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고대 그리스 '폴리스'의 성립: 아크로폴리스에서 시작된 도시국가의 역사

기원전 8세기, 에게 문명이 쇠퇴한 뒤 오랜 암흑기를 견뎌온 고대 그리스가 다시 역사의 무대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기원전 8세기경, 각지에서 유력한 귀족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정착촌들이 아크로폴리스(성산)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시노이키스모스(Synoikismos), 즉 여러 촌락이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이라 불렀고, 성산을 중심으로 도시국가를 만들어 갔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도시국가를 폴리스(Polis)라고 부릅니다.

폴리스는 방위를 담당하며 마침내 긴 암흑기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폴리스가 성립하고 암흑기에서 벗어난 이후의 그리스 사회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폴리스와 아크로폴리스

거의 400년간 지속된 암흑기 동안 그리스인들은 다음과 같은 시련을 겪었습니다.

  • 외세의 침입(해양민족 설이 있음)
  • 문자의 상실
  • 인구 감소

극심한 혼란기를 몸소 겪으면서 그리스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자위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작은 언덕을 장벽으로 단단히 보강하고, 그 내부를 신전이나 비상 대피소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이 작은 언덕을 아크로폴리스(Acropolis)라고 부릅니다. 도시 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의식도 이곳에서 거행되었고, 아크로폴리스는 자연스럽게 도시의 종교적·정치적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아크로폴리스 = 폴리스였던 것으로 보이지만, 아크로폴리스가 발전하면서 폴리스는 주변 마을까지 포함한 지역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확장되었습니다.

아크로폴리스 주변에는 시민들이 소유한 토지(클레로스)가 있었고, 시민들은 그곳에서 농업에 종사했습니다. 이 농민들이 곧 폴리스 시민 집단의 중심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각 폴리스는 공통의 적을 마주하면 동맹으로 함께 행동하기도 했지만, 결코 하나의 통일 국가를 이루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문화적인 차원에서는 공통의 언어, 신화, 종교, 그리고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피아 축제를 통해 같은 민족이라는 의식을 공유했습니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인들은 스스로를 헬레네스(Hellenes)라 불렀고, 이질적인 다른 민족은 바르바로이(Barbaroi)라 칭하며 철저히 구분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가 가장 유명하며, 그 안에는 파르테논 신전(기원전 438년 완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파르테논은 흔히 도리아식 건축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건축물입니다. 참고로 그리스 건축 양식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도리아식 → 이오니아식 → 코린토스식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 고대 그리스인들은 방언에 따라 이오니아인, 도리아인, 아이올리아인으로 나뉩니다. 아테네는 이오니아인이 세운 도시국가로, 도리아인의 도시가 아니었습니다.

아테네에서는 동서 270m, 남북 156m, 높이 150m에 달하는 바위 언덕 위에 아크로폴리스가 세워졌습니다. 서쪽으로 오르는 길 하나뿐이고 나머지 세 면은 모두 절벽입니다. 자연 지형을 최대한 활용한 요새로, 시대에 따라 요새이자 방위의 본거지로 사용되었습니다.

식민 도시의 건설

폴리스가 인구 증가로 붐비게 되면서 토지가 점차 부족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기원전 8세기 중반부터 그리스인들은 적극적으로 식민 활동에 나섭니다.

그리스인들은 배를 타고 기존의 이동 범위를 넓혀 흑해 연안과 지중해 연안 곳곳에 식민 도시를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 이후 교역 활동은 한층 활발해졌습니다. 당시까지 지중해 무역의 중심이었던 페니키아는 아시리아에 흡수되고 있던 시기였기에, 그 공백을 그리스의 무역 세력이 채워갔습니다.

그리스인들은 "무역에 편리하다"는 이유로 페니키아인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문자를 기반으로 한 알파벳을 받아들여 상업 활동에 활용했습니다.

이처럼 폴리스는 무역이 용이한 해안 지역에 세워지는 경우가 많았고, 오리엔트 등 선진 지역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발전해 나갔습니다.

폴리스에 사는 사람들

폴리스의 주민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뉘었습니다.

  • 시민(자유민): 귀족 / 평민
  • 노예(시민에게 소속됨)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귀족들은 좋은 교육을 받고 부유했습니다.

원래 요새를 뜻하던 말이었던 만큼 폴리스는 매우 강한 군사적 성격을 지녔습니다. 그래서 귀족들도 전쟁에 직접 나서 싸웠습니다. 귀족들은 값비싼 갑옷과 말을 갖춘 국방의 주력이었습니다.

기원전 7세기 고대 그리스에서는 귀족이 정치를 주도하는 귀족정 폴리스가 주류를 이루게 됩니다.

다만 평민들은 귀족에게 종속되지 않았고, 시민들은 원칙적으로 대등한 지위에 있었습니다. 아고라(Agora)라고 불리는 광장에서는 시장과 집회가 열렸으며, 이곳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아크로폴리스 안에는 원형극장이 있는데, 오늘날에도 여름이면 연극과 콘서트가 열리고 있습니다.

반면 노예는 법적 보호에서 배제되어 매매의 대상이 되었고, 처우에는 큰 격차가 있었습니다. 노예의 출신은 다양했습니다. 빚 때문에 신분을 잃은 평민, 전쟁 포로, 그리고 외국에서 들여온 외국인들이 그 주를 이뤘습니다.

수많은 폴리스 가운데서도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노예제는 특별히 주목할 만하므로, 두 도시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아테네의 주민

아테네 지역에는 기원전 2000년경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습니다. 기원전 1200년경 암흑기에는 도리아인들이 아테네 주변으로 침입하기 시작했고, 주변 마을들은 하나둘 정복당했습니다.

그러나 아테네는 경제력이나 식량 생산 기지로서 도리아인에게 미치지 못하는 곳이었습니다.

"공격할 가치도 없다"

그런 이유로 오히려 파괴를 면했다고 전해집니다. 물론 당시 아테네에는 자체 화폐도 없었습니다. 그런 아테네였지만, 해상 무역의 거점으로서의 입지를 적극 활용하며 다음과 같은 개혁을 단행합니다.

  • 상공업 일자리의 가치를 높임
  • 그리스 최대 상업 도시와의 경쟁을 피해 별개의 화폐권으로 이동

이 개혁 덕분에 사람들이 아테네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모이자 마케도니아 출신 광부들이 은광 채굴에 착수했고, 아테네는 어느새 그리스 경제를 지배하는 도시로 성장하게 됩니다.

은광 기술자들만이 아니라 그리스 전역의 학자와 예술가들도 아테네로 몰려들면서 문화가 크게 꽃피웠습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유명 철학자들이 바로 이 아테네에서 배출되었습니다.

인구가 늘고 사람의 매매가 활발해지면서 노예에 대한 수요와 공급 역시 함께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아테네에서 노예제가 크게 발달했습니다. 사유 노예 제도가 보편화되었고, 노예는 아테네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고 전해집니다. 노예들은 가사 노동과 농업뿐만 아니라 수공업, 은광 채굴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했습니다.

스파르타의 주민

또 다른 유명한 그리스 도시 스파르타는 기원전 10세기경에 성립된 폴리스로 전해집니다.

당시 시민은 1만 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가족을 포함하면 약 5만 명이지만, 18세 이상 성인 남성만이 시민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런데 노예는 무려 15만~25만 명에 달했습니다.

스파르타에서 정복당한 백성들은 노예 농민(헤일로타이)으로서 농업에 종사했고, 주변 지역 주민(페리오이코이)은 상공업에 종사했습니다.

동시에 부자가 생겨 불만이 커지면 반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스파르타에서는 화폐 사용이 금지되었고 토지는 공평하게 분배되어 평등이 엄격하게 유지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스파르타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바로 전 시민 징병 원칙에 따른 철저한 일상 군사 훈련입니다(이것이 무척 유명합니다). 건강한 소년은 7살이 되면 가혹한 군사 훈련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이른바 스파르타식 교육입니다. 이처럼 스파르타는 절대적인 군사력을 배경으로 정복된 백성들을 지배해 나갔습니다.

이 엄격한 군사 훈련의 영향은 스파르타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웃 나라와의 관계에도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아테네처럼 성벽을 두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원전 371년 레우크트라 전투에서 인구 감소와 평등 정신의 붕괴로 약해진 상태로 싸울 때까지, 스파르타 영토를 침범한 군대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압도적인 군사력을 자랑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뚜렷이 대비되는 두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는 이후 그리스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