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직후 찾아온 새로운 위협
제1차 발칸 전쟁은 그리스가 오랜 지배에서 벗어나 광대한 영토를 되찾는 것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도 잠시, 그리스는 곧바로 그동안 함께 싸웠던 동맹국 불가리아와 정면으로 대립하게 됩니다. 불가리아는 마케도니아 지역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고, 이미 테살로니키에 소규모 병력을 파견해 둔 상태였습니다.
상황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그리스군은 테살로니키에 주둔 중인 불가리아군에게 즉각적인 항복을 요구했습니다. 그리스 참모총장 빅토르 두스마니스(Viktor Dousmanis) 중장은 제2보병사단 사령관 칼라리스(Kallaris) 소장에게 불가리아군에 최후통첩을 보내, 무기를 내려놓고 도시에서 떠날 것을 통보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바로 1913년 6월 18일의 일이었습니다.
집무실에 난입한 프랑스 영사
두스마니스는 집무실에서 사태의 진행 상황을 살피던 중, 테살로니키 주재 프랑스 영사가 급히 자신을 만나겠다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영사는 기다림은커녕 마치 젊은 아틸라처럼 그리스 장군의 집무실에 쾅 하고 뛰어들더니, 민주주의 국가 프랑스의 식민지 노예를 대하듯 믿기 힘들 만큼 비꼬는 어조로 입을 열었습니다.
"불가리아 수비대가 테살로니카를 떠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들었습니다." 그는 노골적이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분노를 드러내며 말했습니다.
"정보는 어디서 얻으셨습니까?" 두스마니스는 태연하게 되물었습니다.
"당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입니다. 출처를 밝힐 의무도 없고요." 프랑스인은 지나치게 버젓한 태도로 답했습니다. "최후통첩은 이미 전달되었다 들었는데, 그 결과까지 고려해 보셨는지 여쭙고 싶군요." 그는 마치 자신의 부하를 대하듯 공격적인 어조로 말을 덧붙였습니다.
드디어 폭발한 그리스 장군
지금까지 침착함을 유지해 오던 두스마니스가 마침내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우리네 안방 문제입니다. 당신이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할 권한이 있다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는 곤란한 표정이 된 프랑스 '외교관'에게 그렇게 답했습니다. 이번에는 프랑스인이 더욱 격앙될 차례였습니다. "곧 내가 권한이 있음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말을 이었습니다. "이 최후통첩은 틀림없이 도시 안에서 적대하는 양군의 충돌로 번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 일에 딱히 관심이 있는 모양이군요." 두스마니스가 답했습니다. "저는 프랑스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니 최후통첩을 철회하십시오." 그는 마치 자기 하인에게 명령을 내리듯 말했습니다. "불가능합니다. 절대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최후통첩이라는 게 당신 생각만큼 쉽게 철회되는 물건이 아닙니다. 불가리아 수비대는 떠나든가, 아니면 응징당할 것입니다." 두스마니스는 분노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시민들의 생명은 물론이고 그들의 이익마저 위험에 처했습니다. 책임을 깊이 헤아리고 최후통첩을 철회하십시오." 건방진 프랑스인은 끝내 윽박질렀습니다.
문밖으로 내던져진 영사
두스마니스는 마음껏 대꾸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우울한 어조로 짧게 잘라 말했습니다. "프랑스의 이익에 정말로 관심이 있다면, 즉시 불가리아 수비대로 가서 정해진 시한까지 최후통첩을 이행하고 떠난다고 선언하라고 요구하십시오." 그는 한 마디 한 마디를 강조하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즉시 프랑스인에게 문을 가리켰고, 문자 그대로 그를 집무실 밖으로 내던졌습니다. 당신과 씨름할 시간에 자신에게는 할 일이 더 많다고 일갈하면서였습니다. 프랑스 영사는 고개를 숙인 채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그리스군은 테살로니키의 불가리아 수비대를 무장 해제시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2차 발칸 전쟁이 발발하면서 두 나라는 전면전에 돌입하게 됩니다. 강대국의 외교관이라는 이유만으로 무례를 서슬지 않던 프랑스 영사와, 그의 건방진 태도에 굴하지 않았던 그리스 장군의 대결은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일화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