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하늘 위의 결투: 600미터 상공에서 열기구를 타고 맞선 두 결투사

역사상 가장 긴 결투에 관해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오늘 소개할 결투는 길이가 아니라 높이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무려 약 600미터 상공, 즉 하늘 위에서 벌어진 결투였으니까요.

프랑스의 몽시외 드 그랑프레(Monsieur de Grandpré)와 몽시외 드 피크(Monsieur de Piqué)는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무희 중 한 명인 마들모아젤 티레비의 총애와 잠자리까지 함께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런 삼각관계가 오래 지속되기란 어려웠고, 결국 한쪽이 진실을 알아차리며 일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결투를 청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신분 높은 신사였기 때문인지, 혹은 인류 최초의 유인 기구 비행에 성공한 동포 자크 알렉상드르 샤를(Jacques Alexandre Charles)과 니콜라루이 로베르(Nicolas-Louis Robert)에 대한 경의를 담았기 때문인지, 두 사람은 흙바닥에서 벌이는 '천박한' 결투 대신 열기구 위에서 승부를 겨루기로 결심합니다.

열기구 위에서 정해진 특별한 규칙

이 특이한 결투를 위해 독특한 규칙이 마련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한 달이라는 준비 기간 동안 완벽히 동일한 열기구 두 개를 제작해야 했고, 결투 장소는 파리 튈르리 궁(Palais des Tuileries) 인근으로 정해졌습니다.

하늘 위의 결투: 600미터 상공에서 열기구를 타고 맞선 두 결투사

1808년 5월 3일, 이색적인 결투를 지켜보려는 수많은 파리 시민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정해진 규칙에 따르면, 두 사람은 각각 부무장총(블런더버스)을 지니고 올라야 했고, 이 총은 오직 600미터 고도에 도달했을 때만 발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각자 열기구 조종을 전담하는 조종사 한 명씩을 동반해야 했습니다.

운명의 오전 9시

오전 9시, 두 개의 열기구가 하늘로 떠올랐습니다. 약정된 고도에 도달했을 때 두 기구 사이의 거리는 약 80미터였습니다. 먼저 피크가 방아쇠를 당겼지만... 빗나갔습니다. 그랑프레는 침착하게 조준해 총을 쏘았고, 적중했습니다. 다만 목표는 피크가 아니라 그의 열기구였습니다. 열기구는 순식간에 바람을 빼며 파리의 지붕들 위로 추락했고, 피크와 그의 조종사—일종의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였던—는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랑프레는 출발점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무사히 착륙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후 행복하게 잘 살았는지는... 아쉽지만 여러분께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참고 자료

출처 및 이미지: 로버트 발딕(Robert Baldick), 『더 듀얼(The Duel: A History of Duelling)』, Curious Expeditions, PW St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