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서기 80년, 로마 콜로세움 개관식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며칠 전 1세기 로마인을 '인터뷰'하며 티베리우스, 칼리굴라, 네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면, 오늘은 과감히 타임머신을 타고 서기 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플라비우스 원형극장, 훗날 콜로세움으로 불리게 될 그 웅장한 건축물의 개관식에 참석해 보려 합니다. 현재 황제 티투스의 아버지인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약 10년 전, 네로 황제가 로마 대화재 후 자신의 영광을 위해 지은 호화궁전 도무스 아우레아의 폐허 위에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를 착공했습니다. 본래 '플라비우스 원형극장'(건설을 명한 왕조의 이름을 따서)이었던 명칭은, 네로의 거대한 청동상 '콜로서스' 때문에 '콜로세움'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로마답게 개관 축제는 무려 100일간 계속됩니다.

서기 80년, 로마 콜로세움 개관식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빌빌리타의 시인 마르티알리스, 나의 시세로네

이 시간 여행의 안내자(시세로네)는 빌빌리타 출신의 시인 마르티알리스입니다. 열렬한 인사와 건강, 가족 안부를 묻는 통상적인 대화(교육을 받은 사람답게, 나는 우리를 괴롭히는 팬데믹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았습니다) 끝에, 마르티알리스는 당연하게도 나더러 검투 경기에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가장 먼저 마주한 건 변하지 않은 진리: '무료'라는 글자는 곧 밀치기와 긴 줄을 의미했습니다. 검투사 결투에 관심이 있던 나는 마르티알리스에게 원형극장 입장을 미루고 한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어떠오, 간단히 요기나 하며 이야기 좀 나눌까? 경기 일정을 보니 오전에는 맹수 사냥과 사형수 처형이 있고, 내가 보고 싶은 검투사 결투는 오후에 있소."

마르티알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이끌었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야외 테라스가 있는 패스트푸드점 같은 카우포나(caupona)에 도착했고, 동료는 물 탄 포도주 한 카라프와 치즈를 주문했습니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로마 건축물의 견고함에 대해 화제를 꺼냈습니다. 마르티알리스가 잔을 들어 포도주(물 탄 것)를 한 모금 마시더니, 그로마, 초로바테스, 기중기 같은 측량 도구와 거대한 석재 블록, 목재 비계가 어떻게 어우러져 학술 논문 같은 건축물을 탄생시켰는지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호기심이 풀리자 나는 두 번째 포도주 주전자를 청했습니다(걱정 마세요, 당시엔 물 타지 않은 포도주를 마시는 건 야만인 짓이었습니다). 그리고 화제를 공공사업의 예산 초과 문제로 돌렸습니다.

"있었지, 친구. 있었어. 건축가가 공공사업을 맡으면 비용을 산정해 집정관에게 제출하고, 공사가 끝날 때까지 자기 재산을 담보로 맡겨야 해. 완공 후 실제 비용이 견적과 같으면 영예를 얻고, 4분의 1 이하로 초과하면 국고가 부담하지만, 그 이상이면 건축가 재산에서 충당하지."

로마에선 이 문제를 일찌감치 뿌리 뽑았구나 싶었습니다. 히스파니아 속주에선 여전히 낙찰자의 탐욕에 비례해 추가 비용을 떠안고 있으니까요.

서기 80년, 로마 콜로세움 개관식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제도를 오늘날 어떻게 적용할까 궁리하던 중,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고개를 돌리자 한 여성이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가 화답하기도 전에 세상이 슬로모션처럼 느려졌습니다. 그녀의 왼쪽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와 눈을 감았고, 오른쪽 눈은 뜬 채로였습니다. 젠장! 그 윙크 한 방에 모든 환상이 깨졌습니다. 그녀가 코파이(copae) 길드, 즉 카우포나 주변에서 일하는 매춘부라는 확실한 신호였습니다. 찬물을 끼얹은 기분으로 정신을 차리니… 마르티알리스가 배를 잡고 웃고 있었습니다. 티투스 플라우투스조차 탐냈을 시트콤 같은 장면의 일등 관객이었던 겁니다.

"자, 원형극장으로 가세. 검투사 결투 시작하면 꽉 찰 테니까."

파넴 에트 키르켄세스, 빵과 서커스

콜로세움에 다가갈수록 파넴 에트 키르켄세스(panem et circenses)가 현실임을 실감했습니다. 음식과 오락으로 대중을 진정시키고 양떼처럼 몰고 가는 것. 나 역시 순순히 '양'이 되어 흐름에 맡겼습니다.

경기는 무료였습니다(예루살렘 정복자 티투스 황제가 비용을 댔습니다). 하지만 입장권은 필요했습니다: 문 번호, 토문(吐門, vomitory), 좌석 번호가 새겨진 작은 진흙 조각. 좋은 주인이었던 마르티알리스가 미리 구해두었습니다. 우리는 표에 적힌 문, 즉 10번 문(X)으로 들어가 5번 토문(V)을 거쳐 L과 LI번 좌석에 앉았습니다. 자리에 앉기 전 잠시 원형극장의 위용을 감상하려는데… 모래바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수십 명의 노예가 쏟아진 피를 모래로 덮고, 맹수와 사형수의 시체 잔해를 치우고 있었습니다. 나는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내 위장이 이 잔혹한 광경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었죠. 동행이 눈치 채고 잠시 시간을 주었습니다.

생각에 잠긴 채 관중석을 둘러보니, 좌석 위치가 신분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높을수록 낮은 신분, 원형극장 최상단(마에눔)은 가난한 자들과 여성의 자리였습니다(원로원 의원과 귀족의 아내들은 남편 곁에 앉았지만).

서기 80년, 로마 콜로세움 개관식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갑자기 나팔소리가 울렸고, 좌석 아래서 용수철이라도 튀어 오르듯 관중이 일제히 일어섰습니다. 나 역시 내면의 도덕적 논쟁을 접고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검투사들이 마치 열병식처럼 아레나로 입장했습니다. 5만 명(아니면 4만 9,999명)의 함성 속에서 아레나의 세부 사항을 모두 파악하기란 불가능했습니다. 나는 마르티알리스 귀에 대고 물었습니다. 검투사들이 황제 앞에서 의례적 인사를 했느냐고, "아베 카이사르, 모리투리 테 살루탄트 (황제여, 죽으러 가는 자들이 그대에게 경례하나이다)".

그가 고개를 돌리며 나를 보는 눈빛은 '무슨 소리요?' 그 자체였습니다. 정적이 흐르고, 그가 내 오해를 풀어주길 기다렸습니다.

"자네, 검투사들이 그런 의례 인사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그건 나우마키아(naumachia), 즉 실제 크기의 해전 재현에서만 있었던 일이야."

내 무의식은 바보처럼 보이지 않으려 애썼지만, 얼굴은 내 무지를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마르티알리스가 한숨을 쉬며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독재관이 되었을 때, 전례 없는 구경거리로 민심을 얻으려 첫 나우마키아를 열었네. 마르스 광장에 거대한 원형 해자를 파고 티베르 강과 수로로 연결해 인공 호수를 만들었지. 비레메스, 트리레메스, 심지어 거대한 콰드레메스까지 수용할 만큼 컸어. 2,000명의 전투원과 4,000명 이상의 노잡이가 참여했는데, 대부분 포로와 사형수였네. 아우구스투스 시대엔 티베르 강 건너편, 길이 1,800피트 너비 1,200피트 인공 연못에서 그리스-페르시아 살라미스 해전을 재현했지. 30척의 삼단노선과 더 많은 소형 선박, 노잡이 제외 3,000명이 싸웠네."

영화 <배틀쉽>과 보드게임 '해전 게임'을 합친 것 같지만, 특수효과 없이 진짜 피가 흐르는 쇼라니 놀랍습니다. 그래도 내가 알던 검투사의 인사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다시 묻자 마르티알리스가 이어갔습니다.

"걱정 말게, 곧 나올 거야. 약 30년 전 클라우디우스 황제도 브리타니아 전승 기념으로 푸키누스 호수에서 나우마키아를 열었네. 거기서 노잡이와 전투원들이 황제를 향해 '죽으러 가는 자들이 그대에게 경례하나이다'라고 외쳤지. 그것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아베 카이사르'는 나중에 누군가 신빙성을 주려고 갖다 붙인 거야. 솔직히 말해, 익사하든 서로 죽이든 어차피 죽을 운명이니 그런 저주 같은 인사를 한 게 이상할 것도 없지."

설명이 끝나자 간식을 파는 상인이 관중석 사이를 누비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불행히도 영화 <라이프 오브 브라이언>의 그 장면—"종달새 혀, 물총새 간, 멧돼지 뇌, 재규어 귀, 암늑대 젖… 식기 전에 사가세요!"—이 너무 생생해서, 지금 파는 게 뭔지 알면서도 구역질이 날 뻔했습니다. 정중히 사양하고 다시 검투사들에게 집중했습니다.

죽음을 건 결투, 시네 미시오네(sine missione)

이번엔 황제의 사면 가능성을 둔 채 죽을 때까지 싸우는 시네 미시오네 경기였습니다. 마르티알리스 설명으로는 보통 첫 피만 내면 끝나는 시합이지만, 오늘은 100일 축제의 첫날이라 특별했답니다. 음악가, 주최자(에디토르), 다른 검투사들이 물러나고 첫 번째 쌍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수마 루디스(summa rudis)라 불리는 심판—보통 은퇴한 명검투사—이 흰 가운에 나무 검(루디스)이나 채찍을 들고 규칙 준수, 즉 페어플레이를 감독했습니다. 부상당하면 경기를 멈추고(첫 피), 싸우기 싫어하면 채찍으로 독려도 했습니다. 추첨 결과 첫 대결은 그물과 삼지창의 레티아리우스(Retiarius)와 방패, 투검, 글라디우스를 든 삼니테(Samnite)였습니다.

"레티아리우스가 그물로 삼니테를 걸면 끝장이야."

처음부터 레티아리우스가 공세로 나섰습니다. 삼니테는 그물을 피하고 삼지창을 막아내며 방어했습니다. 관중은 공격자를 환호하고 수비자를 야유했습니다. 나 역시 즐기는 척 연기했습니다. 순간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삼니테가 그물을 피하려 무릎을 꿇으며 방패로 삼지창을 막는 순간, 레티아리우스의 왼쪽 옆구리가 드러났습니다. 삼니테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글라디우스를 허벅지에 꽂았습니다. 비명을 지르며 무릎 꿇은 레티아리우스에게 방패 가격이 날아들었습니다. 관중의 총아이자 배팅 1순위였던 그물 검투사가 위기에 몰렸습니다. 이제 '존경하는 관중'이 판결을 내리고 황제가 생사를 결정할 차례. 나는 이미 피를 충분히 봤기에 주먹을 쥐고 엄지를 치켜들었습니다.

"아레나 들어올 때 반응 보니 피 더 보고 싶진 않을 줄 알았는데."

"이 사람아, 이건 생명의 표시야." — 나는 주먹 쥔 채 엄지를 위로 뻗으며 대답했습니다.

마르티알리스의 말에 관중을 다시 보니, 표정이 엄지 방향과 정반대였습니다. 피에 굶주린 듯 잔혹한 얼굴들이 엄지를 목 쪽으로 치켜세우며 "유굴라!(Iugula!)" — 목을 쳐라! — 를 외쳤고, 자비로운 표정의 관중들은 엄지를 아래로 내리며 "미숨!(Missum!)" — 살려줘! — 를 외쳤습니다. 뭔가 이상했습니다. 다시 동료가 내 치명적 실수를 바로잡아 주었습니다.

"자네 정말 히스파니아에서 온 거 맞나? 물 안 탄 맥주나 포도주 마시는 동네에서 온 것 같구만. 죽이라는 건 주먹 쥐고 엄지를 목 쪽으로 뻗는 거야, 그래서 '유굴라!'를 외치는 거고. 살려주라는 건 엄지를 아래로 향하는 거야, 글라디우스를 칼집에 넣거나 모래에 꽂는 동작이지, 그래서 '미숨!'을 외치는 거네. 그리고 패자가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을 펴 보이는 건 자비를 구하는 표시야."

내가 확신하던 지식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얼른 엄지를 아래로 돌리며, 1872년 장레옹 제롬의 유화 <폴리체 베르소(Pollice verso)>와 이를 참고한 리들리 스콧의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속으로 저주했습니다.

서기 80년, 로마 콜로세움 개관식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내 마음이 바뀌었든 말든, 황제는 다수 관중의 뜻에 따라 엄지를 아래로 하며 레티아리우스를 살려주었습니다.

"관중의 총아니까. 황제도 알지. 아마 첫 패배일 걸. 삼니테에 건 놈들은 횡재했겠어."

"저 친구, 노예야? 포로야? 죄수야?" — 그의 사연이 궁금해 물었습니다.

"셋 다 아냐. 정반대지. 자유민이야. 돈과 명예를 위해 싸우는 자원자. 네가 말한 것 같은 강제 검투사도 많지만, 인기 있고 유명한 건 자원자들, 아우크토라티(auctorati)야. 직업이 검투사라고 할 수 있지만, 장밋빛 인생은 아니지. 명성과 부를 얻고 대중의 우상이 되기도 하지만, 로마 사회에서의 신분은 매춘부와 같아. 사실 검투사가 되면 시민권을 포기하거든. 검투사 학교(루두스)에 들어가 라니스타(lanista)와 보통 5년 계약을 맺고, 합의하면 같은 기간 연장도 가능해. 그 대가로 돈을 받지."

"좋네, 마르티알리스. 하지만 아레나에 오를 때마다 목숨을 거는 거 아냐?"

"앞서 말했듯 대부분 첫 피만 내면 끝나. 오늘처럼 죽기 살기는 드문 경우야. 이건 비즈니스거든. 에디토르가 민심 얻으려, 표 얻으려, 판사 자리 노려서 경기를 주최하고 라니스타에게서 검투사를 빌려오는데, 당연히 돈을 내. 죽기 살기면 훨씬 비싸. 죽은 검투사는 라니스타가 다른 공연에 쓸 수 있는 전력이 하나 줄어드니까. 훈련비, 유지비, 자원자 급여를 회수하려면 여러 번 싸워야 수익이 나. 그래서 자원 검투사들은 보통 1년에 서너 번만 싸워."

"자원자라 학교에서 특혜 받나?"

"약속된 급여 외엔 차이 없어. 계약하면 똑같은 검투사일 뿐. 같은 스파르타식 훈련, 같은 숙소, 같은 식사, 같은 의료 혜택."

"그 훈련 견디려면 더 잘 먹겠지?"

"케나 리베라(cena libera), 즉 에디토르가 경기 전날 베푸는 만찬 빼곤 별반 다르지 않아. 그때는 진수성찬에 포도주 실컷 마시고 여성들도 오지만, 평상시 식단은 주로 곡물, 콩, 채소, 특별한 날 약간의 고기. 경기 후엔 식물 재를 물에 녹여 꿀 탄 강장제를 마시지. 의료 혜택도 물어보려 했지? 미리 말해두지 — 이 부분은 달라. 로마 최고 부자들의 주치의들이 검투사들을 봐줘. 상품 관리를 해야 하니까."

"다 남자지?" — 어떤 답이든 나오리라 예상하며 물었습니다. 내 무지 수준이 거의 바닥임을 알았으니까요.

"북쪽 고향 말로 '있어, 있어'. 여기선 글라디아트릭스(gladiatrix)라고 불러. 일부 자원자로 생계 삼기도 하지만, 좀 상징적이야. 오늘 같은 큰 경기에서 여자 시합은 절대 없어. 소도시나 덜 중요한 곳에서나 볼 수 있지. 사실 타락한 거야."

여행 중 가장 입맛이 쓰던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21세기에 살지 않음을 상기하고, 마땅한 반박을 삼켰습니다. 과거의 사건을 현대의 사고방식으로 재단하는 건 큰 실수니까요. 그 발언은 무시하고 검투사 이야기에 집중했습니다.

"여자 참가가 타락이면 왜 허용하오?"

"검투 경기 자체가 타락이야. 기원은 에트루리아 시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기리려 포로끼리 싸우게 한 장례 의식에서 시작했어. 장례 의식이 구경거리로 변질됐고, 나중엔 맹수 사냥, 사람 대 맹수까지 추가됐지. 쇼가 시들지 않게 하려고. 처음 여자 시합은 비공개였어. 황제, 원로원, 집정관이 손님 접대용으로 여자 검투사를 내세웠지. 일종의 에로틱-축제 쇼였고, 나중에 어떤 에디토르가 아레나로 끌어들인 거야. 당연히 해 진 뒤에만 열렸지."

세 개의 문, 세 개의 운명

마르티알리스가 검투사 강의를 이어가는 동안, 아레나에선 사면받은 레티아리우스가 노예 둘의 부축을 받으며 사나비바리아(Sanavivaria) 문으로 나갔습니다. 죽이라는 판결이었다면 리비티나리아(Libitinaria) 문으로 시체가 나갔겠죠. 승리한 삼니테는 관중이 던진 선물 꾸러미를 챙기며 트리움팔리스(Triumphalis) 문으로 개선했습니다. 다음 경기 준비가 한창인 사이 마르티알리스가 아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자, 나는 문득 현대 사회에서 '엄지 척'이 긍정, '엄지 내림'이 부정을 뜻하는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어쩌면 기독교가 이 상징을 뒤집었는지도 모릅니다. 엄지 위로(하늘) = 선/구원, 엄지 아래(지옥) = 악/죽음. 꽤 설득력 있는 가설이었습니다.

마르티알리스와 지인들 대화가 커졌습니다. 끼어들지 않고 혼자 생각하다 황제와 원로원 좌석 옆에서 노예가 든 깃발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늘 예정된 모든 대진표에 에디토르가 삼니테 이름 옆에 V, 레티아리우스 이름 옆에 M을 적어 넣었습니다. 지금까지 본 것과 설명을 종합하면 V는 비키트(Vicit, 이김), M은 미수스(Missus, 용서됨), P였다면 페리트(Periit, 죽음)이었을 겁니다. 공식 결과이자 나중에 베팅 정산용 기록이겠지요. 눈꼬리로 마르티알리스가 굳은 얼굴로 다가오는 게 보였습니다.

"미안하네, 급한 일이 생겨 별장으로 가야겠어.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여기 남아 있거나, 네 숙소까지 데려다주마. 미안하이, 친구."

보고 싶던 건 다 봤으니 나도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마르티알리스를 따라 거리로 나가니 원형극장 문 한쪽에 큰 무리가 모여 있었습니다.

"표 없는 사람들이 입장 기다리는 건가?"

"여긴 입구가 아니라 출구야. 저들은 양심 없는 상인들이지. 저 문 너머가 스폴리아리오(spoliarium)인데, 리비티나리아 문으로 나간 검투사들이 가는 곳이야. 죽은 검투사는 알몸으로 벗겨지고, 죽다 살아난 놈들은 경매에 부쳐지지. 저 상인들은 죽은 자의 땀과 피를 작은 병에 담아 판다. 간질이나 발기부전 치료제라면서. 남의 절박함과 무지 이용해 떼돈 버는 사기꾼들이야."

교외 별장으로 서두르는 마르티알리스와 작별하고, 나는 마차(키시움)를 잡아타고 돌아왔다… 2021년으로. 아직 생생한 여운 속에서 이 이야기를 적어 내려갑니다.

출처: History Tales (Storyt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