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없는 세상을 꿈꾼 현자들의 발자취
태고부터 인도의 현자들은 인류의 행복을 위해 비폭력·사랑·조화·평화의 메시지를 안고 지구 곳곳의 섬과 오지 나라들을 순례했습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인도 문화입니다. 이 문화는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세상에 등장하기 수백 년 전부터 이미 세계 각지의 섬과 반도, 대륙에 널리 뿌리내리고 있었습니다.
인도 문화를 해외에 전한 이들은 힌두교나 불교의 포교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어둠 속에 지혜의 빛을 밝히고, 인간이 폭력의 길을 버리고 사랑 가운데 살도록 이끌기 위해 이 땅을 찾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후대에는 그들을 단순한 종교 선교사로 규정하며 그 공헌을 축소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기독교가 약 2000년 전, 이슬람교가 약 1400년 전에 등장한 이후 힌두교는 지구 곳곳에서 급속히 사라져 갔습니다.
세계 지도 위에서 옅어지는 힌두교의 흔적
중국·일본·베트남·태국·미얀마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 불교가 폭넓게 퍼진 덕분에 불교는 크게 쇠퇴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힌두교는 수많은 섬과 나라에서 명맥이 끊겼습니다. 인도를 제외하고 힌두교도가 많이 남아 있는 곳은 네팔과 인도네시아의 발리 섬 정도입니다.
인도는 1976년 비상사태 기간 중 제42차 헌법 수정을 통해 세속 국가임을 명문화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이른 시기의 결정이었습니다. 네팔 역시 근래 세속 국가를 선언했지만, 그 배경에는 네팔 내 공산주의 세력의 확장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작용했습니다. 한편 발리 힌두교도들이 사는 나라, 즉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약 90퍼센트가 무슬림인 나라이기도 합니다.
힌두 사회는 인구에서 문화까지 세계라는 무대 위에서 여러모로 위축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듯합니다. 1947년 파키스탄 인구의 20퍼센트가 힌두교도였다면 지금은 2~3퍼센트에 불과합니다. 방글라데시에서도 힌두교도들이 강제로 이슬람으로 개종당하고, 딸들은 억지로 시집보내지며, 집에 불이 지르는 일이 벌어집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인도 서벵골에서도 비슷한 사건들이 목격되었습니다. 케랄라, 카슈미르, 아삼에서도 힌두 공동체의 존재감은 점점 옅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표를 얻기 위한 정치 앞에 무릎 꿇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렇다면 인도 밖 세계 각지의 힌두교도들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살펴보고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7년 4월, 발리와 자바로 떠난 가족 여행
2017년 4월 셋째 주와 넷째 주, 우리 가족은 고대 힌두 사원을 찾아 인도네시아 공화국의 두 섬—발리와 자바—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덴파사르, 우부드, 멩위, 쿠타, 욕야카르타, 자카르타 등의 도시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발리와 자바 섬에는 수백 년 된 힌두 사원과 불교 사원이 '신들'이 지었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들어 왔습니다. 그 신들은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 즉 외계 존재였을지도 모릅니다. 당대 인간의 기술과 공예 수준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경이로운 기술로, 수백 개에 이르는 힌두 사원군과 세계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 구조의 불교 사원을 지을 수 있었으니까요. 우리는 이 사원들을 직접 보고 싶다는 갈망으로 인도네시아행을 계획했습니다.
종교 순례였던 것이 신비의 탐험이 되다
인도네시아는 다채로운 힌두 문화와 아름다운 해변 덕분에 인도인의 마음을 끄는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우리는 종교 순례의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여행이 진행될수록 역사와 문화의 진실을 파헤치는 탐험이 되었고, 하나둘씩 미스터리의 베일을 벗겨 내게 되었습니다.
여정이 깊어질수록 새로운 신비가 드러났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칠해(七海) 한가운데서 신비롭지만 가난한 또 하나의 인도, 즉 발리 섬이라는 형태로 남아 있는 인도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소가 없고, 강가지(갠지스 강)도 없고, 밀도 없는 인도. 우유, 기(버터), 요거트, 버티밀크, 로티, 소그라, 도클라, 달 바티 같은 음식도 없는 인도. 자연히 그런 나라는 극도로 가난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것은 문명의 오염 속에서 몸부림치며 옛 영광을 모두 잃고 본래의 모습을 잊어버린, 실로 신비로운 가난한 인도였습니다. 오늘날 발리 섬 인구의 85~90퍼센트가 여전히 힌두교도이지만, 자바 섬 주민의 90퍼센트는 이슬람으로 개종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최대의 섬 수마트라의 무슬림 인구 비율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 결과 오늘날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가 되었고, 이 나라 인구의 90퍼센트가 무슬림입니다. 힌두교도의 작은 등불은 발리 섬이라는 이름으로 희미하게 깜박일 뿐입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발리와 자바 섬의 힌두·불교 성지를 직접 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척 짜릿한 체험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무슬림, 인도 무슬림과 무엇이 다른가
인도네시아 무슬림과 인도 무슬림 사이에도 뚜렷한 문화적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를 지켜보고 이해하는 일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은 유네스코의 도움을 받아 땅속에 묻혔던 힌두·불교 사원들을 발굴해 내고, 이를 다시 세워 되살리려 노력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도시와 섬, 주요 광장의 건물 앞에는 힌두 신들의 조각상이 화려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사회는 수천 년 동안 여성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오늘날에도 그 특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곳의 여성들은 부르카나 히잡 따위를 두르지 않습니다. 그들은 현대 세계의 일원이면서도 수천 년 된 자신들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그 문화는 이슬람의 일부가 아니라, 인도네시아 사회의 역사와 삶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펴내며
여기 담긴 경험들은 어디까지나 우리 자신의 체험입니다. 그럼에도 이를 세상에 알려야 했던 것은, 바다 한가운데 살아가는 '또 하나의 가난한 인도'의 진실과 비극을 인도의 사람들도 알아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 가난한 인도를 찾아떠나기 전에, 그 땅의 지리적·역사적 사실을 간략히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책의 머리 부분에 그 내용을 적절히 배치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사랑을 기대합니다. 샤밤(Shubham).
- 모한랄 굽타(Mohanlal Gupta)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