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리잘
1888년 4월 28일, 필리핀의 민족영웅 호세 리잘(José Rizal)은 증기선 벨직(Belgic) 호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이 도시의 청결함과 질서, 웅장한 건축물과 잘 정비된 공원에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샌프란시스코를 유럽의 대도시들에 견주어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여행 중에는 서커스를 관람하기도 했는데, 곡예사들의 화려한 기량에 크게 놀랐다고 전해집니다.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국제 도시
리잘은 샌프란시스코가 지닌 코스모폴리턴적인 분위기에 특히 주목했습니다. 중국인, 일본인, 유럽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도시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그에게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는 "여기에는 노예도, 열등한 사람도 없다"라고 기록하며 이곳의 평등한 사회 분위기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대륙 횡단 여행에서 만난 자연과 인물들
미국 본토를 가로지르는 여정에서도 리잘의 호감은 계속되었습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웅장한 산악 풍경과 그랜드캐니언의 압도적인 협곡 같은 자연의 경이로움은 그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주었습니다. 또한 여행 내내 여러 지식인, 정치가, 예술가들과 교류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중에는 당대 최고의 인기 작가였던 마크 트웨인도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에 대한 총체적 평가와 귀국의 결심
전반적으로 리잘은 미국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떠났습니다. 빠른 경제적·기술적 발전, 민주주의적 가치, 문화적 다양성은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그는 잠시 미국에 정착하는 방안까지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리잘은 개인의 안락한 삶보다 조국의 미래를 선택했습니다. 그는 필리핀으로 돌아가 식민지 통치에 맞선 개혁과 독립 운동이라는 더 큰 사명에 헌신하기로 결심했으며, 이 미국 여행에서 얻은 통찰은 이후 그의 사상과 저술 활동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