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는 누구인가?
시프(Sif)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으로, 아세스(Aesir) 신족에 속하며 천둥의 신 토르의 아내이다. 흥미롭게도 그녀의 이름은 문자 그대로 "혼인 관계"를 의미하는데, 이는 그녀가 독자적인 신화를 거의 갖지 못하고 남편 토르의 배우자로서만 존재하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시프 자신에게 귀속되는 구체적인 일화는 전해지지 않으며, 이름의 의미마저 그녀의 소박한 위상을 강조하는 듯하다.
로키의 장난과 황금 머리카락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프는 북유럽 신화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 핵심에는 바로 그녀의 머리카락이 있다. 고대 노르드 궁정 시인들인 스칼드(skald)들은 금을 가리켜 "시프의 머리카락"이라는 케닝(kennig, 은유적 표현)으로 불렀는데, 이 표현의 유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에 닿아 있다.
스노리 스투를루손의 『에다』에 따르면, 장난꾸러기 신 로키가 악의적으로 시프의 머리카락을 잘라버렸고, 분노한 토르의 위협에 몰린 로키는 이를 반드시 복구해야만 했다. 로키는 이 임무를 어둠의 엘프(dokkalfar), 즉 드워프(난쟁이)들에게 맡겼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는 기회를 틈타 다양한 마법의 보물들을 함께 제작하도록 주문했다. 오딘의 창 군그니르(Gungnir)와 반지 드라우프니르(Draupnir), 프레이르의 배 스키드블라드니르(Skidbladnir)와 황금 갈기를 지닌 멧돼지 굴린부르스티(Gullinbursti), 그리고 무엇보다도 토르의 망치 묨쾰니르(Mjollnir)가 바로 그 산물이다.
시프의 머리카락에 담긴 상징
토르를 단순한 전쟁의 신이 아니라 다산과 풍요의 신으로 조명한다면, 시프의 머리카락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바람에 물결치며 흩날리는 황금빛 밀밭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잘려나갔다가 다시 자라난 머리카락은 대지의 재생과 풍년을 암시하며, 시프를 비옥함과 결부된 여신으로 그려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