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1차 세계대전 시절 여성들은 어떻게 머리를 염색했을까? 천연 염료부터 가정용 약품까지

선택지가 좁았던 전시(戰時)의 염색 환경

1차 세계대전(1914~1918) 당시 여성들은 오늘날처럼 다양한 염모제를 손쉽게 구할 수 없었습니다. 합성 염모제가 상업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이 무렵이지만, 대중에게 널리 보급되기에는 한참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당시 판매되던 소수의 제품들은 성분이 매우 자극적이어서 모발을 심하게 손상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천연 재료와 가정용 물품을 활용해 머리색을 바꾸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천연 염료의 대표주자: 헤나와 호두 껍질

가장 인기 있는 방법은 헤나(Henna)를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헤나는 수천 년 전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머리카락과 피부를 물들이는 데 쓰여 온 천연 염료로, 사용하는 헤나의 종류와 모발에 머무르는 시간에 따라 밝은 적갈색부터 깊은 적갈색까지 다양한 붉은 계열의 색을 낼 수 있었습니다.

붉은색 계열 외에 갈색 계열을 원하는 여성들에게는 호두 껍질이 인기였습니다. 호두 껍질에서 우러나오는 천연 색소는 자연스러운 짙은 갈색을 만들어 주었으며, 특히 흰머리를 가리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주방에서 찾은 염료: 차와 커피

보다 부드러운 색감을 원하는 여성들은 차나 커피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진하게 우린 홍차는 은은한 연갈색을, 커피는 더 짙고 깊은 갈색을 내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다만 이런 방법은 헤나나 호두 껍질에 비해 발색력과 지속력이 떨어져, 색이 금방 빠지면 다시 발라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위험을 감수한 가정용 화학약품 염색

일부 여성들은 더 다양한 색상을 얻기 위해 가정용 화학약품까지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잿물(Lye)을 이용해 머리색을 밝게 하거나, 과산화수소(Peroxide)로 머리카락을 탈색해 금발에 가깝게 만드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천연 염료로는 불가능한 폭넓은 색상 변화를 가능하게 했지만, 두피와 모발에 큰 자극을 주어 모발이 잘 끊어지거나 심각하게 손상되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제한 속에서도 발휘한 여성들의 지혜

이처럼 1차 세계대전 시기의 여성들은 염색 선택지가 극히 제한적이었지만, 헤나·호두 껍질·차·커피 같은 천연 재료와 집안의 화학약품을 창의적으로 조합하며 원하는 머리색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시행착오의 축적은 이후 산업 전반의 발전과 함께 현대 염모제 문화가 꽃피우는 토양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