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4일, 에우트 키프트(Ewoud Kieft)는 이상주의적 성향의 창작자들과 그들이 바라본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주제의 박사학위 논문을 방어한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유럽 문화 엘리트의 상당수는 기이할 만큼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많은 예술가와 지식인은 이 전쟁이 타락하고 물질만능주의에 빠져버린 유럽 사회를 각성시키고, 인간을 본질적인 모습으로 되돌릴 거대한 계기라고 믿었다. 위트레흐트 대학교의 문학 연구자 에우트 키프트는 박사논문에서 이러한 이상주의에 이끌려 가톨릭 교회로 개종한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작가·예술가들을 조명하며, 역설적으로 그들이 가장 열렬한 전쟁 찬양자였음을 밝힌다.
1870년부터 1918년까지 서유럽의 작가, 예술가, 지식인 사이에서는 종교적 부흥 운동이 일어났다. 특히 세속화가 가장 진전된 지식인 환경일수록, 사회에 새로운 영적 활력을 불어넣어 줄 의미 있는 이야기에 대한 갈망이 커져갔다. 1914년, 이 흐름은 절정에 달했다. 타락과 물질만능주의를 종식시킬 것이라 믿어진 전쟁의 발발 소식에 문화 엘리트들은 광범위하게 열광했던 것이다.
유럽의 원초적 정신력
키프트는 프랑스와 네덜란드 출신의 여러 작가와 예술가들에 대한 집단 전기를 그려낸다. 이들은 새롭게 영감 받는 세계 질서라는 유토피아적 꿈에 깊이 빠져들었고, 결국 가톨릭 교회로 개종했다. 그들은 이 교회를 유럽의 원초적 정신력이 구현된 존재로 여겼으며, 교회 내부의 개혁까지 실현하고자 했다. 얀 토로프(Jan Toorop), 막스 자코브(Max Jacob), 오토 반 레스(Otto van Rees), 아디아 반 레스(Adya van Rees), 자크 마리탱(Jacques Maritain) 등 이들 지식인은 1914년 가장 열렬한 전쟁 지지자였고, 이어지는 전쟁 기간 내내 국수주의 선전가로 활동했다.
엘리트의 정신적 변천 과정
키프트는 이들의 삶을 면밀히 추적함으로써, 19세기 말 이후 유럽 문화 엘리트 상당수가 겪어온 정신적 변화의 과정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나아가 그는 1870~1918년 시기에 형성된 사상적 연속성을 드러내며, 이러한 흐름이 20세기 후반 '정치 종교'의 등장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