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경 프랑스 고고학자 자크 드 모건(Jacques de Morgan)이 메소포타미아 수사(Susa)에서 발굴한 함무라비 법전은 현재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법률 문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높이 2m가 넘는 이 검은 섬록암 비석의 상단에는 태양신 샤마쉬(Shamash)가 함무라비 왕에게 입법권을 상징하는 반지를 수여하는 부조가 새겨져 있으며, 그 아래로는 모범적 통치의 정신을 담은 긴 왕실 명문(銘文)이 이어집니다. 이 비석은 오늘날 파리 루브르 박물관 동양고물부가 자랑하는 대표 소장품 중 하나입니다.
현명한 군주, 함무라비
함무라비는 기원전 18세기 바빌로니아를 다스린 왕으로, 정복을 통해 확보한 영토를 바빌론 중앙 정부 체제 아래 통합한 뒤 국경 방어와 제국 내부의 번영에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그의 오랜 재위 기간 동안 항해·관개·농업의 진흥, 세금 징수 제도의 운영, 그리고 수많은 신전과 각종 건축물의 축조를 직접 감독했습니다.
탁월한 군사 지도자이자 행정가였던 함무라비는 바빌론 사회의 질서를 규율하는 법률 집전(集典)을 반포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함무라비 법전'으로 불리는 이 문헌은 고대 근동(近東) 전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함무라비 법전, 어떻게 발견되었나
함무라비 법전은 기원전 1750년경 함무라비 왕의 주도로 검은 현무암 비석에 새겨졌습니다. 처음에는 바빌론 북부 도시 시파르(Sippar)의 신전에 안치되었으나, 기원전 1200년대에 이란으로 옮겨졌습니다. 이후 1901년 12월 자크 드 모건이 이끄는 발굴단이 수사에서 세 조각으로 부러진 채 이 비석을 발견했으며, 높이 약 2.25m에 달하는 이 비석은 심각한 훼손 없이 성공적으로 복원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비석 상단에는 왕좌에 앉은 태양신 샤마쉬와 마주 선 함무라비 왕을 묘사한 얕은 부조가 새겨져 있습니다. 만물을 내려다보는 샤마쉬는 정의의 신으로 여겨졌으며, 여기서는 입법권을 상징하는 반지를 왕에게 수여하는 모습으로 표현되었습니다. 하단에는 아카드어 설형문자로 된 긴 문장이 이어집니다.
이 비석에는 왕국 전체의 질서를 통일하려는 목적으로 총 282개 조항이 새겨져 있으며,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첫째, 서문: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지 않도록 하라"는 교훈을 담아 왕의 생애와 역할을 서술한 역사적 서설입니다.
둘째, 법 조항: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간결한 언어로 쓰인 일련의 법률입니다. 정의와 지혜의 원칙, 일상 가정생활의 규범, 여성의 지위, 결혼·이혼·간음·근친상간·자녀·상속에 관한 규정은 물론, 왕이 물자 운송에 필수적으로 여긴 운하 유지 관리, 의료·농업 분야의 관리 비용, 다양한 계층의 급여, 직업적 책임, 종교 생활 규칙 등 경제·사회 전반을 망라합니다. 절도와 경범죄를 포함한 각종 범죄에 대한 처벌, 즉 '보복의 법칙'도 명시되어 있어, "누군가 그런 행위를 저질렀다면 똑같은 일이 그에게 일어날 것"이라는 강렬한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셋째, 후문(에필로그): 정의 실현에서 이룩한 왕의 업적과 권위 있는 통치를 요약한 결어입니다. 함무라비는 우주의 군주를 뜻하는 황칭(皇稱)인 '사방의 왕'으로도 불리며,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가장 명망 높은 인물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됩니다.
함무라비 법전은 단순히 준수해야 할 법률과 규칙의 목록이 아니라, 후대를 위한 지혜와 공정함의 이상적 모델이 되도록 의도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서기관들은 천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법전의 용어와 형식을 활용했습니다.
참고문헌
- Béatrice André-Salvini, 『함무라비 법전』, Somogy 출판사, 2016.
- Véronique Grandpierre, 『메소포타미아의 역사』, Folio Histoire,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