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약 7억~6억3,500만 년 전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 시대에 고대 빙하가 최대 10억 년에 달하는 지질학적 시간을 담은 암석을 깎아냈다는 추가 증거가 확인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지각 주변부에서 최대 5km 두께의 암석이 침식되며 형성된 지질학적 기록의 거대한 공백, 이른바 지구의 대부정합(Great Unconformity)의 원인을 두고 벌어진 오랜 논쟁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이 시기의 퇴적암이 여러 곳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은 암석 기록에서 가장 수수께끼 같은 특징 중 하나였습니다. 이번 결과를 통해 그 패턴이 훨씬 더 명확하게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라고 지구과학 부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주요 연구자인 C. 브렌힌 켈러(C. Brenhin Keller) 박사가 말했습니다.
19세기 그랜드 캐니언에서 처음 발견된 ‘사라진 암석’
‘대부정합’으로 명명된 이 엄청난 규모의 소실 암석은 19세기 후반 그랜드 캐니언에서 처음 기록되었습니다. 이 놀라운 지질학적 특징은 먼 시대의 암석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관찰되며, 특히 화석을 포함한 암석이 화석이 전혀 없는 암석 위에 직접 얹혀 있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지구 역사상 매우 흥미로운 시기입니다. 대부정합은 화석 기록에서 너무나 갑작스럽게 나타나 늘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캄브리아기 생명의 대폭발의 토대를 마련합니다. 지질학적·진화적 과정은 일반적으로 점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라고 다트머스 대학 박사후 연구원이자 논문의 제1저자인 칼린 맥다넬(Kalin McDannell) 박사가 설명했습니다.
빙하 vs 판구조론, 상반된 두 가설
1세기 넘게 연구자들은 잃어버린 지질학적 시간의 원인을 규명하려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 5년간 두 가지 상반된 이론이 대두되었습니다. 하나는 이 암석이 눈덩이 지구 시대(약 7억~6억3,500만 년 전)에 고대 빙하에 의해 깎여 나갔다는 설명이며, 다른 하나는 약 10억~5억5,000만 년 전 초대륙 로디니아(Rodinia)의 형성과 해체 과정에서 훨씬 긴 기간에 걸친 일련의 판구조 운동이 원인이라는 가설입니다.
2019년 켈러 교수가 주도한 선행 연구는 극저온 빙하기 동안 대륙 빙상의 광범위한 침식이 암석 손실을 초래했다고 처음 제안했습니다. 이는 눈덩이 지구 시대와 동시에 대규모 침식이 발생했음을 시사하는 지구화학적 지표에 근거한 것입니다. “새로운 연구는 기존 연구 결과를 검증하고 한 단계 발전시켰습니다. 북미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극저온기의 암석 냉각과 수 킬로미터 규모의 굴착에 대한 독립적인 증거를 제시합니다.”라고 켈러 교수가 강조했습니다.
열연대학으로 읽어낸 암석의 시간-온도 기록
연구팀은 열연대학(thermochronology)의 정밀 해석을 바탕으로 평가를 수행했습니다. 열연대학을 활용하면 광물 결정이 시간에 따라 경험한 온도와, 주어진 열 구조에서 대륙 지각 내 위치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력은 소실된 암석이 언제 제거되었는지, 현재 표면에 드러난 암석이 언제 굴착되었는지에 대한 증거를 제공합니다.
연구진은 기존에 발표된 북미 크래톤(craton) 지역 4곳에서 수집된 열시계 데이터의 다양한 측정값을 활용했습니다. 크래톤은 대륙의 화학적·물리적으로 안정된 핵심 부분으로, 당시 판구조 활동이 드물었던 지역입니다.
암석이 겪은 시간-온도 궤적을 모의실험한 결과, 연구팀은 북미 내륙 전역에서 전 세계적인 눈덩이 지구 빙하기와 일치하는 약 2~3km의 침식에 해당하는 빠르고 대규모 냉각 신호를 광범위하게 확인했습니다.
“다른 연구들도 열연대학으로 빙하 기원설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대부정합 같은 전 지구적 현상에는 전 지구적 평가가 필요합니다. 빙상은 당시 북미 대부분을 덮고 있었고 효율적인 암석 굴착자였을 것으로 여겨지므로, 빙하 작용은 눈덩이 지구 시대 광대한 지역의 침식을 설명하는 가장 간단한 시나리오입니다.”라고 맥다넬 박사가 말했습니다.
반대 가설과의 비교, 그리고 캄브리아기 대폭발과의 연결
지각 활동이 소실 암석을 깎아냈다는 반대 이론은 2020년 다른 연구 그룹이 고대 빙하가 그토록 막대한 암석 손실을 일으킬 만큼 침식적이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힘을 얻었습니다. 해당 연구 역시 열연대학을 사용했지만, 구조적으로 활발한 단일 지점에 다른 기법을 적용했으며 침식이 눈덩이 지구 이전에 발생했음을 시사했습니다.
“핵심 개념은 매우 단순합니다. 무언가가 암석 덩어리를 제거해 시간의 공백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이런 규모의 원인은 빙하 침식뿐입니다.”라고 켈러 교수가 말했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 발견은 약 5억3,000만 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 당시 암석 침식과 복잡한 유기체 출현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눈덩이 지구 시대의 침식으로 영양분이 풍부한 퇴적물이 해양에 유입되면서, 복잡한 생명체의 구성 요소가 자랄 비옥한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두 가설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
연구팀은 두 가설이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대부정합 형성 당시 판구조 운동과 빙하 작용이 함께 지구 시스템 변화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대륙 가장자리에서 먼 내륙 중앙의 침식은 오직 빙하 작용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궁극적으로 대부정합과 관련해, 로디니아 대륙이 적도 지역에 더 집중되어 재배치된 시기와 신원생대(Neoproterozoic)의 독특한 환경 조건이 결합한 것은 지구 역사상 유례없는 지질학적 우연으로 입증될 수 있습니다.”라고 연구 결과는 밝히고 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열연대학적 모델링 접근 방식으로 10억 년이 넘는 기간을 탐구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향후 팀은 다른 대륙에서 연구를 반복해 대부정합의 생성과 보존 메커니즘에 관한 가설을 추가로 검증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지질학적 공백의 규명은 지구 초기 역사와 기후·판구조·생지화학적 과정 간의 상호 연관성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지괴 가장자리를 따라 지각 침식이 있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빙하 작용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부정합은 복합적인 특징이며, 우리 연구는 극저온기 침식이 주요 원인임을 시사합니다. 다만 이전과 이후의 침식이 서로 다른 위치에서 부정합 표면 형성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 지구적 검토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맥다넬 박사가 덧붙였습니다.
출처
다트머스 대학(Dartmouth College) | Kalin T. McDannell, C. Brenhin Keller, William R. Guenthner, Peter K. Zeitler, David L. Shuster, Thermochronologic constraints on the origin of the Great Unconformity,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2022년 2월), 119(5) e2118682119; DOI: 10.1073/pnas.211868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