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바트 뒤렌베르크의 무당(Bad Dürrenberg)'은 유럽에서 발견된 중석기 시대 매장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 중 하나다. 20세기 초 독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 무덤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면서, 마침내 마지막 비밀이 베일을 벗었다.

'바트 뒤렌베르크의 무당' 상상도. ⓒ Karol Schauer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을 믿기 어려웠습니다." 독일 작센안할트주 할레 박물관 연구실에서 국립문화재·고고학청(Landesamt für Denkmalpflege und Archäologie)의 수잔네 프리데리히(Susanne Friederich)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지난 2020년 8월부터 12월까지 프리데리히 연구팀은 1934년에 발견된 이 특별한 무덤의 유해를 재조사하기 위해 현장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데, 화려한 부장품으로 유명한 '바트 뒤렌베르크의 무당'이 무려 붉은사슴과 함께 매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무덤에 함께 잠든 미스터리한 붉은사슴
1934년, 원예 박람회 공사로 인해 유골은 급하게 발굴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발굴팀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24시간이었다. 85년이 지난 후 연구자들은 다시 현장을 찾아 성토층과 매장 구덩이의 남은 부분을 면밀히 조사했고, 그 과정에서 잘게 부서진 뼛조각들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매장지 바로 옆에서 동물의 유해가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1934년의 발굴팀이 완전히 놓쳤던 존재였다.
"저희는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이 유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최대한 세심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라고 프리데리히는 덧붙였다. 발굴 현장 전체가 상자에 담겨 실험실로 옮겨졌으며, 본격적인 분석에는 몇 달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가 완료되면 아직 선례가 없는 이 붉은사슴이 대체 왜 무덤에 함께 안치되었는지 그 이유가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1934년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 일부. ⓒ Erika Hunold, Landesamt für Denkmalpflege und Archäologie Sachsen-Anhalt
당시 기준으로도 이 무덤은 비할 데 없이 화려한 규모였다. 매장 구덩이 전체가 붉은 광물인 적색 오크레(붉은 흙)로 뒤덮여 있었으며, 한 무덤에 두 사람이 안치된 합장묘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무당'이라 불리는 25~35세의 여성은 앉은 자세로 매장되었고, 그녀의 다리 사이에는 생후 4~6개월 된 영아가 함께 잠들어 있었다.
그녀의 유해 위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부장품이 쌓여 있었다. 긴 두루미 뼈를 통째로 활용해 만든 화살통에 보관된 약 30개의 부싯돌 화살촉을 시작으로, 붉은사슴 뼈 약 100점, 원소(오록스), 스텝들소, 노루, 멧돼지, 비버의 이빨로 만든 펜던트 약 50개, 담수거북 등껍질 조각 65개에 이른다. 홍합과 진주담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조개껍데기도 공물의 일부였다. 구멍을 뚫은 동물 이빨들은 목걸이나 의복 장식으로 쓰였으며, 강 자갈을 갈아 만든 도끼와 뿔이 달린 사슴 두개골 조각 2개도 곁을 지켰다. 오른손 목에는 작은 돌, 물고기 척추뼈, 터키석, 고양잇과 발톱, 섬세한 조개껍질을 번갈아 엮은 팔찌가 차여 있었다.

할레 박물관 상설 전시관에 재현된 바트 뒤렌베르크 중석기 매장. ⓒ Juraj Liptak, Landesamt für Denkmalpflege und Archäologie Sachsen-Anhalt
그러나 이 무덤을 '무당', 즉 샤먼의 무덤으로 여기게 만든 결정적 단서는 2006년 학술지 국제골격고고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Osteoarchaeology)에 발표된 인류학적 이상 소견이었다.
해부학적 검사에서 출발한 샤먼 가설
연구자들은 그녀가 착용했던 장신구와 도구를 재구성한 결과, 시베리아 통구스족(Tungus) 샤먼들의 의상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점들을 발견했다. 결정적으로 이 여성은 제1경추인 아틀라스(atlas)의 후궁(posterior arch)과 뒤통수뼈에 뚫린 큰 구멍인 후두공(foramen magnum)에서 해부학적 이상을 지니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상이 다양한 신경병리학적 증상을 유발해 '비정상적' 행동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구체적으로는 운동 조절 능력을 잃는 운동실조(ataxia) 증세가 나타나 일종의 트랜스 상태에 빠지는 경우였을 것이다. 이로 인해 그녀는 공동체 안에서 특별한 존재로 주목받았고, 남다른 권능이나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득한 선사시대에 이런 행동은 영혼에 홀린 것, 즉 영혼의 강림으로 해석되었을 수 있다. 한편 해부학적 검사에 따르면 이 젊은 여성의 죽음은 위턱의 심각한 감염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발굴 조사에서 나온 유물들이 담긴 상자들. 실험실 발굴을 위해 준비되었다. ⓒ Johanna Kleinecke / Landesamt für Denkmalpflege und Archäologie Sachsen-Anhalt
바트 뒤렌베르크 매장은 이미 특별한 사례였지만, 붉은사슴 유해의 발견은 추가 발굴 계획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는 대로 시작될 새로운 발굴이 또 어떤 놀라움을 가져다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럽의 중석기 시대
약 8000년 전, 그보다 2000년 전부터 시작된 급격한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스칸디나비아와 알프스의 빙하가 후퇴하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유럽의 풍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시간이 흐르며 툰드라는 광대한 삼림으로 뒤덮였다. 소나무, 개암나무, 거대한 참나무 숲이 우거진 울창한 식생이 나타났고, 이곳에는 사슴과 멧돼지가 서식했다. 중석기(Mesolithic) 시대는 '중간에 위치한다'는 뜻으로, 구석기 시대의 끝과 신석기 시대 사이의 전환기를 가리킨다. 바트 뒤렌베르크의 '무당'은 바로 이 시대에 살았던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