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패배가 몰고 온 또 다른 결과들

패배가 몰고 온 또 다른 결과들

트라시메노 호수 전투에서 로마군을 궤멸시킨 한니발은 움브리아 지방을 가로질러 스폴레토로 곧장 진격했습니다. 그는 그 지역을 철저히 유린한 뒤 도시 공격에 나섰지만, 큰 손실을 입고 격퇴되고 말았습니다.

자신이 방금 실패한 단 하나의 식민지 병력만으로도 로마의 막강한 국력을 짐작할 수 있었던 한니발은 방향을 돌려 피케눔 지방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각종 생산물이 풍부할 뿐 아니라 약탈할 것들이 가득한 땅이었고, 탐욕스럽고 처량한 처지에 놓인 그의 병사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며 마구 약탈을 일삼았습니다.

잠시의 휴식, 그리고 다시 시작된 약탈 행진

한니발은 며칠간 그곳에 주둔하며 군대에게 숨 돌릴 틈을 주었습니다. 병사들은 혹독한 겨울 행군과 늪지대 통과, 그리고 결과만큼은 다행스러웠지만 결코 쉽거나 가볍지 않았던 수많은 전투에 시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유와 휴식보다 전리품과 약탈을 더 좋아하는 병사들을 오래 붙잡아 둘 수는 없었습니다. 충분한 휴식을 마친 한니발은 다시 진군하여 프라이투티이와 하드리아 지방을 유린했고, 이어 마르시, 마루키니, 펠리니 지방을 거쳐 아풀리아 인근의 아르피와 루케리아 일대까지 약탈의 발길을 이어갔습니다.

로마로 급히 향하는 세르빌리우스

한편 집정관 그나이우스 세르빌리우스는 갈리아인들과 소규모 교전을 벌이고 이름 없는 작은 거점 하나를 함락한 직후, 동료 집정관의 죽음과 군대가 궤멸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이미 조국의 성벽이 위태롭다고 느끼고 있던 그는, 이토록 절박한 상황에서 자신이 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로마로 급히 향했습니다.

파비우스 막시무스와 신들에게 바치는 속죄

두 번째로 독재관에 임명된 퀸투스 파비우스 막시무스는 취임 첫날, 스스로 소집한 원로원 회의에서 국정보다 먼저 신들의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그는 제사 의식과 새점을 소홀히 한 것이 집정관 가이우스 플라미니우스에게 있어 무모함과 무지보다 더 심각한 잘못이었으며, 신들의 분노를 달래는 방법 역시 신들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결과, 평소에는 끔찍한 징조가 보고될 때에만 내려지는 결정, 즉 십인 위원회에게 시빌라 예언서를 열람하도록 명령하는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운명의 책들을 살핀 십인 위원회는 원로원에 다음과 같이 보고했습니다. 이 전쟁을 위해 전쟁의 신 마르스에게 바쳤으나 정해진 의식대로 이행되지 않은 서약을 다시, 그것도 한층 더 큰 규모로 이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최고신 유피테르에게 대경기를 봉헌하고, 에릭스 산의 비너스와 지혜의 여신 멘스에게 신전을 세우며, 기원제와 신상 안치 의식인 렉티스테르니움을 거행해야 합니다. 나아가 승리를 거두어 공화국이 전쟁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간다면 '성스러운 봄'을 바치겠다고 서약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쟁 지휘로 여념이 없는 파비우스를 대신하여, 원로원은 폰티펙스(최고 사제단) 회단의 결정에 따라 법무관 마르쿠스 아이밀리우스에게 이 모든 조치를 신속히 집행할 책임을 맡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