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폐허 속으로
터를 정리하는 일을 맡은 자들이 도끼와 갈고리를 든 채 나타난다. 그들은 미리 파 놓은 구덩이를 향해 죽은 자들, 그리고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자들을 가릴 것 없이 끌어다 놓고, 돌과 들보 사이로 잔뜩 쌓아 올린다. 이곳저곳에서는 여전히 움찔거리며 떨리는 다리가 삐져 나와 있고, 질주하는 말발굽에 짓밟힌 머리에서는 뇌수가 터져 나온다.
항복, 그리고 배신자들의 최후
마지막 외곽 성벽에 기대어 성채는 아직도 버티고 있었다. 마침내 일곱째 날, 탄원자의 표식을 든 몇몇 사람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스키피오는 로마 진영에서 이탈해 적으로 넘어갔던 배신자들을 제외하고, 항복하기를 원하는 자들에게는 목숨을 허락한다. 좁은 문을 통해 2만 5천 명의 남자와 3만 명의 여성과 아이들이 빠져나와 위병들에게 인계되었고, 그들의 운명은 노예였다.
배신자들은 약 900명으로, 성채 꼭대기에 자리한 에슈문(아스클라피오스) 신전에 하스드루발, 그의 아내, 아들들과 함께 몸을 숨긴다. 그러나 피로와 굶주림, 절망이 그들을 잔인하게 몰아붙였다.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음을 깨달은 그들은 신전 지붕 위로 올라선다. 하스드루발은 탄원자의 가지를 손에 들고 나아가 집정관의 보호를 청했지만, 지붕 위의 동료들은 그를 온갖 모욕으로 짓밟은 뒤 신전에 불을 지르고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불꽃 속으로 사라진 장군의 아내
그때 카르타고 장군의 아내가 가장 화려한 예복을 입고 모습을 드러낸다. 목숨을 내주겠다는 스키피오에게 감사를 표한 그녀는 곧이어 비겁함과 배신을 이유로 남편에게 격렬한 비난을 퍼붓는다. 그리고 아이들을 불길 속으로 던진 뒤, 스스로 그 안으로 몸을 던졌다. 어쩌면 그녀는 카르타고의 초대 여왕 디도(엘리사)의 행보를 본떴을지도 모른다. 디도 역시 신들의 명령에 따라 이탈리아로, 훗날 로마가 세워질 땅으로 떠난 아이네아스에게 버려진 뒤 불꽃 속으로 뛰어들었으니까 말이다.
열흘간 타오른 카르타고
카르타고는 열흘 동안 더 타올랐다. 로마 병사들은 약탈을 일삼았지만, 아폴로 신전을 더럽힌 이들만은 예외였다. 한때 그토록 번영했고 그토록 용감하게 싸웠던 도시의 폐허를 바라보며 스키피오는 눈물을 흘린다. 로마가 불의하게 무기를 거두어 가며 전쟁을 시작했다는 생각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을 것이다. 그는 주요 예술 작품과 금·은 공예품을 어떻게든 구해냈으며, 도서관들은 누미디아 왕들에게 귀속되었다.
역사에서 지워진 이름
로마의 승전 소식이 전해지자 원로원은 핵심 인사 열 명으로 구성된 위원단을 현장에 파견하여 도시의 완전한 파괴를 명령한다. 저주받은 그 이름을 영원히 지워버리기 위해서였다. 대지는 쟁기로 갈아 엎어졌고, 의식용 저주의 말씀이 읊조려지는 가운데 소금이 뿌려졌다. 이로써 카르타고는 완전히 소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