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3년, 젊은 작가 야콥 판 렌넵(Jacob van Lennep)과 그의 친구 디르크 판 호헨도르프(Dirk van Hoogendorp)는 법학 공부를 마친 직후 긴 도보 여행을 떠나 네덜란드 전역을 걸었습니다. 두 사람은 여행 일지에 자신들이 목격한 조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했습니다.
유럽 대여행 대신 조국 탐방을 선택하다
1800년경 부유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유럽 각지를 돌며 문화를 익히는 '그랜드 투어'가 큰 유행이었습니다. 명문 가문 출신인 판 렌넵과 판 호헨도르프 역시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싶어 했지만, 두 사람은 특이하게도 자기 나라를 걸어서 여행하기로 결심합니다. 사실 당시 네덜란드에는 발견할 거리가 충분했습니다. 네덜란드가 하나의 통일된 국가, 즉 네덜란드 왕국으로 공식 성립한 지 겨우 10년밖에 지나지 않았고, 각 도시와 마을, 지방과 주는 아직도 저마다 고유한 색채를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지역들을 직접 방문하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석 달간의 도보 여행, 그리고 기록
이렇게 두 청년은 넓은 세상으로 나섰습니다. 1823년 5월 28일부터 9월 2일까지 약 석 달 동안 네덜란드를 걸으며 눈에 보이는 것들을 기록했는데, 그들이 특히 중요하게 여긴 것은 이 나라의 '풍속', 곧 규범과 가치관이었습니다. 판 렌넵의 눈에 '네덜란드의 유명한 청결함'은 이미 많이 퇴색한 상태였습니다. 마르켄 섬에서는 "남자들은 매우 깨끗하지만, 여자들과 집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적었고, 프리슬란트에서는 "완고한 프리슬란트인은 저속한 욕망, 방종한 난잡함, 불결한 부도덕을 좇는다"라고 혹평했습니다.
기행문에 담긴 두 가지 초상
이런 식의 기록 덕분에 당시 네덜란드 주민들의 다채로운 모습이 그려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오만한 두 대학생의 사고방식 역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흥미롭게도 판 렌넵이 프리슬란트인들을 비난한 말은 다소 무책임해 보입니다. 그가 암스테르담에서 혼외자를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네덜란드의 청결함'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던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