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성 프란치스코의 질병: 병든 육체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신앙

성 프란치스코의 질병: 병든 육체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신앙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St. Francis of Assisi)는 중세 시대를 대표하는 종교인이자 시인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입니다. 그러나 빛나는 업적 뒤에는 끊임없는 병마와의 싸움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질환이 그의 육체를 서서히 잠식해 갔지만, 그를 관통하던 신앙과 놀라운 영적 기개까지 무너뜨리지는 못했습니다.

평생을 괴롭힌 각종 질환

성 프란치스코는 말라리아와 결핵에 걸렸으며, 간·비장·위장에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가난과 청빈을 실천하며 극단적인 금욕 생활을 이어온 그에게 이러한 질병들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을지 모릅니다.

원인 불명의 눈 질환, '이집트병'의 흔적

여기에 말년에는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심각한 안질환까지 더해졌습니다.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이것이 소위 '이집트병', 즉 트라코마(trachoma)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당시 나일강 유역 일대에 널리 번져 있던 이 전염성 눈병은, 1219년부터 1220년 사이 이집트 땅을 직접 방문했던 움브리아 지방 출신의 이 신비주의자에게 닥친 또 하나의 시련이었습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제5차 십자군이 한창이던 이집트에서 술탄 알카밀(al-Kamil)과 직접 만나 평화를 호소하기도 했는데, 바로 이 여행이 그의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남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그는 거의 실명에 가까운 상태에서 1224년 성흔(stigmata)을 받고, 1226년 4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병든 몸이었지만, 그의 신앙은 마지막 순간까지 빛을 잃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