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랙햄(Red Rackham)은 틴틴 팬들에게 '유니콘호의 비밀'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완전히 허구의 인물이 아닙니다! 잭 랙햄(Jack Rackham)이라 불린 이 실존 해적은 해적사에서 가장 화려하고 위험한 두 여성, 앤 보니(Anne Bonny)와 메리 리드(Mary Read)와 함께 리벤지호를 몰고 자메이카 해역을 누볐습니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조차 랙햄의 해적기(두 개의 칼 위에 해골이 얹힌 깃발)를 검은 진주호의 돛대에 걸었다는 점에서, 그의 전설은 어느 대작 모험 이야기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에르제가 그린 빨간 랙햄
빨간 랙햄은 에르제(Hergé)의 두 작품, 즉 '유니콘호의 비밀'과 '빨간 랙햄의 보물'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그는 1698년 하독 선장의 조상인 프랑수아 드 아도크 기사가 지휘하는 배 유니콘호를 습격하지만, 기사는 배를 침몰시키면서 탈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랙햄이 유니콘호와 함께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이 해적이 실존 인물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넵튠호의 반란자들
빨간 랙햄은 18세기 실존 해적인 잭 랙햄, 일명 '캘리코 잭(Calico Jack)'에게서 크게 영감을 받았습니다. '캘리코'라는 별명은 그가 항상 입었던 알록달록한 옷에서 유래했는데, 이 옷이 거친 면직물인 캘리코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집니다. 잭은 영국 배 넵튠호의 조타수로 있었다고 하는데요. 함장이 프랑스 배와 함께 항해하기를 거부하자 승무원들이 반란을 일으켰고, 잭은 넵튠호의 지휘권을 장악하게 됩니다.
배의 새 주인이 된 잭은 프랑스 배를 추격해 나포하는 데 크게 성공했습니다! 첫 무훈으로 명성을 얻고 노획물을 손에 넣은 승무원들의 환호 속에서, 잭은 선원들에게 영국 권력에서 벗어나 스스로 항해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다시 말해, 해적이 되자는 초대였죠. 어차피 반역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처지였으니, 그들이 이 제안을 거절했을 리 없었습니다.
불가능한 사랑과 검은 깃발의 귀환
그러나 잭은 결국 왕실의 사면을 받아들이고(해적들을 없애려던 총독의 계책이었지만) 바하마에 정착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유부녀 앤 보니를 만나 밀회를 시작하는데, 문제는 그녀의 남편 제임스 보니 역시 해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관계였죠.
정사가 발각되자 앤은 채찍형을 선고받았고, 잭은 그녀와 함께 도주합니다. 그는 승무원을 모아 슬루프형 배 리벤지호를 타고 다시 바다에 나섰습니다. 물론 배에 여성이 탑승하는 것에 대해 승무원들의 반발이 극심했기 때문에, 앤은 남장을 하고 '아담 보니'라는 이름으로 위장했습니다. 다른 뱃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운 앤은 훗날 해적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인물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그런데 잭의 놀라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또 다른 남장 여인, 메리 리드를 승무원으로 뽑아들였던 것입니다! 앤과 메리는 동성 연인 관계였다는 설도 있지만, 해적에 관련된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무엇이 역사적 사실이고 무엇이 전설인지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잭이 메리가 여자임을 알게 된 후에도 두 여인은 커플처럼 함께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처음에 잭과 그의 아마존 전사들은 따뜻한 바다에서 공포의 대명사였습니다. 배들은 나포당하고 전리품은 선창마다 쌓여갔죠. 결국 자메이카 총독은 이 해적들을 토벌하기 위한 대규모 작전에 착수하게 됩니다.
그런데 잭의 젊은 늑대들은 칼만큼이나 매력으로도 싸웠다고 합니다. 메리는 상대를 마무리 짓기 전 옷을 벗어 자신의 정체를 보여주며 상대를 당황시켰다고 하죠. 앤 역시 전남편 소유였던 로열 퀸호의 함장을 유혹해 배에 잠입, 밤사이 대포의 심지를 적셔 버립니다. 덕분에 해적들은 다음 날 저항 없이 배를 나포할 수 있었습니다.
잭 랙햄의 최후
1720년 10월, 해적들은 바넷 선장과 그의 부하들에게 붙잡힙니다. 술에 취해 있었던 탓인지 저항은 미약했다고 전해집니다. 이 장면은 두 여성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앤과 메리는 승무원들에게 전투를 촉구했지만 실패했고, 오히려 동료들, 그중에는 잭까지 다치게 했다고 합니다.
마침내 필사적인 저항 끝에 두 사람도 체포됩니다. 단, 임신 중이라는 이유로 교수형만큼은 면했습니다. 메리는 1721년 감옥에서 유산 혹은 황열병으로 사망했고, 앤은 사면받았지만 그녀의 말년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첫 남편에게 돌아갔다는 설, 재혼했다는 설, 다른 이름으로 해적 생활을 계속했다는 설까지... 아무도 확실한 답을 모릅니다. 잭과 나머지 승무원들은 1720년 11월 16일 자메이카의 스페니시타운으로 호송되어 재판을 받았고, 다음 날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참고 문헌
- P. Christian, 해양과 지중해 해적 및 사략선의 기원부터 현재까지의 역사, Paris, Cavaillès, 1846
- J. Haechler, The Insoumise, ed. New World, 2007
- O. & P. Poivre d'Arvor, 보물 사냥꾼과 다른 해적들, ed. Menges, 2005
틴틴의 모험
- 유니콘호의 비밀 (만화)
- 빨간 랙햄의 보물 (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