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반유대주의 노조 본부에서 할리우드 세트장까지 — 함부르크 브람스 콘토르의 90년 역사

1930년 여름, 함부르크 최대 규모의 건설 현장이 본격 가동되었습니다. 이곳을 지나던 사람들은 마치 시카고나 뉴욕에 온 듯한 착각을 받을 만큼, 뮤직홀 맞은편에 엘리베이터 8대, 자체 공압식 튜브 시스템, 텔렉스와 전화 교환기를 갖춘 유럽 최고 수준의 철골 구조 고층 빌딩이 우뚝 솟아 오르고 있었습니다. 약 1,000명의 직원이 사용할 채광이 풍부한 개방형 사무실과 수백 제곱미터 규모의 아르데코 스타일 웅장한 라운지가 건설되고 있었습니다. 12층, 높이 50m를 넘는 이 건물은 홀스텐발(Holstenwall)을 따라 기존 관리 동까지 통합해 전면 길이가 230m에 달했습니다. 당대 가장 현대적인 사무실 건물 중 하나가 바로 이곳에 태어난 것입니다.

글: 더크 헴펠(Dirk Hempel)

발주자는 반동적인 조합 DHV

그러나 이 고층 빌딩의 발주자는 정치적으로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집단이었습니다. 독일 전국 상점 직원 협회(DHV)는 인종적 반유대주의를 내세운 백색칼라 노동조합으로, 회원 수는 30만 명을 넘었지만 유대인은 물론 여성조차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DHV는 자체 경영 대학원, 저축은행, 건강보험사, 손해보험사, 주택협회, 직업소개소까지 운영하는 거대 조직이었습니다. 이 노동조합은 단순히 회원들의 필요를 돌보는 데 그치지 않고, 바이마르 공화국과 정치적·문화적으로 맞서 싸우는 반민주적 대중조직 중 하나였습니다. 그 목적을 위해 DHV는 로비 활동과 미디어 운용 등 당대 가장 현대적인 수단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오직 순수한 독일 작가의 책만'

1931년 3월 독일 본부가 완공된 후 DHV는 홀스텐발에 문화·언론 부서도 입주시켰습니다. 에른스트 윙어(Ernst Jünger), 한스 프리드리히 블룬크(Hans Friedrich Blunck) 같은 우익 진영의 유명 작가들을 배출한 출판사가 자리했고, 잡지와 'Deutschnationale Buchhandlung'(독일국민 서점)도 그 일부였습니다. 한 북클럽은 광고에서 "건강하고 강한 독일 문화에 뿌리내린 순수한 독일 작가들의 책"만을 판매한다고 선전했으며, 『북유럽의 피의 복수』, 『북독일인』 같은 제목의 저술들이 그 예였습니다. 교육과 훈련은 DHV의 반동적 이념을 확산시키는 도구로 기능했습니다.

요새인가, 아니면 '반독일적' 건축인가?

홀스텐발의 엄격한 외관과 함부르크 유명 예술가들의 조각으로 장식된 벽돌 거상은, 당시 언론이 "보수혁명의 성채"라고 표현했듯 "DHV의 힘과 규모의 상징"이었습니다. 회원들은 예술적·기술적 현대성을 과감히 수용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지만, 강철 골격은 일부에게 "반독일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요새'라는 DHV의 이념적 세계관이 건축에도 그대로 투영된 곳, 이곳에서도 독일의 미래 구세주가 믿어졌습니다. 반면 건축 전문가들은 "고딕 형식의 정신"과 신즉물주의의 현대적 결합을 높이 평가하며, 1920년대 초 함부르크 콘토르하우스(Contorhaus) 지구 건축과 맥을 같이한다고 평했습니다.

지도부의 기대와 달리 DHV는 국가사회주의 시대에 해체되었고, 고층 빌딩은 나치 조직인 독일노동전선(Deutsche Arbeitsfront)에 넘어갔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폭격에서 대부분의 건물이 무사히 살아남았습니다. 덕분에 영국 점령군은 항복 이후 새로운 함부르크 경찰청이 입주하기 전까지 이 건물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클레터막세부터 헬무트 슈미트까지, 헤드라인을 장식한 건물

역사적으로 중요한 공간들이 이 건물에 남아 있습니다. 1953년에는 유명 영화 예술가 '클레터막세(Klettermaxe)'가 9층의 대형 함부르크 깃발에 매달리는 장면으로 다시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깃발이 찢어지는 순간 군중은 충격에 휩싸였지만, 스턴트맨은 열린 창문으로 뛰어들어 간신히 몸을 구했습니다. 1962년 2월 대폭풍 해일이 닥쳤을 때는 당시 내무부 상원의원이던 헬무트 슈미트(Helmut Schmidt)가 이곳에서 독일연방공화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호·구조 작전을 지휘했습니다. 소위 '상원의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군용 헬리콥터를 동원했으며, 소방대와 경찰을 총지휘했습니다. 경찰청 위기대책팀이 바로 이 방에서 일한 것입니다.

DAG 건물에서 브람스 콘토르로

1956년부터 옛 DHV 본사는 독일 직원노조(DAG)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현재 후속 조직인 ver.di는 한 자산운용사와 함께 이 건물을 '브람스 콘토르(Brahms Kontor)'라는 이름의 사무실 건물로 마케팅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벽돌 건물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함부르크 시민들에게 '옛 DAG 건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이 건물과 유명한 작곡가 브람스의 관계는 요하네스 브람스 광장(Johannes-Brahms-Platz)에 위치해 있다는 점 외에는 전혀 없습니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뛰어난 건축 유산을 보여주는 이 건물은 2003년 문화재로 등록되었습니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대대적인 개보수와 부분 철거, 내부 재건축을 거치며 다시 한번 화려함을 되찾았고, 지금은 아르데코풍의 조명과 웅장한 색상의 타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브람스 콘토르는 영화 촬영 장소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2014년 가을 함부르크에서 일부 촬영된 할리우드 스릴러 《A Most Wanted Man》에서는 아케이드, 웅장한 로비, 회의실이 약 780초 동안 화면에 등장했습니다. 한편 알스터에서 요하네스 브람스 광장으로 미국 영사관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이 보도된 바 있으나, 결국 무산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