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초, 이탈리아 전선의 상황
1944년 초, 이탈리아 주둔 독일군 사령관 알베르트 케셀링(Albert Kesselring) 원수는 지난 4개월간의 작전을 나름 만족스럽게 되돌아볼 수 있었다. 1943년 9월 9일 이탈리아 본토에 상륙한 연합군의 진격을 지연시키고, 나아가 완전히 저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독일군은 이탈리아 반도를 동서 해안을 잇는 전선으로 굳게 장악했고, 로마로 향하는 길목에서 연합군 제5군과 제8군의 발길을 끊었다. 그러나 최근의 가을 전역은 어디까지나 서막에 불과했다. 진짜 결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며, 그 무대는 케셀링이 직접 선택한 지형이었다.
구스타프 라인과 몬테 카시노
그곳은 사전 정찰을 거쳐 철저히 요새화된 '구스타프 라인(Gustav Line)' 방어선이었다. 이 방어선은 로마로 곧장 이어지는 리리(Liri) 계곡을 굽어보며 장악하고 있었고, 그 핵심에는 몬테 카시노(Monte Cassino)가 자리하고 있었다. 험준한 산악 지형과 중첩된 방어진지 덕분에 구스타프 라인은 연합군에게 극복하기 어려운 장벽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했다.
제1공수사단, 방어의 달인들
연합군이 시칠리아에 상륙한 이래, 리하르트 하이드리히(Richard Heidrich) 소장이 지휘하는 독일 제1공수사단(1. Fallschirmjäger-Division)만큼 치열하면서도 성공적인 전투를 치른 독일 부대는 없었다. 시칠리아에서 구스타프 라인에 이르기까지, 하이드리히의 병사들은 공수부대 특유의 역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전투에 대한 의욕은 누구보다 넘치지만, 그들의 진정한 능력은 공격보다 방어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는 사실이다.
1943년 당시 하이드리히 휘하의 낙하산 부대원들, 적어도 크레타와 동부 전선의 참혹한 전투에서 살아남은 베테랑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존과 전투 기술을 갖춘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최소한의 지면만 내주면서도 적에게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고, 병력과 물자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적의 우세를 효과적으로 상쇄하며 끝까지 저항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바로 이런 이유로 그들은 이후 몬테 카시노 전투에서 연합군을 가장 두렵게 한 상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