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등장하는 거인 골리앗의 고향으로 알려진 가트(Gath)의 중앙 성문이 드디어 발굴되었다. 이 블레셋 도시는 기원전 10세기 당시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 블레셋 사람들과 이스라엘 백성은 끊임없이 충돌을 반복했으며, 가트는 구약성경에 수차례 언급되는 핵심 도시이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이 성문은 성경 본문에 직접 등장한다. 다윗이 사울 왕을 피해 도망치다 가트에 이르렀을 때, 미친 사람으로 위장하며 성문에 낙서를 했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또한 기원전 830년경 아람의 하사엘 왕이 이 도시를 파괴한 사건 역시 성경에는 단 한 문장으로 처리되어 있다. "아람 왕 하사엘이 올라와 가트를 치고 취하였더라." 그러나 실제 함락 과정은 이 짧은 구절처럼 간단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방어 시설이 증명하는 가트의 위상
이스라엘 바르일란 대학교의 고고학자들은 오늘날 텔 에스사피(Tell es-Safi)로 불리는 가트 유적을 20년째 연구해 왔다. 발굴을 이끌고 있는 아렌 마이어(Aren Maeir) 교수는 성문과 성벽 발견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발견은 기원전 10~9세기 가트가 중심적이며 강력한 도시였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성벽의 규모와 거대한 성문이 그 증거입니다."
지난 20년간 가트에서는 놀라운 유물들이 다수 출토되었는데, 그중에는 가장 오래된 블레셋 문자 기록도 포함된다. 여기에는 골리앗이라는 이름도 등장하지만, 인도유럽어 계통의 표기로 적혀 있다. 마이어 교수는 "이는 가트가 국제적인 도시였으며, 주민 중 일부는 오늘날 그리스와 터키에 해당하는 인도유럽권 지역 출신이었음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성문은 근처 신전과 금속 공방 등 기존에 발굴된 유적들의 위치를 재해석하는 실마리도 제공한다. 마이어 교수는 "고대 도시에서는 신전이나 금속 공방 같은 시설이 흔히 성문과 하나의 단위를 이루었다"고 덧붙였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공성전의 흔적
도시의 몰락은 앞서 언급한 하사엘 왕에게서 비롯되었다. 성벽으로 단단히 둘러싸인 도시를 함락하기 위해 그는 기원전 830년경 가트 전체를 포위했다. 마이어 교수는 "공성 체계의 흔적을 발견했으며, 이를 통해 하사엘이 가트를 포위했다는 강력한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한,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성전 사례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고대 가트 도시 주변에서는 길이 2.5km가 넘는 포위용 참호를 비롯한 다양한 흔적이 확인되었다. 이런 규모의 참호를 파려면 최소 수개월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사엘 왕이 장기간에 걸쳐 도시를 압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번에는 포위당했던 성벽의 잔해까지 발견되었다. 방어력이 탁월한 도시였기에 하사엘 역시 병력을 배치해 장기 포위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발굴 결과에 따르면 결국 왕은 도시를 점령한 뒤 완전히 파괴했다.
그러나 이것이 가트의 끝은 아니었다. 새로운 주민들이 다시 이 지역에 정착했고, 1948년까지 이곳은 거의 끊김 없이 사람이 살아온 터전이었다. 그해 이스라엘 국가가 수립되면서 텔 에스사피의 아랍 주민들은 이곳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