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4년 6월 7일에 체결된 토르데시야스 조약(Treaty of Tordesillas)은 카보베르데 제도 서쪽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가상의 분계선을 설정하여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해외 영유권을 구분한 협약입니다. 교황 칙서로 비준된 이 조약을 통해 가톨릭 군주와 포르투갈의 주앙 2세는 아직 탐험조차 되지 않은 신대륙을 분할했으며, 다른 유럽 해양 강국들에게는 이 새로운 땅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프랑수아 1세는 "이 분할에서 자신을 배제하는 아담의 유언 조항"을 직접 보고 싶다며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협상 과정에서 아메리카 원주민, 아프리카인, 아시아인들은 단 한 차례도 의견을 묻지 못했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세계를 나누다
15세기 중반부터 포르투갈은 아시아로 향하는 새로운 무역로를 찾아 대서양으로 진출했고, 아프리카 연안을 따라 무역 거점을 하나씩 설치해 나갔습니다. 1488년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이끄는 포르투갈 탐험대가 인도양의 관문인 희망봉을 돌파하면서 아시아로 가는 길이 마침내 열렸습니다. 그러나 곧 포르투갈은 유럽에서 급부상하던 강국 스페인과 정면으로 경쟁하게 됩니다. 1480~1490년대 포르투갈은 카나리아 제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가톨릭 여왕 이사벨에게 양보해야 했고, 이는 1479년 알카소바스 조약으로 공식화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콜럼버스에 의한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이 이베리아 반도 양국 간 세력권 분계선 설정을 시급한 과제로 만들었습니다. 1493년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첫 번째 칙서를 통해 카보베르데 제도 서쪽 100리그 지점을 북극에서 남극까지 잇는 '표식선'으로 확정했습니다. 이는 스페인에 유리한 결정이었지만, 포르투갈 국왕은 다음 해 이 분계선을 다시 협상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논의는 같은 해 바야돌리드 주의 토르데시야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토르데시야스 조약의 체결
1494년 6월 7일 가톨릭 군주와 포르투갈의 주앙 2세 사이에 체결된 토르데시야스 조약에 따라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앞으로 획득할 해외 영토의 분계선을 확정했습니다. 교황 알렉산데르 6세가 1493년 아조레스 제도와 카보베르데 제도 서쪽 100리그 지점으로 정했던 이 선은 포르투갈의 요청에 따라 370리그(약 1,770km) 서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선 동쪽에서 발견되는 모든 땅은 포르투갈에, 서쪽 땅은 스페인에 귀속되기로 했습니다. 토르데시야스 조약은 1506년 교황 율리우스 2세에 의해 재확인되었으며(인테르 카에테라 칙서), 이후 이 선 동쪽에서 발견되는 모든 영토는 포르투갈령이 되고 서쪽 영토는 스페인 왕관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이 조약은 포르투갈이 가장 탐내던, 동방의 진귀한 향신료로 통하는 무역로를 보장해 주었고, 포르투갈은 아프리카 연안과 아시아에 상관을 잇달아 설립했습니다. 또한 경계선 수정 덕분에 포르투갈은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권리도 확보하게 되었고, 작은 이베리아 왕국은 이곳에 유일한 식민지인 브라질을 건설했습니다.
한편 스페인은 멕시코와 페루를 기반으로 광대한 제국을 건설하며 유럽 최강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아메리카에서 흘러들어온 은과 금은 유럽에서의 전쟁 자금을 조달하는 동시에 구대륙 경제를 활성화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1550년경 스페인은 남미 대륙 거의 전역과 중앙아메리카, 플로리다, 쿠바를 장악했고, 아시아에서는 필리핀까지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금세 도전받은 조약
이미 16세기부터 양국은 토르데시야스 조약을 위반하기 시작했습니다. 포르투갈 식민지 브라질은 분계선을 한참 넘어 확장되었고, 아시아에서는 스페인이 포르투갈 세력권에 속한 필리핀과 테르나테를 차지했습니다. 분계선과 이에 연관된 모든 협정은 1750년 브라질 남서부 국경 분쟁을 해결하는 조약으로 폐지되었으나, 이 1750년 조약 역시 1761년에 파기되었습니다. 양국 간 추가적인 분쟁은 1779년의 또 다른 조약으로 비로소 마무리되었습니다.
북유럽의 해양 국가들(잉글랜드, 프랑스, 네덜란드)은 스페인이 교황청 및 포르투갈과 맺은 각종 조약에 별다른 가치를 두지 않았습니다. 1520년부터 이들의 상선이 점점 더 자주 카리브해에 진입해 큰 섬들에 아프리카 노예를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17세기에는 쇠퇴의 길에 들어선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토르데시야스 조약으로 구획해 놓은 자신들의 세력권 안에서 새로운 식민제국들이 성장하는 것을 두려운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고 문헌
- NEBENZAHL Kenneth, 『콜럼버스와 대발견의 지도』(Atlas of Christopher Columbus and the Great Discoveries), Bordas, 1993.
- LEBRUN François, 『유럽과 세계』(Europe et le monde), A. Colin, 2008 (5판).
- MEYER Jean, 『유럽과 세계 정복: 16~18세기』(Europe et la conquête du monde, XVIe-XVIIIe siècle), A. Colin, 2009 (3판), 3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