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은 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짧은 기간 생존한 것으로 밝혀졌다. 새로운 연대 측정법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은 약 4만 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호모 사피엔스(현생 인류)는 그보다 일찍 유럽에 등장했기 때문에, 두 종은 유럽에서 수천 년 동안 함께 살아왔던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은 유럽에서 현생 인류와 약 2,600년에서 5,400년 사이의 기간을 공존했다. 지역에 따라 공존 기간에는 차이가 있었는데, 이탈리아 후마네(Fumane)의 네안데르탈인은 4만 4천 년 전까지 생존한 반면, 스페인 카탈루니아 라르브레다(L'Arbreda)의 개체군은 그보다 3,000년 더 오래 버틴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두 유적지는 국제 과학자 팀이 조사한 40곳의 고고학 유적지 중 일부다. 연구팀은 6년에 걸친 연구 기간 동안 유럽의 네안데르탈인과 초기 호모 사피엔스와 관련된 뼈와 유물 200여 점을 분석했다.
더 정밀해진 연대 측정
연구진은 새로운 AMS(가속기 질량 분석법)를 활용해 기존보다 훨씬 정밀한 탄소연대 측정(C14)을 수행할 수 있었다. AMS는 오래된 잔존물과 상대적으로 젊은 '오염 물질'을 분리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과거 검사에서 오래된 시료와 젊은 시료의 혼합이 결과에 자주 영향을 미쳤으며, 그로 인해 유적의 실제 연령보다 훨씬 젊은 연대가 측정됐음을 보여준다.
조사 대상 유적지에는 모두 네안데르탈인이나 초기 호모 사피엔스가 만든 도구가 있었거나, 무스테리안(Mousterian) 문화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성이 있었다. 무스테리안은 주로 네안데르탈인이 부싯돌 도구를 제작하던 시기를 가리키는 고고학 용어다. AMS 분석 결과, 40개 유적지 모두에서 무스테리안 문화는 약 4만 년 전에 끝났으며, 네안데르탈인도 바로 이 시기에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추정치보다 무려 1만 년이나 앞선 시점이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토머스 하이엄(Thomas Higham) 교수는 AMS 방식의 작동 원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초여과(ultrafiltration) 기술을 사용해 뼈에서 추출한 콜라겐을 정제함으로써 현대 오염 물질의 위험을 피했습니다."
벨기에산 최후의 네안데르탈인
그렇다고 해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가 접촉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같은 새로운 연대 측정법에 따르면 현생 인류는 4만 5천 년 전에 이미 유럽에 등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기존의 통념보다 5,000년이나 이른 시기로, 두 종은 수천 년 동안 공존해 왔던 셈이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이베리아 반도가 네안데르탈인이 마지막까지 생존한 거점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 AMS 방식으로 재검사한 결과, 해당 지역에서 발견된 유골들은 오염되어 있어 실제보다 젊은 연대가 측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는 벨기에 스파이(Spy) 동굴에서 발견된 화석이 유럽에서 가장 젊은 네안데르탈인 유해로 기록되며, 재측정 결과 그 연대는 4만 2,500년에서 4만 년 전 사이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교류와 혼혈의 흔적
5천 년 가까운 공존 기간 동안 두 종 간의 지식 교환과 접촉은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다만 이 결론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조사된 고고학 유물에서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인간 자신 안에 있다. 두 종이 실제로 번식을 통해 후손을 남겼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아프리카계를 제외한 인간 DNA의 약 2%가 네안데르탈인의 DNA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간과 네안데르탈인이 정기적으로 교배했는지, 아니면 우연히 몇 차례 접촉했는지는 이번 연구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네안데르탈인이 결국 멸종한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기후 변화와 더 진화된 호모 사피엔스와의 경쟁이 한몫했겠지만,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의 영토를 단숨에 차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이번 연구가 밝혀낸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