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역사

거대 제국 영국이 왜 '작은' 일본과 손잡았나 — 영일동맹의 뒷모습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뒤 일본의 목소리는 극동 지역에서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반면 청나라는 국력이 급격히 쇠약해지면서, 유럽 열강들은 동아시아로 세력을 확장할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대러시아 정책

청일전쟁의 결과를 확정한 시모노세키 조약에는 곧바로 변수가 생깁니다. 러시아·프랑스·독일 삼국이 조약 수정을 강요한 소위 삼국간섭이 그것입니다. 특히 러시아는 남하 정책을 추진하던 나라였고, 삼국간섭의 실질적인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1900년(메이지 33)에는 북청사변(의화단 운동)이 발생합니다. 청나라에 거주하던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파병한 러시아군은 사태가 진정된 뒤에도 철수하지 않았고, 결국 만주 일부를 점령하는 상황까지 벌어집니다.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 내부에서는 러시아와의 타협을 모색하는 온건책과 정면으로 맞서는 강경책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고, 쉽게 대응 방침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한편 이런 유럽 열강의 동아시아 야욕에 가장 날카롭게 경계심을 드러낸 것은 영국이었습니다. 삼국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던 영국은 동아시아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일본과 접촉을 시작했고, 실제로 청일전쟁 발발 직전에는 영일통상항해조약을 체결합니다. 여기에는 러시아를 견제하고 싶다는 영국의 속내가 담겨 있었습니다.

당시 주요국 GDP 비교

그렇다면 당시 일본에 비해 압도적인 국력을 지녔던 영국은 왜 굳이 일본과 동맹을 맺었을까요?

그 전에 당시 각국의 경제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국가GDP 규모세계 비중
영국(본국만)184,8619.37%
캐나다·인도·호주 등 영국령 식민지·자치령 포함389,68919.76%
일본52,0202.64%
미국312,49915.85%
러시아154,0497.81%
독일162,3358.23%
네덜란드17,6040.89%
중국(청)218,15411.06%
브라질12,2010.62%
인도네시아31,7481.61%

표를 보면 러시아와 영국(본국)의 경제력이 거의 맞먹는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시기 영국은 '식민지 제국'이라 불릴 만큼 광대한 식민지를 거느리고 있었고, 이들을 모두 합산하면 세계 경제를 사실상 지배하는 규모에 이릅니다.

반면 동아시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지닌 청나라는 GDP 규모 자체는 상당했지만, 하나의 국가로서 통제력이 크게 약해져 유럽 열강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미국 역시 GDP 기준으로는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외국 간섭에 개입하지 않는 고립주의를 기본 원칙으로 삼았기 때문에 경제력을 무기로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 행보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영일동맹 체결

1902년(메이지 35), 마침내 영일동맹이 체결됩니다. 통상 분야에 머물렀던 영일통상항해조약과 달리, 이번에는 군사 협력까지 아우르는 동맹이었습니다.

군사 협력의 골자는 이렇습니다. 일본과 영국 중 한쪽이 다른 나라 하나에게 침공받으면, 침공받은 나라가 단독으로 맞서고 동맹국은 중립을 지킨다. 반면 상대가 두 나라 이상이라면 동맹국도 참전할 의무를 진다는 것입니다.

실제 러일전쟁 당시 상대는 러시아 단일국가였기 때문에 영국은 명목상 중립을 지켰지만,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러 공작을 펼치며 사실상의 지원에 집중했습니다.

구체적인 이면 공작의 예를 들면, 러시아가 발트 함대를 극동으로 파견하기로 결정했을 때 영국은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여러 항구에서 보급을 지연시키거나 보급 석탄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등 방해 공작을 벌였습니다. 나아가 신형 장갑함을 발트 함대와 나란히 항해시키며 러시아 해군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영일동맹은 국력 차이가 현격한 대국과 신생국이 대등한 조건에서 체결했다는 점에서 큰 역사적 의의를 지닙니다. 여러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국력의 격차를 넘어선 동맹도 성립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셈입니다.

일본과 영국의 이해관계

당시 아시아의 식민지들은 동중국해 인근에 몰려 있었고, 인도양은 곧바로 영국령 지역과 이어져 있었습니다. 즉 영국 입장에서 일본만 제대로 묶어둘 수 있다면, 다른 열강들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을 지리적으로 차단하기 수월해집니다. 영일동맹의 배후에는 이런 계산이 깔려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일본 중심의 동아시아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본 열도는 태평양 위에 뚜껑을 덮듯 놓여 있습니다. 이런 위치에 있는 일본 열도야말로 언제든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는 요충지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