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화재, 재로 변한 2천만 점의 기억

2018년 9월 2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 이어진 화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즉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박물관 중 하나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불길에 사라진 소장품들을 되짚어보고, 그럼에도 운 좋게 살아남은 것들은 무엇인지 정리해본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화재, 재로 변한 2천만 점의 기억

화재 직후인 2018년 9월 3일,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의 항공 사진.

브라질의 심장이 불에 타고 말았다. 2018년 9월 2일 밤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을 집어삼킨 화염은 불과 몇 달 전인 6월에 개관 200주년을 막 축하했던 이 나라의 보물창고를 완전히 파괴했다. 18세기부터 두 세기에 걸쳐 차곡차곡 모아온 2천만 점이 넘는 세계 유일의 컬렉션이, 카리오카 도시 북쪽 킨타다보아비스타(Quinta da Boa Vista) 공원의 웅장한 옛 궁전 안에서 재로 변해버린 것이다. 미셸 테메르 당시 브라질 대통령은 언론에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이라고 탄식했다.

1818년 설립된 브라질 최고(最古)의 과학기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화재, 재로 변한 2천만 점의 기억

무너진 지붕, 그을린 벽면… 화재 후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의 모습. 출처: Mauro Pimentel/AFP

1818년 6월 6일 포르투갈 국왕 주앙 6세(Dom João VI)가 설립한 리우 국립박물관은 19세기 내내 포르투갈 왕실과 브라질 제왕들이 거처했던 상크리스토바웅(Saint-Christophe Palace)에 자리하고 있었다. 수많은 전시실에는 지질학, 고생물학, 식물학, 인류학은 물론 민족학과 고고학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었다.

불길에 사라진 세계적 보물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화재, 재로 변한 2천만 점의 기억

BBC가 정리해 공개한 소실된 컬렉션 인포그래픽. 출처: Marcela Zapata-Meza

상징적인 소장품 가운데에는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인류 화석, 미나스제라이스주라고아산타 지역에서 출토된 '루지아(Luzia)'가 있었다. 약 1만 1,500년 된 이 화석은 아메리카 대륙 초기 인류의 삶을 보여주는 결정적 단서였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화재, 재로 변한 2천만 점의 기억

또한 다호메이 왕국의 왕이 주앙 6세에게 헌상한 옥좌도 있었다. 그리고 막대한 규모의 이집트 고대 유물도 잊을 수 없다. 파리 고등실용학교(EPHE) 연구소장이자 이집트학자인 파스칼 베르누스는 Sciences et Avenir와의 인터뷰에서 "리우 박물관의 이집트 컬렉션은 라틴아메리카 최대 규모였다. 상당 부분은 1844년 이전에 구입된 것으로, 원래 부에노스아이레스 박물관(아르헨티나)으로 향할 예정이었기에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탈리아인 니콜라 피엔고가 조반니 바티스타 벨조니가 구성한 컬렉션을 페드루 1세 국왕에게 판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화재, 재로 변한 2천만 점의 기억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고대유물부에 보관돼 있던 이집트 미라 중 하나. 출처: Rui Porto Filho/AFP

이 컬렉션에는 중왕국, 신왕국, 말기(P Late Period) 시대의 비석과 부조 20점 이상이 포함되어 있었다. 베르누스는 "민속 문자(데모틱) 파피루스, 관, 미라는 물론 샤브티, 카노포스 단지 등 다량의 장례용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브라질의 기록

국립박물관에는 선콜럼버스 시대의 풍부한 아메리카 원주민 컬렉션과 안데스 미라도 소장되어 있었다. 브라질 고고학 컬렉션은 선사시대부터 브라질 영토에 거주했던 수렵채집 민족이 만든 다양한 유물을 한데 모으고 있었다. 브라질 전역 원주민 집단의 민족학 컬렉션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중에는 현재는 사라진 언어들의 음성 녹음 자료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자연사·인류학 컬렉션

연방 리우데자네이루 대학교(UFRJ) 산하기관이었던 국립박물관은 브라질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기관이자 연구센터이기도 했다. 덕분에 라틴아메리카 최대 규모의 자연사·인류학 컬렉션을 보유했다. 19세기에는 요한 바프티스트 폰 슈픽스와 카를 프리드리히 필리프 폰 마르티우스 등 유럽의 저명한 박물학자들이 이곳에서 활동했는데, 이들은 브라질판 '루이스와 클라크'라 불릴 만큼 수년간의 국내 탐사에서 자연사·민족학 표본을 수집한 인물들이었다.

공룡, 익룡, 악어류 골격 등 화석 보물 또한 이 박물관의 자랑이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화재, 재로 변한 2천만 점의 기억

화재로 사라진 공룡 골격(수코미무스) 중 하나. 출처: Vanderlei Almeida/AFP

"수년간 예산을 호소했지만 외면당했다"

이번 참사를 두고 기관장 대행인 루이스 페르난두 두아르테는 공권력의 "지원 부족과 무관심"이 "비극적 상황"을 초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가디언지에 "여러 정부 아래에서 수년간 싸워왔다. 오늘날 파괴된 모든 것을 적절히 보존할 자원을 요청하면서 말이다"라고 분노했다.

실제로 브라질 대부분의 과학기관과 마찬가지로 이 박물관은 예산 삭감을 거듭 당했고, 2015년에는 직원 급여조차 지급할 수 없어 폐관 위기까지 겪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해외 연구자들은 세계 각국의 주요 기관이 소장품 디지털화를 통해 유물을 보호해야 할 시급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섰다. 남미 박물관을 자주 방문하는 파리 콰이브랑리 박물관 소장품 분석 담당자 크리스토프 물레라는 "리우 박물관 화재는 이런 기관의 유지·운영 자원 부족을 보여줄 뿐 아니라, 문서와 민족학·고고학 유물의 디지털화라는 과제를 부각시킨다. 많은 박물관이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운 좋게 살아남은 것들

그러나 최악만은 아니었다. 글로보 뉴스와 일간 폴류아지상파울루 등이 보도한 정보에 따르면, 별관 건물에 보관되어 있던 박물관의 표본실(허바리움), 주요 도서관, 동물학(무척추동물) 컬렉션 일부, 그리고 광물과 운석은 화마를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1784년 바이아주 세르탕의 벵데구에서 발견된 세계 최대급 5톤짜리 운석도 살아남았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화재, 재로 변한 2천만 점의 기억

화재를 견뎌낸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의 운석.

반복된 브라질의 문화재 참사

리우 국립박물관의 비극은 브라질이 과학·문화 분야에서 겪은 다른 불행들을 떠올리게 한다. 40년 전인 1978년 7월 8일에는 리우 현대미술관 화재로 파블로 피카소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포함한 천여 점의 미술품이 불길에 사라졌다. 더욱 처참했던 것은 2003년, 알칸타라 기지(북동부)에서 로켓이 폭발하며 엔지니어 21명이 목숨을 잃고 브라질의 우주 개발 야망도 함께 산화한 사건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화재, 재로 변한 2천만 점의 기억

화재 이전의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국립박물관의 소실과 함께 브라질의 유산, 그리고 역사·문화·과학의 기억 일부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브라질이 2018년 9월 7일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있던 바로 그 시점, 1822년 독립 선언이 서명됐던 이 박물관의 아직도 타오르는 벽 안에서 그 기념일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 카를루스 조빙과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의 유명 노래의 첫 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