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설이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1911년 함부르크에서 진수된 4돛대 범선 '베이징호(Peking)'는 1932년까지 세계 바다를 누비던 화물선이었고, 이후 40년 넘게 뉴욕의 박물관 선박으로 자리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9월 7일, 이 배는 드디어 태어난 항구인 함부르크로 영구 귀환했습니다.
함부르크 문화 상원의원 카르스텐 브로스다(SPD)는 베이징호가 한자 도시의 박물관 선박으로 돌아온 날 "이것은 함부르크 항구의 심장부로 되돌아오는 해양 역사 그 자체"라고 말했습니다. 복원 현장 투어를 통해 관심 있는 시민들은 2022년 정식 개관 전부터 이미 이 역사적인 대형 선박을 직접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2017년 7월, 4개의 돛대를 가진 이 범선은 해외를 떠도는 지 85년 만에 뉴욕에서 독일로 반입되었습니다. 더 이상 스스로 항해할 수 없게 된 배는 부양식 거치선(플로팅 도크)에 실려 대서양을 건넜고,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Wewelsfleth의 페터스(Peters) 조선소에서 수년간 복원 작업을 거쳤습니다. 아래에서 베이징호의 풍파 많은 생애를 시대별로 짚어봅니다.
해운회사 F. Laeisz의 '플라잉 P-라이너'
화물선 '베이징'은 유명 해운회사 F. Laeisz가 운용한 '플라잉 P-라이너(Flying P-Liner)' 4척 중 하나입니다. 현재까지 남은 자매선으로는 핀란드 Mariehamn의 '포메른(Pommern)', Travemünde의 '파사트(Passat)', 그리고 구 '파두아(Padua)'가 있습니다. 파두아는 오늘날 러시아 훈련선 '크루젠슈테른(Kruzenshtern)'으로 불리며, 4척 중 유일하게 지금도 항해 가능한 선박입니다. 또 다른 자매선 '파미르(Pamir)'는 안타깝게도 1957년 허리케인으로 침몰했습니다.
해외 무역을 위해 건조된 '베이징'
'베이징'은 함부르크의 명문 조선소 블롬 운트 포스(Blohm + Voss)에서 건조되어 1911년 2월 25일 진수되었습니다. 길이 약 115m에 달하는 이 배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범선 중 하나였습니다. 1912년부터 약 5,300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강선(鋼船)은 칠레와의 초석 무역에 투입되었으나, 1914년 8월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 칠레에서 나포되는 아픔을 겪습니다. 1928년에는 '프리발(Priwall)', '파두아', 그리고 '베이징' 등 3척의 플라잉 P-라이너가 동시에 함부르크 항구에 정박하기도 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베이징'은 처음 런던으로 옮겨졌고, 1921년에는 배상금 명목으로 이탈리아에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2년 후 F. Laeisz는 다시 이 배를 매입해 함부르크–칠레 항로의 화물선으로 복귀시켰습니다. 이 배는 남미 대륙 남단의 전설적인 케이프혼(Cape Horn)을 무려 34회나 돌았습니다. 모험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어빙 매클루어 존슨(Irving McClure Johnson)은 1929년 이 항로에서 극심한 폭풍우를 뚫고 케이프혼을 돌파하는 장면을 필름에 담았고, 이 기록은 지금도 해양사의 귀중한 영상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함부르크에서 영국을 거쳐 뉴욕까지
그러나 증기선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범선 화물선의 수익성은 급격히 떨어졌고, 여기에 1930년대 초 경제 위기까지 겹쳤습니다. 결국 1932년 F. Laeisz는 '베이징'을 영국에 매각했습니다. 배는 새 이름 '아레투사(Arethusa)'를 받고 잉글랜드 동남부 Upnor에 정박된 고정식 훈련선으로 새 삶을 시작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한동안 영국 서부로 옮겨졌다가 1945년 Upnor로 돌아왔습니다. 다른 많은 대형 선박들과 달리 '베이징'은 더 이상 항해하지 않는 배였기에 엔진 장착 등 현대화 개조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1974년 영국 소유주는 이 배를 뉴욕 사우스스트리트 시포트 박물관(South Street Seaport Museum)에 매각했고, '베이징'은 원래 이름을 되찾은 채 이스트 리버에서 40년 넘게 박물관 선박으로 정박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박물관에 4돛대 범선을 복원할 재정적 여력이 없으면서 배의 상태는 해가 갈수록 눈에 띄게 악화되었습니다.
Wewelsfleth에서 3년간 이어진 복원
2002년 '베이징의 친구들(Friends of Peking)' 협회 회원들은 배를 함부르크로 데려오기 위해 처음으로 뉴욕 박물관과 협상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박물관은 매우 높은 매각가를 요구했고, 절실히 필요한 복원 비용을 댈 후원자를 찾기 어려워 사업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전환점은 2015년 봄에 찾아왔습니다. 박물관이 '베이징'의 정박지를 비우겠다고 발표하고 배를 양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입니다. 이후 연방 정부는 선박의 독일 운송·복원 및 함부르크 항 내 정박지 조성에 약 2,600만 유로를 지원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017년 여름 '베이징'은 도크선에 실려 독일로 향했고, Wewelsfleth의 페터스 조선소에서 총 3,850만 유로를 들여 대대적인 복원 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2년 후 배는 새로 도색을 마친 채 드라이독을 떠났으며, 2020년 5월 남은 복원 작업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엘브필하모니 맞은편, 최종 정박지
9월 7일, '베이징'은 당분간 마지막이 될 항해를 마무리합니다. Wewelsfleth 조선소에서 함부르크로 옮겨진 이 역사적인 4돛대 범선은 환영 팡파레 속에서 고향 항구로 돌아왔습니다. Bremer Kai의 임시 정박지에 머문 대형 선박은 현재 박물관 선박으로 활용되기 위한 준비 작업을 거치고 있습니다. '베이징'은 최종적으로 엘브필하모니(Elbphilharmonie) 맞은편에 정박하게 되며, Kleiner Grasbrook에 새로 건설될 독일 항구 박물관(Deutsches Hafenmuseum)의 핵심 전시물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