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스페인 중세 발렌시아 왕국 — 무슬림 통치부터 아라곤 합병까지

발렌시아 왕국은 오늘날 스페인 동부에 존재했던 중세 국가로, 1010년부터 1238년까지 무슬림 세력과 독립 정권이 번갈아 통치했으며, 이후 아라곤 왕국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영토는 시기에 따라 변동이 있었지만, 대체로 오늘날 알리칸테·카스텔욘·발렌시아 주에 해당하는 지역을 포함했습니다.

우마이야 왕조의 몰락과 타이파 시대

무어인 스페인에서 우마이야 왕조의 권력이 히샴 2세 치세(1010년경)에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발렌시아는 코르도바의 명망 높은 칼리프의 손자인 압드 알아지즈 알만수르(재위 1021~1061)의 통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코르도바 칼리프의 보호와 기독교 제후들과의 우호 관계에 힘입어 평화롭고 번영한 치세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그의 뒤를 이은 어린 군주 압드 알말리크(재위 1061~1065)는 카스티야와 레온의 페르난도 1세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페르난도 1세는 발렌시아 함락에는 실패했지만 수비군을 크게 격파하여, 잔존 세력이 톨레도의 통치자 알마문에게 피신하게 만들었습니다. 알마문은 어린 군주를 폐위시켰고, 이후 약 10년간(1065~1075) 발렌시아는 그의 영지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엘 시드의 등장과 발렌시아 정복

알마문의 후계자 알카디르가 미약한 권력을 보이자, 발렌시아인들은 톨레도 총독 아부 바크르의 지도 아래 레온과 카스티야의 알폰소 6세와 동맹을 맺고 독립을 회복했습니다. 그러나 알폰소 6세가 1085년 톨레도를 점령하자, 그는 용병들의 지원을 받아 알카디르를 발렌시아의 괴뢰 통치자로 옹립했습니다.

다음 해, 용병들이 알모라비스 왕조의 남하를 막기 위해 소환되면서 알카디르는 적대적인 백성들 앞에 무방비 상태로 놓였습니다. 여러 세력이 그를 축출하려 움직였고, 바르셀로나 백작은 사라고사(자라고사)의 무슬림 통치자와 연합해 1089년 발렌시아를 포위했습니다. 알폰소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용병 출신의 로드리고 디아스 데 비바르, 즉 엘 시드(Cid)에게 도시의 전리품을 조건으로 개입을 요청했습니다.

엘 시드가 접근하자 포위는 자연히 풀렸고, 그는 도시를 직접 점령하는 것보다 알카디르에게 보호비를 요구하는 편이 더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1092년 발렌시아인들이 알카디르를 살해하고 알모라비스의 보호 아래 공화정을 선포하면서 상황이 급변했고, 엘 시드는 도시 점령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엘 시드는 1094년부터 1099년 사망할 때까지 발렌시아를 다스렸습니다. 그의 미망인 히메나는 도시를 더 이상 지키지 못했고, 1102년 알모라비스가 접근하자 기독교도들은 도시를 불태운 뒤 철수했습니다.

알모라비스와 알모하드 시대, 그리고 아라곤으로의 귀속

그 후 약 30년간 발렌시아는 알모라비스 총독들의 통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알모하드 왕조가 등장하는 혼란기에 도시는 어느 정도 독립을 회복했습니다. 발렌시아인들은 무르시아의 단명한 군주들을 상공으로 받아들였는데, 특히 이븐 마르다니쉬는 1147년 양국을 모두 장악했습니다. 스페인계 혈통을 가진 이 군주는 기독교 세력과의 동맹 때문에 발렌시아에서 대중적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1151년 알모하드의 지원을 받은 발렌시아인들이 그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왕국은 알모하드의 봉신인 현지 통치자들의 손에 들어갔고, 마침내 1238년 9월 28일 아라곤의 하이메 1세에 의해 함락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발렌시아의 역사는 아라곤 왕국의 역사와 하나로 합쳐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