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대왕은 지중해를 배로 일주하며 정복한 인물이 아니라, 바다를 둘러싼 육지를 차례로 정복해 나간 정복자였습니다. 흔히 '지중해 세계의 통일'이라는 표현이 쓰이지만, 실제 원정 경로를 보면 그의 눈은 언제나 동쪽, 즉 아시아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동방 정벌이 본질이었다
기원전 334년, 알렉산더는 아버지 필리포스 2세가 남긴 페르시아 원정 계획을 이어받아 헬레스폰토스 해협(오늘날 다르다넬스 해협)을 건넜습니다. 이후 이소스, 가우가멜라 등 결정적인 전투에서 페르시아 제국을 격파하며 제국의 중심부를 무너뜨렸고, 이집트를 거쳐 메소포타미아와 중앙아시아를 넘어 최종적으로는 인더스 계곡까지 진군했습니다.
지중해는 목표가 아니라 배경이었다
그렇다면 왜 지중해 전체를 순항하지 않았을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 육상 국가적 성격: 마케도니아 군대는 세계 최강의 중장보병 팔랑크스를 갖춘 육군이었지, 해군 강국이 아니었습니다. 알렉산더는 함대를 키우기보다 적의 해안 거점을 하나씩 점령해 페르시아 함대의 발판 자체를 없애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 페르시아 제국이 최종 목표: 그의 원정은 어디까지나 페르시아에 대한 복수와 정복 명분으로 출발했으며, 지중해 서부의 카르타고나 로마 같은 세력은 당초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 '알려진 세계'의 끝까지: 알렉산더는 지중해가 아니라 세계의 동쪽 끝을 향해 나아갔고, 인도에서 군대가 더 이상 진군을 거부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중해는 알렉산더에게 정복의 무대였지만 목적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바다를 돌아 항해하는 대신, 해안선을 따라 육로를 진격하며 도시들을 하나씩 손에 넣었고, 그 과정에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를 비롯한 수십 개의 도시를 세웠습니다. 이러한 확장 방식은 훗날 로마가 '지중해 = 우리의 바다(Mare Nostrum)'라고 부르게 되는 고전 고대 세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