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머큐리(수은)가 탑승했습니다! – 북해 난파선에서 발견된 수은 방울의 비밀

고고학 조사에서 수은을 발견하는 일은 결코 흔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소개할 이 작은 수은 방울 하나는 네덜란드 국립 선박 고고학 보관소(National Ship Archaeological Depot)에 소장된 33,000점에 달하는 출토 유물 중 하나입니다.

아운루프 몰렝가트 호에서 나온 수은

이 수은 방울은 북해 해저에 가라앉아 있던 난파선 '아운루프 몰렝가트(Aanloop Molengat)'호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배는 현재 NWO 오디세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북해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수중 발굴 조사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이 난파선에서는 반제품 유물이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연철 봉, 납 덩어리, 주석 롤, 소가죽 꾸러미, 직물 조각, 상아 등이 그것입니다. 완제품으로는 대포알이 담긴 상자, 납으로 만든 머스킷 총알, 핀, 그리고 바로 이 수은도 함께 출토되었습니다.

수은은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유일한 금속으로, 영하 38.87도에서야 굳습니다. 놀랍게도 물속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발굴 당시 잠수 고고학자들은 해류를 따라 해저 위를 굴러다니는 수은 방울들을 종종 목격했고, 그중 일부는 회수하여 지금까지 보관되고 있습니다.

17세기, 수은은 어떻게 운송되었나

수은은 무거운 금속이라 운송이 쉽지 않았습니다. 17세기에는 돼지 방광, 유리병, 석기(stoneware) 항아리 등에 담아 보관하고 운송하는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졌습니다. 흥미롭게도 아운루프 몰렝가트 호에서는 석기 파편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유리병의 납 뚜껑은 확인되었습니다.

네덜란드 문화유산청(RCE)의 무기재료 선임연구원 베르틸 판 오스(Bertil van Os)는 휴대용 XRF(형광 X선 분석기)로 이 납 뚜껑들을 측정하여 수은 함량이 높은지 확인했습니다. XRF는 유물의 정확한 성분 조성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측정 결과, 납 뚜껑의 안팎에서는 수은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뚜껑에 남아 있는 유리 잔여물의 목 부분에서는 수은이 검출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당시 수은은 납 뚜껑이 달린 유리 바이알에 담겨 운송되었을 것이라고 신중하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더해집니다. 옛 텍셀(Texel) 어부가 항구에서 맥주를 마시며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여러 해 전 '수은 난파선' 근처에서 밧줄로 감싸인 유리 관을 건져 올렸는데, 그 안에는 수은이 가득 차 있었다고 합니다. 과학적 분석 결과와 어부의 증언이 서로를 뒷받침하는 셈입니다.

'모자 장인처럼 미쳤다'

17세기에 수은은 온도계와 기압계 제작, 거울 만들기, 그리고 의료 목적으로 폭넓게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매독 치료에 쓰였는데, 이 때문에 영어권에서는 "비너스의 품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머큐리(수성)에서 평생을 보내게 된다"는 말장난이 생겨났습니다. '치료'를 위해 수은은 입으로 복용하거나 피부에 발라야 했으며, 심지어 주사로 투여되기도 했습니다.

수은은 모자 제작에도 활용되었습니다. 동물 가죽을 질산수은 용액에 담그면 딱딱한 털이 부드러워져 펠트 모자를 만들기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모자 장인들은 술주정뱅이라는 평판을 얻게 됩니다. 몸이 떨리고, 말이 어눌해지고, 기분 변화가 극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진짜 원인은 알코올이 아니라 흡입한 수은 증기였습니다. 수은 증기는 뇌, 신경계, 간, 신장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혔습니다. 영국에서는 '모자 장인처럼 미쳤다(as mad as a hatter)'는 표현이 생겨났고, 네덜란드에서는 이를 '모자 장인병'이라 불렀습니다.

이 난파선과 조사 기록은 현재 네덜란드 문화유산청(Rijksdienst voor het Cultureel Erfgoed)의 국립 선박 고고학 보관소에 보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