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카이로 '파라오의 황금 퍼레이드' — 이집트 왕실 미라 22구가 그려낸 영원을 향한 장엄한 행렬

2021년 4월 3일 토요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장대한 행렬이 펼쳐졌다. 이집트 왕실 미라 22구가 타흐리르 광장의 이집트 박물관을 떠나 새롭게 문을 연 이집트 문명 국립박물관(NMEC)으로 옮겨지는, 문자 그대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카이로  파라오의 황금 퍼레이드  — 이집트 왕실 미라 22구가 그려낸 영원을 향한 장엄한 행렬

제19왕조의 파라오 세티 1세의 초상. 그의 미라는 2021년 4월 3일 '파라오의 황금 퍼레이드(The Pharaoh's Golden Parade)' 행사를 통해 다른 21명의 왕족 유해와 함께 카이로의 이집트 문명 국립박물관(NMEC)으로 이송되었다.

영원을 향한 마지막 여정

2021년 4월 3일, 카이로 시민들은 '파라오답다(pharaonic)'는 표현이 실감 나는 대규모 행렬을 직접 목격했다. 고대 이집트를 통치했던 왕실 인사 22명 — 여성 통치자들 포함 — 의 미라가 도심 한복판 타흐리르 광장의 이집트 박물관을 떠나, 구 카이로 지역 엘푸스타트(El-Fustat)에 자리한 이집트 문명 국립박물관(NMEC)으로 향한 것이다. 단, 기자 고원에 들어설 대이집트박물관(GEM)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장식 마차 22대로 이루어진 행렬

이집트 일간지 알아흐람(Al-Ahram)에 따르면, '파라오의 황금 퍼레이드'는 화려하게 장식된 마차 22대와 시대극 의상을 입은 참가자들로 구성된 행렬로, 제17·18·19·20왕조의 왕실 미라들을 '영원을 향한 마지막 여정'으로 모셨다. 행사는 2021년 4월 3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유튜브 채널(공식 생중계 링크)을 통해 생방송으로 송출되었다.

카이로  파라오의 황금 퍼레이드  — 이집트 왕실 미라 22구가 그려낸 영원을 향한 장엄한 행렬
2021년 4월 3일 토요일 '파라오의 황금 퍼레이드' 행사에서 파라오와 왕비들의 미라를 운반하기 위해 준비된 22대의 마차 가운데 하나. 출처: 이집트 관광·유적부

이번 왕실 이전을 위해 복원 전문가들은 무려 3년에 걸쳐 유해 하나하나를 정밀 검토하며 보존 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 NMEC 복원 부서 책임자 마날 가남(Manal Ghanam)은 "고대 통치자들은 미생물 감염을 막기 위해 불활성 질소 가스를 채운 초현대적인 폴리스티렌 상자에 안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유해는 모두 두 곳의 왕실 '매장 은닉처'에서 발견된 것들이다. 하나는 1881년 나일강 서안의 데르 엘바하리(TT320) 유적에서, 다른 하나는 1898년 룩소르 왕들의 계곡에 위치한 아멘호테프 2세 무덤(KV35)에서 각각 발굴되었다.

아랍권 최초의 문명 박물관, NMEC

아랍 세계 최초의 문명 종합 박물관인 NMEC 프로젝트는 유네스코(UNESCO)의 지원 아래 진행된 누비아 신전 구조 국제 캠페인을 계기로 탄생했다.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 파라오 시대, 그리스·로마 시대, 콥트 시대, 중세, 이슬람 시대, 근현대 — 이집트 문명의 전체 흐름을 조명하는 이곳에는 5만 점이 넘는 유물이 소장되어 있으며, 나일 강의 역사, 문자, 국가와 사회, 신앙과 사상 등 다양한 주제별로 전시가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4월 4일부터는 마침내 왕실 미라 전시관도 문을 연다.

2017년부터 부분적으로 개관해 온 이 박물관은 이집트 건축가 엘가잘리 코세이바(El Ghazzali Kosseiba)와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이소자키 아라타(Arata Isozaki)의 합작품이다. 원래 2008년 개관을 목표로 했으나 이집트 혁명으로 인해 개관이 여러 차례 지연되었고, 왕실 미라들은 그렇게 더 긴 영원의 시간을 기다려온 셈이다.

카이로  파라오의 황금 퍼레이드  — 이집트 왕실 미라 22구가 그려낸 영원을 향한 장엄한 행렬
제19왕조의 군주 람세스 2세의 초상. 그의 미라는 2021년 4월 3일 파라오 퍼레이드 행사 동안 새 이집트 문명 국립박물관으로 이송되었다. 출처: 이집트 관광·유적부

새 보금자리로 옮겨진 왕과 왕비들

이번에 카이로의 이집트 문명 국립박물관(NMEC)으로 옮겨진 통치자로는 람세스 2세와 그의 아들 메렙타(Merenptah), 세티 1세, 세티 2세(제19왕조 5번째 파라오), 세케넨레 타아 2세(Seqenenre Tâa II), 투트모세 3세, 아멘호테프 2세, 아멘호테프 3세(제18왕조의 위대한 왕으로, 오늘날 멤논 거상만이 남아 있는 콤 엘히탄의 '수백만 년 신전' 건축자), 그리고 람세스 3세 등이 있다.

왕비로는 제18왕조 다섯 번째 통치자이자 이집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여성 통치자 중 한 명인 하트셉수트(Hatshepsut), 아멘호테프 1세의 아내 메리타문(Meritamun), 아멘호테프 3세의 왕비이자 아크나텐(Akhenaten)의 어머니인 티예(Tiye), 그리고 아흐모세 왕의 왕비 아흐모세 네페르타리(Ahmose Nefertari)가 포함된다. 이들은 이제 세계적 수준의 보존 환경 속에서 새로운 영원을 맞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