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함 부족이 불러온 '고속 호위함' 계획

영국 해군부는 이미 1938년부터 호위함 숫자의 부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귀중한 구축함을 별도로 투입하지 않으면서도 호송선단에 대공·대잠 방어막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함선, 즉 '고속 호위함(fast escort)'이라 불릴 함종의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 계획에는 선견지명이 다소 부족했다. 항해 지속 능력은 진정한 호위함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영역(당시 '호위함'이라는 명칭은 플라워급이나 뱅거급이 아니라 소수의 블랙 스완급에 적용될 예정이었다)으로 남겨두고, 오직 속도에만 중점을 두었던 것이다.
스태빌라이저와 연료 탱크의 딜레마
초기 헌트급 함정들은 보다 안정적인 포격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액티브 스태빌라이저를 장착했다. 하지만 이 장치는 소요 전력이 크고 제어 시스템도 미숙해 평판이 나빴고, 후기 건조분들은 대신 추가 연료 탱크를 설치하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이 조치는 함의 항속거리를 크게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구축함'인가 '어뢰정'인가
헌트급은 취역 전에는 구축함으로 분류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독일·이탈리아 함대의 '어뢰정'에 해당하는 함선이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헌트급은 어뢰발사관을 아예 장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래 설계 사양은 고각 사격이 가능한 101.6mm 포 6문과 어뢰발사관 2~4기를 요구했는데, 이는 예정된 배수량에는 지나치게 야심 찬 계획이었다. 게다가 중량 계산의 심각한 오류까지 겹치면서 1번함 HMS 아더스톤(Atherstone)은 복원성 문제를 드러내고 말았다. 이후 건조 중이던 함정들에는 어뢰발사관 철거, X포좌를 4연장 2파운드 '폼폼' 기관포로 교체 등 중량 경감을 위한 수많은 소규모 개수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완성된 함들이 바로 19척으로 구성된 헌트 1형(Type I)이다.
1형에서 3형으로, 진화를 거듭하다
선체 폭을 0.76m 확장한 헌트 2형(Type II)은 36척이 건조되었다. 폭 확장으로 최고 속도는 다소 줄었지만, 대신 설계 사양이 요구한 세 번째 포좌를 장착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치수를 유지한 마지막 파생형인 헌트 3형(Type III)은 28척이 생산되며 시리즈를 완성했다.

헌트급 3형 주요 제원
배수량: 기준 1,015t / 만재 1,090t
전장: 85.70m
선폭: 9.60m
흘수: 2.36m
기관: 감속 기어식 증기 터빈 2기(총 19,000마력), 2축 추진
속력: 25노트
항속거리: 20노트 순항 시 4,635km
무장: 101.6mm 연장 양용포 2기, 4연장 '폼폼' 기관포 1기(일부 함정은 단장 1문 추가) 및 연장 기관포 1기, 단장 20mm 대공포 최대 4문, 533mm 어뢰발사관 2문, 대잠 폭뢰
승조원: 장교·사병 총 17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