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120만 년 전 터키에서 발견된 석기, 인류의 유럽 이주 경로를 바꿀까

120만 년 전쯤, 인류의 조상인 호미닌(hominin)이 이미 터키 서부를 누비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래된 강바닥에 그대로 남겨져 있던 돌도구가 우연히 발견되면서 드러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인류가 그토록 오래전부터 터키에 존재했다는 정황은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번 석기시대 도구의 발견은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최초의 확실한 물증이다. 도구는 아마도 일종의 칼날로 추정되며,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남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지점에서 출토됐다. 보스포루스는 당시 아시아에서 이동해 온 원시 인류에게 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인류가 기존의 통념보다 훨씬 일찍 이 경로를 통해 유럽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네덜란드의 트벤테대학교,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VU), 바게닝엔대학교, 위트레흐트대학교와 영국·터키 대학교 소속 지구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이번 달 국제 학술지 Quaternary Science Reviews에 해당 내용을 발표했다.

원시 칼날의 정체

발견된 돌 조각은 석영으로 만들어졌으며 길이는 약 5cm로, 인공적으로 손질된 흔적이 뚜렷하다. 단단한 도구로 조각을 떼어내며 날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 원시 칼날의 발견은 순전히 우연의 산물이었다. 연구진은 터키 서부의 화산 지대를 흐르는 게디즈 강(Gediz River)의 옛 물길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이 석영 조각을 발견했다. 이 지역에서는 용암류가 주기적으로 강의 흐름을 바꿔 놓았는데, 용암의 연령은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으로 비교적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연구진은 도구가 묻혀 있던 퇴적층의 연대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이 석영 조각은 약 117만~124만 년 전 말라붙은 굽이진 강바닥에 남겨진 것으로 판명됐다. 도구의 제작자는 약 180만 년 전부터 20만 년 전까지 지구에 살았던 인류 초기 선조 중 하나인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일 가능성이 높다.

논란 없는 첫 번째 증거

터키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원시 인류 유해는 2007년 코차바스(Kocabas)에서 출토된 호모 에렉투스 두개골 파편이다. 지난해에는 이 유골 역시 기존 추정치인 50만 년이 아니라 약 120만 년 전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그 연대 측정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따랐다. "게디즈 강에서 나온 이 원시 칼날은 당시 터키에 호미닌이 실제로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논란 여지 없는 증거"라고, 10년간 터키의 강 연구에 참여해 온 트벤테대학교의 톰 펠트캠프(Tom Veldkamp) 교수는 말했다. 이번 발견은 우리 선조가 약 2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로 이동했고, 100만 년 전 이전에 터키를 거쳐 유럽에 도달했다는 이론을 힘 있게 뒷받침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라이덴대학교의 고고학자 알렉산더 베르포르테(Alexander Verpoorte)는 연구가 매우 탄탄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조지아 드마니시(Dmanisi)와 스페인 아타푸에르카(Atapuerca)의 기존 발견을 바탕으로 예상할 수 있었던 바를 확인해 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 유해는 약 120만 년 전 것으로 스페인 아타푸에르카에서 발견됐으며, 아시아 쪽 조지아에서는 180만 년 된 인류 두개골이 출토된 바 있다. 다만 베르포르테는 후속 연구가 더 확대되기를 기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발견된 것이 하나뿐이라는 점은 여전히 아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