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인문학자들은 무엇을, 어떻게 연구할까? — 학생들과 함께 탐구하는 인문학의 세계

이름에서 연상되는 것과 달리, 인문학자들은 '마음(mind)'을 연구하지 않습니다. 마음은 어디까지나 심리학자들의 영역이니까요. 그렇다면 인문학자들은 대체 무엇을 연구하고, 어떤 방식으로 연구할까요? NEMO Kennislink가 몇몇 학생들과 함께 인문학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 봅니다.

"재미있긴 한데…" 학생들의 솔직한 반응

"알아두면 재미있지만, 그 외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흥미롭긴 한데, 진짜 과학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학생을 위한 국가 과학 어젠다(National Science Agenda for Students)의 인문학 분야에 접수된 질문들을 놓고 학생들이 입을 모은 단골 반응입니다. 학생들은 로테르담 유대인 박해, 미국이 스페인 요리에 미친 영향, 마야 달력의 종말 등 다른 학생들이 제출한 질문들을 두고 토론을 벌였습니다.

라드바우드 대학교(Radboud University)의 철학자이자 네덜란드어문학자이자 '더 용어 아카데미(De Jonge Akademie)' 회원인 롯터 옌센(Lotte Jensen)은 학생들의 반응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학생들이 던진 질문들은 분명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전부 역사에 관한 것이죠. 이런 질문들은 학생들의 생활 환경과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인문학은 그보다 훨씬 폭넓은 학문입니다."

문법에서 컴퓨터 과학까지

인문학은 역사만이 아니라는 건데, 정확히 어떤 학문일까요? 인문학자들은 언어, 음악, 종교, 예술, 문학처럼 인간 정신이 만들어낸 모든 것을 연구합니다. 따라서 인문학은 매우 폭넓은 학문 스펙트럼을 아우릅니다. 역사학 외에도 언어학, 문학, 철학, 미술사, 고고학, 종교학, 음악학, 문화연구, 미디어 연구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거의 접하기 어려운 분야들입니다.

인문학의 직접적인 실용성은 의학이나 공학 연구만큼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문학자들은 중요한 발전에 꾸준히 기여해 왔으며, 렌스 보드(Rens Bod) 교수는 저서 『잊혀진 학문들(The Forgotten Sciences)』에서 이를 잘 보여줍니다. 예컨대 파니니(Panini)는 기원전 5~7세기경 산스크리트어의 문법 규칙을 체계적으로 정리했습니다. 하나의 언어를 유한한 수의 형식 규칙으로 담아내려는 이 발상은 현대 프로그래밍 언어와 컴퓨터 과학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15세기에는 로렌초 발라(Lorenzo Valla)의 사료 연구를 통해 '황제가 서 로마 제국을 교황에게 하사했다'는 내용의 문서, 이른바 '콘스탄티누스 기증장'이 위조품임이 밝혀졌습니다. 이 논박할 수 없는 증거는 훗날 교회와 국가의 분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오늘날에도 비판적 사료 연구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스레브레니차 함락의 책임 문제를 다루는 연구나 사법 판결 과정에서 그 실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인의 뿌리

"모든 것은 언어에서 시작됩니다." 옌센은 말합니다. "언어는 소통과 이해에 필수적이죠. 동시에 언어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말하는 사람, 글을 쓰는 사람의 목소리가 항상 언어 속에 배어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인문학이 탐구하는 대상입니다. 언어가 어떻게 방향을 제시하고, 어떻게 공동체를 형성하며, 거기에 어떤 정체성이 연결되는지."

옌센 자신은 네덜란드 정체성의 기원을 연구합니다. '진정한 네덜란드인'이란 누구이며, 이 정체성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녀는 노래, 팜플렛, 논설 같은 문화사적 자료를 통해 이 물음에 답하려 합니다. 철학자이자 네덜란드어문학자인 옌센에게 이런 자료들은 네덜란드 정체성의 기원을 추적하는 핵심 열쇠입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예술과 문학은 미래 인문학자들에게 값진 자료가 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기능은 유효하다고 옌센은 말합니다. "문학은 여전히 많이 팔립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증거죠. 많은 사람들이 픽션 읽기를 좋아합니다. 문학은 세계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선과 악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때로는 역사 소설처럼 역사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게 해주죠."

관점: 이해(Verstehen)와 설명(Erklären)

"인문학은 다른 분야에 비해 예측 기능은 약할지 모릅니다." 옌센은 말합니다. "하지만 역사에 대한 지식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사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베아트리스 더 흐라프(Beatrice de Graaf)의 테러리즘 강의를 보세요. 그녀는 테러리즘이 수많은 파도가 밀려왔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해 온 긴 역사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를 알면 현재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현대 사회를 역사적 관점에서 조망하게 해주는 거죠."

19세기 말, 독일 철학자 빌헬름 딜타이(Wilhelm Dilthey)는 인문학의 목표를 자연과학의 '설명(erklären)'과 구별되는 '이해(verstehen)'로 설정했습니다. 자연과학자가 현상의 인과적 설명을 추구한다면, 인문학자는 연구 대상을 '이해'하려 듭니다. 물론 이 이분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인문학자들 역시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찾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구분은 양 분야의 전반적인 경향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다른 방법론

국가 과학 어젠다 학생 행사에서 학생들은 접수된 질문들을 성숙한 연구 질문으로 다듬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사실 인문학에서 좋은 연구 질문이 다른 분야와 근본적으로 다르지는 않습니다." 옌센은 말합니다. "질문은 연구 가능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료가 필요하고, 지식 확보 차원에서 혁신적이어야 하죠." 또한 좋은 연구 질문은 너무 크거나 작지 않아야 하며, (정치적) 가치 판단을 담아서도 안 됩니다.

"달라지는 부분은 연구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론입니다." 앞서 살펴본 비판적 사료 접근법과 문법 체계의 정립이 그 예입니다. 또 하나의 전형적인 인문학 연구 방법은 자료 해석, 이른바 '헤르메뉴틱스(hermeneutics, 해석학)'입니다. 해석학에 따르면, 자료가 만들어진 맥락을 함께 연구해야만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헤르메뉴틱스는 다른 방법들과 달리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두 명의 연구자가 같은 자료를 서로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고, 측정 가능한 객관적 진리를 부여하기 어렵습니다. "때때로 인문학에 대한 비판으로 제기되지만, 다른 학문 분야가 그렇게 계량 가능하다는 것도 오해입니다." 옌센은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과학에서는 개념을 기준으로 측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념 자체도 언어적이므로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게다가 인문학 역시 충분히 계량 가능하며, 빅데이터의 부상으로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학문 분야의 경계를 넘어

옌센은 학생들이 미래 연구에 대한 고민에 참여하도록 만든 국가 과학 어젠다의 취지에 높은 평가를 보냅니다. "과학 어젠다의 멋진 점은 학문 간 경계를 넘어 큰 질문을 던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진정한 발전이 가능하죠. 학생들도 이에 참여해 인문학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은 아주 좋은 일입니다."

토론을 거듭하면서 학생들 역시 인문학 연구의 가치를 점점 더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식은 미래에 유용할 수 있겠어요.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날 조짐이 보이면 미리 알아차릴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이것을 연구하면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