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6월 7일 새벽, 영국 육군 원수 허버트 플러머(Herbert Plumer)가 지휘하는 영국 제2군이 서부 전선에서 대규모 공세를 개시했습니다. 목표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천연 요새로 삼았던 벨기에 메신느(Messines)와 이프레(Ypres) 사이의 좁은 능선이었으며, 이 작전은 메신느 전투(Battle of Messines)로 기록됩니다.
플러머가 직접 설계한 공격 계획에는 포병과 보병, 그리고 무엇보다 지질학자들의 지원을 받는 공병대가 투입될 예정이었습니다. 공병들은 우선 독일군 방어선 바로 아래, 언덕 기슭까지 지하 터널을 몰래 파내려간 뒤 다수의 대형 지뢰를 설치해야 했습니다.

메신느 터널
험난한 지형과 독일군의 대(對)지뢰 작전이라는 난관에도 불구하고 공병들은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5월 21일부터 영국 포병은 능선 정상부에 대한 포격을 이어갔고, 6월 7일 오전 2시 50분에 일시 정지가 이루어졌습니다. 플러머는 작전 관제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내일 우리가 역사를 만들지는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반드시 역사를 바꾸고야 말 것입니다.”
오전 3시 10분, 지뢰 폭파 명령이 하달되었습니다. 총 600톤의 폭발물이 19개 지뢰에 장전되어 있었고, 이 폭발만으로 거의 1만 명의 독일군이 목숨을 잃었으며 요새 대부분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어진 보병 공격은 몇 시간 만에 목표를 달성하는 완전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후 독일군의 반격으로 연합군 역시 상당한 추가 사상자를 냈습니다. 당시 폭발한 지뢰의 상세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지뢰 이름 | 장약량(파운드) | 분화구 직경 |
|---|---|---|
| 힐 60A | 53,500 | 191피트 |
| 힐 60B | 70,000 | 260피트 |
| 생텔루아(St Eloi) | 95,600 | 176피트 |
| 홀란트셰스후르 1 | 34,200 | 183피트 |
| 홀란트셰스후르 2 | 14,900 | 105피트 |
| 홀란트셰스후르 3 | 17,500 | 141피트 |
| 쁘띠부아(Petit Bois) 1 | 30,000 | 175피트 |
| 쁘띠부아(Petit Bois) 2 | 30,000 | 217피트 |
| 마델스테데 농장 | 94,000 | 217피트 |
| 페컴(Peckham) | 87,000 | 240피트 |
| 스판브룩몰렌(Spanbroekmolen) | 91,000 | 250피트 |
| 크루이스스트라트 1 | 30,000 | 235피트 |
| 크루이스스트라트 2 | 30,000 | 217피트 |
| 크루이스스트라트 3 | 30,000 | 202피트 |
| 온타리오 농장 | 60,000 | 200피트 |
| 127 참호 좌측 | 36,000 | 182미터 |
| 127 우측 갱도 | 50,000 | 210피트 |
| 122 좌측 갱도 | 20,000 | 195피트 |
| 122 우측 갱도 | 40,000 | 228피트 |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19개의 지뢰가 설치되었음에도 일부는 폭발하지 않았고, 영국군은 해당 지뢰들의 정확한 위치 기록마저 잃어버렸거나 누락해 버린 것입니다.
그중 하나인 폐허가 된 농가 아래의 쁘띠 두브(Petit Douve) 지뢰는 독일군에게 발각되어 파괴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영국 일간지 더 텔레그래프(The Telegraph)의 보도에 따르면 이 지뢰는 여전히 농장 헛간 아래에 남아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마휴(Mahieu) 가족은 오늘날 “바스 쿠르(Basse Cour)”라 불리는 이 농장을 재건했고, 지금도 발밑 22톤의 폭발물 위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잠자리를 방해할 만큼 걱정되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줄곧 그 자리에 있었는데, 하필 지금 터질 이유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침착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1955년 6월 17일, 르 펠랭(Le Pelerin) 인근에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번개가 우연의 일치로 사라진 지뢰 하나 바로 위에 세워진 전주에 떨어지면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희생자는 소 한 마리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 마지막 지뢰 인근에 또 다른 지뢰가 묻혀 있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확인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지뢰는 오늘날까지도 정확한 위치가 파악되지 않은 채 벨기에 땅속 어딘가에 잠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