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로마가 최강 국가가 된 열쇠! '로마 시민권'의 모든 것

로마가 최강 국가가 된 열쇠!  로마 시민권 의 모든 것

영어 단어 '시민권(citizenship)'이 로마 시민권을 뜻하는 라틴어 '키비타스(civitas)'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로마 역사를 논할 때 로마 시민권이 어떤 제도였는지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주제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로마 시민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로마를 최강의 나라로 만든 시민권 제도

로마의 정치 체제는 오늘날 정치 시스템의 모범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상 로마보다 영토가 넓었던 나라는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후대의 역사에 로마만큼 큰 영향을 남긴 나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로마 정치 체제의 장점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이 바로 로마 시민권입니다.

그리스와 로마의 정치 체제를 비교할 때 '시민권' 부분이 가장 큰 차이라고 지적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그리스는 아테네든 스파르타든 다른 민족을 내부에 받아들이는 데 극도로 소극적이었습니다. 반면 로마는 인종, 언어, 종교, 국적이 다른 여러 민족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포용했습니다. 후대 역사학자들 역시 이것이 로마가 최강의 나라였던 이유라고 평가합니다.

로마는 건국 초기부터 그러한 전통을 지녔습니다. 로마를 건국한 것으로 전해지는 로물루스는 이미 사비니인을 내부에 받아들였고, 제2대 왕 누마는 심지어 사비니인 출신이었습니다.

일본의 야마카와(山川) 교과서에는 "로마인들은 에트루리아인의 지배 아래 있다가 독립했다"고 서술되어 있지만, 필자는 이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로마인들은 기본적으로 출신 배경보다 나라를 올바르게 이끌 수 있는 능력에 더 집중했습니다.

로마 왕정의 마지막 세 왕이 에트루리아인이었다고 해서 로마가 에트루리아에게 지배당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화제가 잠깐 옆으로 샜지만, 결론적으로 로마는 건국부터 다른 민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흡수한 나라였으며, 바로 그 점이 로마의 발전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로마 시민권의 특징

로마 시민권의 내용은 시대에 따라 변해 왔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 동산·부동산 등 사유재산이 보장되며, 시민권 여부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습니다.
    • 투표권과 피선거권이 주어지며, 재판을 받을 자격도 있습니다.
    • 17세부터 45세까지 군 복무 의무가 있으며, 60세까지 예비군으로 복무해야 합니다.

로마 시민은 참정권과 재산권이 보장되는 대신 군 복무 의무를 졌습니다. 이 점은 기본적으로 아테네의 시민권과 같지만, 로마와 아테네 시민권의 주요 차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해방노예에게 로마 시민권이 주어집니다.
    • 해방노예의 자녀에게도 로마 시민권이 주어집니다.
    • 투자(기부)를 통해 로마 시민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테네에서는 부모가 모두 아테네 출신이어야만 시민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조차 아테네 시민권이 없었다는 사실은 놀라운 대조입니다.

반면 로마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시민권의 범위를 유연하게 조정해 왔습니다.

특히 해방된 노예에게 시민권을 부여한 점, 그리고 돈을 내면 시민권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점은 아테네와 확연히 다른 부분입니다.

기원전 1세기에 일어난 '동맹시 전쟁(Social War)'은 로마 시민권을 요구하며 벌어진 전쟁으로, 그 결과 로마 시민권은 이탈리아 반도의 여러 도시로 확대되었습니다.

로마 시민권이 가장 크게 확장된 시기는 3세기 초 카라칼라 황제 때입니다. 카라칼라는 '안토니누스 칙령(Constitutio Antoniniana)'을 통해 속주민을 포함해 로마 제국에 사는 모든 자유민에게 로마 시민권을 부여했습니다. 그 결과 로마 시민권의 가치는 폭락했고, 로마 제국은 급속한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카라칼라 황제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고, 기본적으로 로마 시민권의 확대는 곧 군사력의 확대를 의미한다는 점을 짚어두겠습니다.

로마 시민이 많아질수록 병사 수도 늘어납니다. 아테네처럼 장비 등을 자비로 충당해야 했기 때문에 국가의 부담은 적었고, 군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간선도로를 정비해 이동 비용까지 줄이면서 로마군은 갈수록 강력해져 갔습니다.

아우구스투스 시대에는 속주민도 보조병(auxilia)에 지원할 수 있게 되었고, 만기 제대 후에는 세습 로마 시민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로마군은 한층 더 강력해졌습니다.

로마 시민권에 대한 평가와 감상

이민 문제는 바로 현대 선진국들이 직면한 과제이며, 일본도 예외가 아닙니다.

프랑스, 독일 등 EU 국가에서는 나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로마의 흐름을 잇는 두 나라가 모두 이민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지만, 오늘날에도 이민자를 동화시키는 미국이 강한 나라인 것처럼, 다른 민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가장 강하다는 것은 역사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민족에 대한 이러한 관용과 흡수의 이점은 경제적·군사적 이익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지식과 기술이라는 이점도 있습니다. 미국으로 망명한 아인슈타인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로마와 미국이 최강의 나라가 된 것은 어쩌면 일종의 섭리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