자발적으로 응한다. 기자에 대한 협박은 일상적인 일이며, 심지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정보는 국가에서 나오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고, 여론은 조작된다.
반면 외국인 기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방해받는다. 그들의 비판은 '서방이 러시아를 깎아내리려 한다'는 크렘린의 논리와 잘 들어맞기 때문이라고, 모스크바에서 활동하는 영국 출신 기자 마크 베네츠(Marc Bennetts)는 말한다. 그는 사라가 인터뷰한 기자 중 한 명이다.
이처럼 언론의 자유가 사라진 러시아에서는 국가 선전이 만연하다. 러시아 국민들이 이 사실을 알고도, 다수는 여전히 푸틴과 국영 방송을 신뢰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채널이 상업 세력의 소유이기 때문에 텔레비전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다. 방송사들은 자신들 또는 광고주의 이익에 맞는 내용만 내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명 신문과 뉴스 채널은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탐사저널리즘 역시 존중받고 있다.
차이보다 커지는 유사성
사라의 연구가 명확히 보여주는 것은 이런 잘 알려진 차이점 자체가 아니라, 오히려 두 나라 사이의 유사성이다. 특히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특정 분야에서 이러한 유사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물론 트럼프는 푸틴처럼 폭력과 위압으로 기자들을 대할 수는 없지만, 언론을 상대하는 방식을 통해 저널리즘의 기능 자체를 손보고 있다.
기자회견 횟수를 줄임으로써 트럼프는 전임자들에 비해 기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 그 결과 기자들은 백악관 보도담당관들에게 의존해 정보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이 보도담당관들은 우선적으로 대통령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항상 신뢰할 수 없다. 러시아와 놀랍도록 닮은 구조인 셈이다.
트럼프 본인 역시 언론과의 토론을 줄였을 뿐 아니라, 주로 트위터를 통해 자신만의 진실을 선포한다. 기자들은 그의 트윗을 확인하고 반박하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데, 이는 오히려 트럼프의 발언이 도달하는 범위를 더 넓혀줄 뿐이다.
사라는 이런 상황에서 통제권이 더 이상 언론이 아니라 트럼프에게 넘어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푸틴과의 비교는 여기서 강력하게 드러난다. 두 지도자 모두 유권자와 직접 소통하기를 원하며, 언론의 도움을 빌려 유권자를 조작한다. 이 강력한 무기 중 하나가 '프레이밍(framing)'이다. 단어 선택만으로 독자의 해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네덜란드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스(Geert Wilders)가 만든 '두건세(kopvoddentax)'라는 단어가 그 좋은 예다.
가짜뉴스 공세의 결과
트럼프는 언론이 자신, 가족, 그리고 자신의 정책에 대해 가짜뉴스를 퍼뜨린다고 끊임없이 주장한다. 보수 성향의 뉴스 채널 폭스뉴스(Fox News)에 대해서만은 긍정적으로 말한다. 사라는 프로필 논문을 위해 트럼프 취임 후 첫 100일 동안 언론에 대해 쓴 트윗을 분석했다. 방대한 부록 C와 D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검증된 그의 주장 중 85%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더 우려되는 사실은, 언론에 대한 끊임없는 비방이 미국인들에게 어떤 잔상을 남겼다는 점이다. 같은 것을 충분히 자주 듣거나 보면 자동으로 믿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뉴스 미디어가 신뢰를 잃을 위험이 있다. 사라가 제시하는 사실들을 고려하면 그럴 만한 근거도 있다. 게다가 미국 뉴스룸에서도 예산 삭감이 진행되는 가운데, 대통령과 그의 보도담당관들이 내놓는 '팩트'를 하나하나 검증하는 데는 막대한 노동력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언론 대응 방식은 뉴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평행선이 눈에 보이게 된다.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는 일은 미국 기자들에게 점점 더 어려운 과제가 되었고, 미국인들은 과거 수많은 정치 스캔들을 폭로했던 미국 저널리즘의 상징인 '감시자(watchdog)'의 혜택을 점점 덜 받게 된다. 이마저 잘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려스러운 메시지다.
석사 논문에 버금가는 프로필 논문
이 인상적인 프로필 논문은 출처와 부록(트윗 분석, 러시아와 미국 기자 인터뷰)을 포함해 140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저술이다. 프로필 논문치고는 석사 학위 논문에 가까워 보이는데, 분량만이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그렇다. 시의성 있는 주제가 전문적으로 연구되었고, 연구 과정이 명확하게 서술되어 있다.
KNAW 교육상 심사위원단도 보고서에서 같은 평가를 내렸다. "사라는 이 프로필 논문을 통해 자신이 학문적 사고방식을 갖추고 있음을 명백히 입증했다. 독창적인 기여와 철저한 분석은 '최고 수준의 작품'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그 품질에 매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