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2년 11월 30일, 영국군은 포병의 지원을 받으며 정규 공격을 개시했다. '녹색 언덕(그린)' 방면에는 여단 예비대인 제6코만도 부대를, '벌거벗은 언덕(볼드)' 방면에는 로열 웨스트 켄트 연대를 투입한 것이다. '버프스(Buffs)'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부대는 진지 전역을 사수한 뒤 우세를 확대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결국 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역사면 방어의 교훈, 값비싼 대가로
코만도 부대는 '녹색 언덕'의 울창한 덤불(마키)에 몸을 숨기며 은밀히 침투해 목표를 달성했고, 하루 종일 이어진 소규모 교전 속에서도 목표 지점을 끝까지 사수해냈다.
그러나 웨스트 켄트 대대는 독일군이 의도한 대로 역사면(counter-slope) 방어 전술의 교훈을 값비싼 대가로 배우고 말았다. 병사들이 '벌거벗은 언덕'의 길고 트인 능선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완벽하게 위장된 스판다우 기관총 진지들의 교차 사격에 그대로 쓸려 나간 것이다. 동시에 영국군의 포병 관측소와 무전 통신 수단들마저 포탄 세례 아래 짓밟혔다.
용기와 집요함이 돋보이는 마지막 격전 끝에, 마침내 이성이 승리하여 공격을 중단하고 생존자들을 철수시켰다. 이 전투로 제36여단은 장교 11명과 병사 150명을 추가로 잃었고, 북쪽에서 튀니스로 이어지는 진입로는 이번에는 독일군에 의해 완전히 차단되었다.
메드제즈엘바브 – 남쪽 관문을 둘러싼 공방
남쪽 경로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뻔했는데, 추축군이 잠시 이 도로의 통제권을 장악한 것이다. 연합군이 이 남쪽 경로에서 설정한 핵심 목표는 작은 마을 메드제즈엘바브(Medjaz-el-Bab)였다. 아랍어로 '바브(bab)'는 '문'을 뜻하는데, 이곳은 넓지만 거의 말라 있는 메제르다 강을 건너 튀니스로 향하는 도로의 요충지였다.
계획된 작전은 밤을 틈타 양안에서 동시에 벌이는 합동 공격이었다. 서쪽에서는 랭커셔 퓨질리어스 제2대대가 공격하고, 노샘프턴셔 연대 제5대대는 상류에서 강을 도강한 뒤 우회 기동을 거쳐 동쪽에서 독일군 후방을 타격하기로 되어 있었다.
한낮의 도하, 재앙의 시작
그러나 모든 것이 엉망으로 흘러갔다. 11월 25일 새벽, 노샘프턴셔 대대는 적 기갑 부대와 조우해 밀려났다. 한편 독일군 전초 부대들은 소총병들을 오래 붙잡아 두었고, 그 과정에서 대대장마저 전사했다. 결국 퓨질리어스 대대는 해가 눈을 찌르는 한낮에 메제르다 강을 건너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세 개 중대가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병사들이 무기를 머리 위로 치켜든 채 강을 건너, 맞은편 둑의 6미터 절벽을 공략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중기관총의 집중 사격이었다. 노샘프턴셔 대대의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진지는 순식간에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한낮에 교착 상태에 빠지는 것은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포병 장교의 활약으로 질서 있는 철수
운 좋게도 포병 장교 조지 바커-벤필드(George Barker-Benfield) 대위가 무전 송수신기를 어깨에 메고 강을 건너 있었다. 그는 웨일스 출신 제132영토 야포 연대 소속 24문의 포가 일제히 쏟아내는 차단 사격을 요청하는 데 성공했고, 이 포화 엄호 아래 퓨질리어스 대대는 질서 있게 철수할 수 있었다.
출발 위치로 돌아온 영국군은 독일군 공병이 미리 설치해 둔 폭약이 잇달아 폭발하는 광경을 어이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