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역대 최장 기간의 결투, 무려 19년을 이어가다

19년간 이어진 프랑스군 대위들의 결투

프랑스군의 뒤퐁(Dupont)과 푸르니에(Fournier) 두 대위는 1794년부터 1813년까지 무려 19년에 걸쳐 진행된 역대 최장 결투의 주인공입니다. 단 한 번의 대결로 끝나지 않고 수십 차례 반복된 이 기묘한 라이벌 관계의 시작은 의외로 사소한 사건이었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 스트라스부르의 비극

1794년 스트라스부르에서, 지역 부르주아 출신 청년 블룸(Blumm)은 불행히도 푸르니에 대위와 마주치고 맙니다. 당시 푸르니에는 잔혹한 싸움꾼이자 술버릿조차 극악으로 악명 높은 인물이었습니다. 푸르니에가 먼저 청년을 도발했고, 어린 청년은 그를 결투장으로 부른 것이 운명을 바꾸는 실수가 됩니다. 블룸은 결국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결투 자체는 당시 기준으로 '합법적'이었기에 지역 주민들은 푸르니에를 비난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를 처벌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며칠 후 총사령관이 도시 유력 인사들을 초청한 연회를 열면서, 부하 장교인 뒤퐁 대위에게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푸르니에의 입장을 막으라고 명령합니다. 뒤퐁이 그를 말리려 하자 두 사람은 순식간에 서로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처지가 되고 맙니다.

역대 최장 기간의 결투, 무려 19년을 이어가다

운명적으로 엮인 두 결투자

세 번의 대결과 기묘한 협약

푸르니에가 화기 사용에 능숙하다는 것을 알던 뒤퐁은 의도적으로 검을 선택했고, 첫 대결에서 푸르니에를 크게 다치게 합니다. 그러나 쓰러지면서도 푸르니에는 다시 결투를 청했고, 두 번째 대결에서는 양측 모두 부상을 입으며 세 번째 대결까지 이어집니다. 이렇게 끝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두 사람은 이윽고 다음과 같은 독특한 협약을 맺습니다.

  •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30리그(약 130km) 미만일 경우, 각자 절반의 거리를 이동해 만나 검으로 결투한다.
  • 한쪽이 군무 등의 사정으로 움직일 수 없다면, 상대방이 그 거리 전부를 이동해 직접 찾아가 결투를 신청한다.
  • 군사적 의무로 만남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핑계도 허용되지 않는다.

라이벌이자 친구

흥미롭게도 두 사람 사이에는 편지 왕래가 계속 이어졌고, 서로의 군사적 성과와 승진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까지 했습니다. 검을 뽑아 드는 순간을 제외하면 두 사람의 관계는 오히려 우호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상대가 피를 흘리게 하는 첫 유효 타격으로 대결이 종료되는 명예로운 규칙을 끝까지 지켰습니다.

1813년, 권총으로 마무리된 최후의 결투

19년간의 모든 결투는 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다 1813년, 결혼을 앞두게 된 뒤퐁이 푸르니에가 가장 선호하는 무기인 권총으로 이 문제를 매듭짓자고 제안합니다. 공정한 대결을 위해 마지막 결투에는 특별한 규칙이 적용되었습니다. 각자 권총 두 자루씩을 지참하고, 남북 두 개의 출입문이 있는 울타리로 둘러싸인 사유림에 따로 들어가 서로를 찾아 나서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성 베드로께서 너를 축복하시기를!'

한동안 두 사람은 고양이와 생쥐처럼 숨바꼭질을 벌였지만, 조급함을 드러낸 푸르니에는 두 발의 탄환을 모두 허비하며 라이벌을 쓰러뜨리지 못합니다. 뒤퐁은 푸르니에를 총구로 겨누며 말했습니다.

'네 목숨은 지금 내 손안에 있다. 단 한 가지 조건으로 너를 살려 주겠다. 다시 나에게 결투를 청한다면, 네가 발포하기도 전에 내가 먼저 두 발을 쏠 권리를 가져야 한다.'

푸르니에는 조건을 받아들였고, 19년에 걸쳐 벌어진 30번의 결투가 마침내 막을 내렸습니다.

영화로 재탄생된 실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데뷔작 '결투자(The Duelists, 1977)'의 시나리오는 조셉 콘래드의 소설 '결투(The Duel)'를 원작으로 하며, 이 소설은 바로 뒤퐁과 푸르니에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인 작품입니다.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의 집착과 명예를 걸고 벌인 기이한 라이벌전은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전설이 되었습니다.

출처: Napoleonics 1808-1814, Axis 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