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판테온(Panthéon)에는 프랑스 혁명의 격동기 속에서 삶을 마감한 인물들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프랑스 혁명의 핵심 인물이자 파리의 초대 시장이었던 장 실뱅 바이(Jean Sylvain Bailly)의 죽음을 기리는 각인입니다.
판테온에 새겨진 원문
이 각인에는 다음과 같은 프랑스어 문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Ici repose un Français, nommé Jean Sylvain Bailly, ancien président de l'Assemblée nationale, maire de Paris, et premier président de l'Assemblée constituante, tué d'un coup de canon le 12 novembre 1793, âgé de 54 ans, au même endroit.
한국어 번역
이를 한국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 한 프랑스인이 잠들다. 그의 이름은 장 실뱅 바이. 전(前) 국민의회 의장, 파리 시장, 그리고 제헌의회 초대 의장이었던 그는 1793년 11월 12일, 54세를 일기로 이곳에서 대포 포탄에 맞아 생을 마쳤다."
장 실뱅 바이는 누구인가?
바이는 천문학자 출신의 정치가로, 하늘의 별을 연구하던 학자가 혁명의 무대에 뛰어든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는 1789년 삼부회가 소집되면서 정치에 참여했고, 국민의회의 초대 의장으로 선출되어 역사적인 '테니스 코트 서약'을 주관하는 등 혁명 초기의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후 그는 1789년 프랑스 최초의 민선 파리 시장으로 선출되며 명성의 정점에 올랐지만, 혁명이 급진화되면서 입장이 온건파였던 그는 점차 밀려나게 됩니다. 결국 공포정치기에 반혁명 세력과 연루된 혐의로 체포되어 혁명재판소에 회부되었고, 1793년 11월 12일 처형이라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각인이 전하는 의미
이 각인은 단순한 묘비명을 넘어, 혁명의 개척자였던 인물이 그 혁명의 폭력성 앞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아이러니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바이가 프랑스 혁명에 남긴 공헌과 그 비극적인 죽음을 오늘날까지 기억하게 만드는 유서 깊은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