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군 유대인 여단의 비밀 복수 조직, TTG
제2차 세계대전이 유럽에서 막을 내린 직후, 영국군 유대인 여단(Jewish Brigade) 소속 장교들로 구성된 한 비밀 그룹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이름은 틸라스 티지 게셰프텐(Tilhas Teezee Gesheften, TTG). 나치 독일에 의해 유대인에 대한 잔혹 행위에 가담한 독일인들을 직접 처형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였습니다.
흥미롭게도 부대 이름 'TTG'는 일종의 암호였습니다.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상대방의 신체 뒷부분을 지칭하는 욕설에 해당하는 문구로, 나치를 향한 경멸과 분노를 고스란히 담아낸 이름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카르미, 마우트하우젠 수용소에서 내린 결심
TTG를 창설한 인물은 이스라엘 카르미(Yisrael Karmi)입니다. 그는 1939년부터 영국군에 입대해 복무해 온 유대인 여단 장교였습니다.
1945년 6월, 카르미와 부하들은 이탈리아에서 독일로 넘어가 마우트하우젠 강제 수용소를 직접 방문했습니다. 당시 아무도 그 실체를 실감하지 못했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관한 소문과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현장에서 확인한 참상과 수집한 정보는 카르미로 하여금 TTG 창설을 결심하게 만들었습니다.
18쪽짜리 전범 명단, 그리고 응징의 시작
카르미는 게슈타포 장교 한 명을 협박해 전범 처형 대상자 명단 18페이지 분량을 확보했습니다. 입을 열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위협한 끝이었습니다. 이름과 주소를 손에 넣자마자 카르미와 부하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습니다.
그들은 서류와 군 신분증을 위조해 영국군을 속였고, 홀로코스트에 연루된 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수백 명을 처형했습니다. 정확한 처형 인원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부 자료는 1,500명이 넘는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독일에 맞선 전쟁에 참여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우리 몇몇은 홀로코스트에 연루된 자들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했다. 모두를 찾을 수 없다는 건 알았지만, 적어도 일부는 반드시 찾아내기로 했다. 우리는 붙잡은 자들에게 죄목을 낭독하고 처형했는데, 대개 목을 졸라 죽이는 방식이었다." — 훗날 한 구성원이 남긴 증언
복수에서 구원으로, 이스라엘 건국으로 이어지다
그러나 복수의 열정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곧 분노가 가라앉으며 TTG는 새로운 사명을 떠맡았습니다. 바로 생존 유대인들을 구출해 팔레스타인으로 몰래 재정착시키는 임무였습니다. 당시 영국이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이주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작전은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되어야 했습니다.
TTG는 또한 팔레스타인의 유대인 방위 조직 하가나(Haganah)와 협력하며 유대 국가 건설을 준비했습니다. TTG 대원 대부분은 1948년 새롭게 수립된 이스라엘로 건너가 아랍 국가들과의 전쟁, 즉 제1차 중동전쟁에 참전했습니다. 복수의 검을 들었던 이들이 마침내 민족의 나라를 세우는 주역이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