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에게해의 터키 조사선 '오루크 레이스'호…이름 뒤에 숨겨진 '반쪽 그리스인' 해적의 이야기

에게해의 터키 조사선  오루크 레이스 호…이름 뒤에 숨겨진  반쪽 그리스인  해적의 이야기

최근 터키 조사선 '오루크 레이스'호가 에게해, 그중에서도 그리스 대륙붕 인근 해역에서 탐사 활동을 벌이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배의 이름이 된 인물, 오루크 레이스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흥미롭게도 그의 삶 속에는 그리스와 깊이 얽힌 뿌리가 숨겨져 있습니다.

레스보스 섬에서 시작된 인생

오루크 레이스는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훗날 '바르바로스 하이레딘'이라는 이름으로 명성을 얻은 오스만 제국의 해적 출신 해군 제독 히즈르의 형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야니차(현 그리스 기안니차) 출신으로 터키와 알바니아 혈통을 이었고, 어머니 카테리나는 레스보스 섬 출신의 정교회 신자였습니다. 즉, 오루크 레이스는 어머니를 통해 그리스의 피를 이어받은 인물이었던 셈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오루크와 하이레딘의 남동생에게도 '일리아스'라는 그리스식 이름이 붙여졌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지중해 연안에서 여러 민족과 종교가 뒤섞여 공존하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포로가 된 해적, 그리고 바르바로스 형제

오루크 가문은 레스보스 섬을 거점으로 도자기 제작과 도자기 무역을 가업으로 삼았습니다. 오루크와 일리아스는 도자기를 비롯한 상품을 실어 나르며 바다에서 점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지만, 어느 날 로도스 기사단에게 붙잡히는 불운을 겪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동생 일리아스는 목숨을 잃었고, 오루크는 노예로 끌려가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냈습니다.

석방된 뒤 오루크는 레스보스에 머물며 평온한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운명은 다른 길을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둘째 동생 하이레딘과 재회했고, 두 사람은 이후 지중해를 무대로 수많은 해적 원정을 감행하며 '바르바로스 형제'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됩니다. 단순한 해적을 넘어 뛰어난 행정 능력까지 갖춘 인물들이었던 것입니다.

터키가 기리는 국가적 영웅

터키에게 오루크 레이스는 지금도 국가적 상징 중 하나입니다. 터키의 서적들은 그가 북아프리카에 오스만의 존재감을 확립하고 기독교 세력의 침공에 맞서 해당 지역에 이슬람이 뿌리내리도록 했다고 기록합니다. 동시에 그는 알제리에 대한 터키 지배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오루크 레이스는 국경 지역을 습격하고 위협과 정복 활동을 펼친, 용맹과 영웅심의 본보기였던 바다의 늑대였다"라고 터키 서적들은 적고 있습니다. 전투 중 한쪽 팔을 잃었음에도 굴하지 않았고, 지중해에서 베네치아와의 싸움 끝에 최후를 맞이한 그는 순교자로 추앙받으며 모든 젊은이가 알아야 할 영웅적 이름으로 남았습니다.

이러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터키는 자국의 조사선에 그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에게해를 누비는 '오루크 레이스'호가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배의 이름 뒤에는 레스보스 섬에서 태어나 지중해의 풍파를 헤치며 산 한 인물의 극적인 생애가 숨겨져 있는 셈입니다.

출처: 스푸트니크(SPUTN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