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스카치(Rayuela)』는 결코 쉽게 읽히는 소설이 아니지만, 그만큼 강렬하고 매혹적인 작품입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거장 훌리오 코르타사르(Julio Cortázar)가 1963년에 선보인 이 걸작은 투박하면서도 교양 있고 세련된 문체 덕분에 스페인어권 문학의 아이콘이 되었으며, 무엇보다 소설을 서로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읽을 수 있는 전례 없는 구조로 유명합니다. 인쇄된 순서 그대로 책장을 넘겨도 좋고, 각 장 끝에 제시된 안내에 따라 다음에 읽을 장을 찾아 이동해도 좋습니다.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도시 파리입니다. 프랑스 수도에서 집필한 코르타사르는 등장하는 장소들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묘사하여, 독자들이 페이지를 넘기며 빛의 도시 파리를 직접 거닐 듯한 경험을 하게 만듭니다. 실제로 오늘날에는 『홉스카치』에 등장하는 파리의 명소들을 따라가는 관광 코스까지 마련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올해로 초판 출간 50주년을 맞은 이 작품은 우리 시대 문학의 진정한 고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세 가지 독법, 무한한 가능성
소설은 총 15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첫째, 첫 페이지부터 시작해 56장에 도달할 때까지 책의 물리적 순서를 따르는 전통적인 독법. 둘째, 책 말미의 '안내표(tablero)'를 따라 장을 건너뛰고 되돌아가며 완전히 다른 순서로 읽는 독법. 마지막으로 독자 자신이 원하는 임의의 순서대로 읽는 방법입니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콜라주와 같은 성격을 드러내는데, 특정 인물의 목소리뿐 아니라 다른 작가와 다른 분야의 텍스트들까지 자유롭게 삽입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의 독법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즈와 예술이 흐르는 백과사전적 소설
잘 알려져 있듯이 코르타사르은 평생의 음악 애호가(멜로마니아)였고, 특히 재즈에 대한 감각이 남다른 인물이었습니다. 장거리 비행 중 작가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며 재즈의 역사를 매혹적으로 들려주었다는 일화는 이미 고전이 되었는데, 미국 대중음악에 대한 이러한 애정은 『홉스카치』 곳곳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동시에 그의 심오한 박식함도 이 신비로운 소설의 페이지에 새겨져 있습니다. 로베르토 아를트, 루이 암스트롱, 앙토냉 아르토, 샤를 보들레르, 윌리엄 포크너, 호메로스, 주안 미로, 테로니어스 몽크, 찰리 파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딜런 토머스, 베시 스미스 등 음악, 회화, 문학, 철학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 다채로운 인용을 통해 작품 속에 등장합니다.
50주년 기념 행사
학계에서 열리는 『홉스카치』 50주년 기념 행사에는 학술 강연과 특별판 출간 등이 포함되며,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존경받는 작가 중 한 명이자 라틴 아메리카 문학 붐(Latin American Boom)의 핵심 인물인 코르타사르의 작품 세계를 사랑하는 독자 커뮤니티를 위한 다양한 활동도 함께 진행됩니다. 본 페이지에서 『홉스카치』 50년의 역사를 조명하는 특별 기사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