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 상태를 세세하게 알아야만 기동하고 싸울 수 있다." — 손자(손자병법)
전투가 벌어질 지형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지형과 상황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전투 차량을 설계할 기술적 역량과 엔지니어가 있어야 합니다. 역사 속 엔지니어들은 참호를 파고, 물 위를 건너고, 심지어 하늘을 나는 전차까지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제작·시험된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넬리(Nellie, 흰토끼 6호 · 경작자 6호) — 1939년. 무게 130톤, 길이 23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한 '경운기'는 스스로 참호를 파내며 적진 앞까지 전진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최전선에 도달하면 뒤따르던 아군 부대가 참호를 따라 적진을 공격하는 구상이었습니다.

DD 전차(Duplex Drive, 일명 '도널드 덕 탱크') —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투입된 셔먼 전차의 수륙양용 개조형입니다. 방수 천막 덕분에 물에 뜰 수 있었고, 후방에 장착된 한 쌍의 프로펠러가 물속에서 추진력을 담당했습니다.


켄타우로스 불도저(Centaur Bulldozer) — 1944년. 포탑을 제거하고 블레이드를 장착한 크롬웰(Cromwell) 전차입니다. 해안 장애물 제거를 위해 만들어진 장갑 군용 불도저였습니다.

CDL(채널 방어 조명, Canal Defence Light) — 강력한 서치라이트를 장착한 개조 포탑을 갖춘 전차입니다. 적 진지를 밝혀 야간 공격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적의 눈을 직접적으로 멀게 하여 방어를 무력화하는 용도로도 활용되었습니다.

1915년 프로젝트

CDL — 제2차 세계대전
지뢰 도리깨(Flail, '게') — 1942년. 회전하며 지뢰를 폭파시키는 거대한 사슬을 장착한 전차입니다.


해안 장갑 구난 차량(BARV, Beach Armoured Recovery Vehicle) — 1944년. 차체가 방수 처리되었고, 최대 3m 깊이의 물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포탑이 더 높은 장갑 구조물로 교체되었습니다. 임무는 해변에 좌초된 차량을 끌어내거나, 갇힌 소형 보트를 바다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경우에 따라 견인 체인 연결을 담당하는 다이버가 승무원에 배속되기도 했습니다.


왕립공병 장갑차(AVRE, Armoured Vehicle Royal Engineers) — 부대의 기동과 전진을 지원하기 위해 공병이 운용한 일련의 군사공병 장갑 차량군입니다.

강철봉으로 보강된 캔버스 릴을 전개하여 연약한 지반 위에 통행로를 만들고, 차량의 통행을 돕습니다.

나무 줄기와 가지를 묶은 파시온(fascine)을 장착하여 도랑이나 와디를 메우는 데 사용하며, 내부에는 배수용 파이프가 들어 있습니다.

양쪽 끝에 신축식 경사로를 갖춘 무포탑 전차로, 다른 차량이 지형 장애물을 오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콘크리트 벽에 폭약을 설치한 뒤, 안전한 거리에서 기폭합니다.

1분 남짓 만에 폭 9미터 이하의 하천을 건널 수 있는 다리를 전개합니다.
차르 탱크(Tsar Tank) — 1914년. 앞바퀴 지름 9m, 길이 약 18m, 폭 12m, 중량 60톤, 승무원 10명, 대포 10문을 갖춘 삼륜형 장갑차입니다. 너무 거대한 나머지 실전성이 없었습니다.

골리앗(Ladungsträger Goliath) — 1942년. 차르 탱크와 정반대 개념의 초소형 궤도 차량으로, 케이블 또는 원격 조종으로 유도되며 60kg이 넘는 폭발물을 싣고 멀리서 기폭할 수 있었습니다.

안토노프 A-40(비행 전차) — 1942년. T-60 경장갑차를 경량화해 목제 날개에 결합하고, 다른 항공기가 견인하는 글라이더 형태로 만든 것입니다. 착륙 시 모기(母機)가 하강하면 전차가 엔진을 시동하고, 지면에 닿기 직전 날개를 분리해 궤도 위를 굴러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발상이었지만… 실행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하밀카르 마크 I(Hamilcar Mk I) — 전차가 통째로 나무 글라이더 내부에 실려 이동하고, 모항공기에서 투하될 때 함께 착륙하는 방식입니다.


베스파 150 TAP(Troupes Aéro Portées) — 1956년. 프랑스 낙하산병이 사용한 개조형 베스파 스쿠터로, 보강된 프레임에 무반동포를 얹었습니다. 드골 장군의 명령으로 알제리 반란 진압 작전에 투입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비실용적이라 판단되어 폐기되었습니다. 스쿠터에서 직접 발사도 가능했지만 효과가 전혀 없어, 지상 고정용 삼각대가 함께 지급되었습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밖에도 더 많고 더 기이한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여기서는 실제로 제작된 몇 가지 샘플만 소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