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에서 무기 제조업자는 결코 나쁜 평판을 얻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국가인 러시아는 다양한 기념 행사를 통해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AK-47 소총을 개발한 미하일 칼라시니코프(Михаил Калашников)의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고 있다. 이 소총은 전 세계적으로 1억 자 이상 보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 유명한 무기를 찬양하는 노래까지 존재할 만도 하다. 가사에는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칼라시니코프, 칼라시니코프, 얼마나 놀라운 무기인가! 반세기 동안 전 세계에 이름을 떨쳤다. 조국을 든든하게 지켜온 훌륭한 무기."
칼라시니코프 본인의 회고에 따르면, 1941년 독일군과 싸우던 참호에서 좋고 강력한 화기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 병사들은 지급받은 무기가 형편없다고 불평했고, 제조업자들을 무능하다고 욕했다. 그때 나는 내 손으로 직접 믿을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내 총의 잘못이 아니라, 평화적 해법을 찾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잘못이다"
미하일 칼라시니코프는 오랫동안 대중의 시선 밖에서 조용히 활동해 왔다. 생애 마지막 수십 년에 이르러서야 소련은 물론 해외에서도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공개 석상에서 그는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기를 만들었다'는 비난을 자주 접했고, 이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밤에 편히 잠을 잘 수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늘 이렇게 답한다. 그것은 내 무기의 잘못이 아니라,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잘못이라고. 나 역시 이 세상에 무기가 하나도 없기를 바란다."
하지만 칼라시니코프의 이 같은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유명한 AK-47이 그에게 명성과 영예는 물론 막대한 부까지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뛰어난 공헌에 수여되는 최고 훈장인 '사회주의 노력 영웅(Hero of Socialist Labor)'과 '러시아 연방 영웅(Hero of the Russian Federation)'을 비롯해 수많은 상훈을 받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4년 후인 2017년에는 모스크바 중심가에 칼라시니코프가 총을 든 채 서 있는 동상이 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