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베수비오 화산이 봉인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올리브 오일 병, 나폴리에서 그 실체가 드러나다

기원후 79년 베수비오 화산의 대분화는 폼페이 인근의 고대 도시 헤르쿨라네움을 화산재 아래 영원히 묻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참화 속에 기묘하게도 시간이 멈춘 채 남겨진 유물이 하나 있으니, 바로 약 2,000년 전에 생산된 올리브 오일입니다. 화산재에 그대로 봉인된 이 오일은 병 안에 무려 0.7리터나 담긴 상태로 긴 세월을 견뎌 왔습니다.

베수비오 화산이 봉인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올리브 오일 병, 나폴리에서 그 실체가 드러나다

이 올리브 오일 병은 현재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서 불에 타 검게 변한 빵 한 덩이와 나란히 전시되어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그동안 아무도 병속 액체의 정체를 의심해 본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물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보존된 올리브 오일이라는 값진 것이었으니 말입니다. 이 오일은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MANN)이 소장한 유리병에서 확인되었으며, 해당 유리병은 기원후 79년 베수비오 분화로 파괴된 헤르쿨라네움 유적 출토품입니다. 대재앙이 닥치기 전까지 이 '황금빛 액체'는 누군가의 입에 닿을 기회조차 없었던 셈입니다.

헤르쿨라네움 유적에서 발굴된 것으로 추정

아쉽게도 이 병이 발견된 구체적인 경위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2020년 11월 2일 학술지 Science of Food에 게재된 논문의 연구진은 이 병이 1710년 엘뵈프 공작의 주도로 진행된 발굴 조사, 혹은 그보다 약간 늦은 1738년 나폴리 국왕 카를로 3세 디 보르보네의 명으로 이루어진 발굴 과정에서 헤르쿨라네움 유적에서 출토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물관 진열장에 전시된 이 병은 약 3세기가 흐른 뒤, 고대 로마를 주제로 한 여러 저서를 남긴 이탈리아의 저널리스트이자 고생물학자인 알베르토 안젤라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됩니다. 그러나 병속 액체가 무엇인지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결국 나폴리 프레데리코 2세 대학교 농학과의 라파엘레 사키 교수가 이탈리아 국립 연구위원회(CNR)와 협력하여 본격적인 분석에 착수했습니다.

깊은 풍화의 흔적을 지닌 올리브 오일

크로마토그래피, 분광분석, 질량분석 등 일련의 과학적 분석 기법을 통해 잔여물은 실제로 "대량으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올리브 오일 샘플"임이 확인되었고, 이에 따라 박물관이 소장한 이 유물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올리브 오일 병"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모험심 강한 독자들에게 미리 말씀드리자면, 지금 이 '오일'을 맛볼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병 안에는 올리브 오일 특유의 분자가 극히 일부만 남아 있습니다. 오일의 98%를 구성하는 트리글리세라이드(중성지방)는 구성 지방산으로 분해되었고, 불포화 지방산은 완전히 산화되어 하이드록시산을 생성했습니다. 이 하이드록시산은 지난 2,000년 동안 에스톨라이드(지방산에서 유래한 폴리에스터)와 같은 축합 생성물을 형성하며 반응했는데, 이는 기존의 올리브 오일 자연 변질 과정에서는 한 번도 관찰된 적 없는 현상입니다.

베수비오 화산이 봉인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올리브 오일 병, 나폴리에서 그 실체가 드러나다

원래 액체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기울어진 표면을 지닌 유기물, 화학 분석에 사용된 샘플, 그리고 지질 추출물의 모습. 출처: 라파엘레 사키

연구진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이 유물은 기원후 79년 베수비오의 플리니우스식 분화 시기에 놓인 것으로 매우 정확하게 판명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폼페이에 남은 수많은 벽화가 이미 보여주듯, 올리브 오일이 캄파니아 지역 고대 주민들의 식생활과 문화에서 차지했던 중요성을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