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국왕 루이 9세(Louis IX)의 초상화
성왕 루이는 무엇으로 죽었는가?
프랑스 국왕 루이 9세는 사후 시성(列聖)되어 '성 루이(San Luigi)'라는 이름으로 존경받아 왔습니다. 그렇다면 이 성왕은 대체 어떤 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일까요?
루이 9세는 1270년 제8차 십자군 원정 당시 튀니스 성벽 아래에서 원인 불명의 질병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오랫동안 역사학자들은 당시 매우 흔하게 창궐하던 페스트(흑사병)가 사인일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아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가 이러한 오랜 통설을 정면으로 뒤집었습니다.
턱뼈 분석이 밝혀낸 새로운 진실
역사적 인물의 유해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고생물인류학자 필리프 샤를리에(Philippe Charlier)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 보관되어 있는 국왕의 턱뼈를 스캐너 촬영과 탄소연대측정법(탄소 14)으로 정밀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그의 죽음은 페스트가 아니라 괴혈병(scurvy)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샤를리에 학자에 따르면, 괴혈병은 먼저 잇몸을 공격한 뒤 뼈까지 침투해 몸을 서서히 약화시켰고, 결국 국왕은 불과 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괴혈병이란 어떤 병?
괴혈병은 체내에 비타민 C가 심각하게 결핍될 때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장기간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지 못하면 걸리기 쉬우며, 잇몸 출혈과 치아 상실, 극심한 피로, 면역력 저하 등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1270년 당시 괴혈병은 상당히 널리 퍼져 있던 병이었으며, 특히 신선한 식품 확보가 어려운 장거리 항해나 군사 원정 중에는 더욱 치명적인 위협이었습니다. 십자군 원정이라는 극한 환경 속에 있었던 루이 9세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던 셈입니다.
이처럼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성왕 루이의 죽음'이라는 숙제는, 노트르담 대성당에 보관된 왕실 유물 하나에서 마침내 답을 찾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