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동부 보이보디나(Vojvodina) 지방, 다뉴브 강과 카르파티아 산맥 남서쪽 경사면 사이에는 델리블라츠카 페슈차라(Deliblatska peščara)라 불리는 광활한 모래 지대가 펼쳐져 있다. 인근 마을 델리블라토(Deliblato)의 이름을 딴 이곳은 문자 그대로 '델리블라토의 모래'를 뜻하며, 유럽 전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모래 지형이다.
'유럽의 사하라'라고도 불리는 이 모래사막은 고대 판노니아 해(Pannonian Sea)가 후퇴하며 남긴 선사시대 사막의 잔해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으로 평가받는다.

1,000만 년 전 판노니아 해에서 시작된 이야기
판노니아 해는 약 1,000만 년 전, 알프스산맥부터 아랄해까지 남부 유럽을 가로질러 뻗어 있던 거대한 바다 파라테티스(Paratethys)가 여러 바다로 갈라지면서 탄생했다. 약 900만 년간 독립된 바다로 존속하던 판노니아 해는 약 60만 년 전 홍적세(플라이스토세) 중반에 소멸했고, 그 물은 지중해로 흘러들었다. 바다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광대한 사막이 남았다.
델리블라토 모래사막은 약 300㎢의 면적을 차지하며, 높이 70~200m에 이르는 모래 언덕들이 타원형 능선을 이루고 있다. 언덕 사이사이에는 초원 평원과 대초원 숲이 자리하고 있다.

다뉴브 강변의 습지, 라부도보 오크노
모래지대 남쪽, 다뉴브 강과 맞닿은 구역에는 라부도보 오크노(Labudovo okno)라 불리는 습지가 펼쳐져 있다. 면적 약 40㎢에 달하는 이곳에는 습지와 연못, 강의 지류 수로, 강 섬, 그리고 다뉴브 강으로 흘러드는 강 하구들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는 철문(Iron Gate) 1호 수력발전소 댐 건설로 상당 부분이 수몰된 상태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생태계
이 모래지대에는 세계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900종이 넘는 식물과, 사막개미(Cataglyphis)를 비롯한 약 200종의 동물이 서식한다. 사막개미는 사하라 사막은 물론 러시아 남부, 스페인 남부 등지에서도 발견되는 종이다.

오스트리아 제국을 괴롭힌 '모래 폭풍'
강한 바람과 폭풍은 한때 델리블라토의 모래를 사방으로, 특히 북쪽으로 수천 킬로미터까지 날려 보냈다. 마치 중앙유럽을 뒤덮는 일종의 '모래 안개'였다. 해당 모래지대가 자국 영토에 속해 있었던 오스트리아 제국은 빈 시민들이 모래 눈보라로 큰 불편을 겪자, 1789년 산림공학자 프란츠 바호펜(Franz Bachofen)에게 이 문제에 대한 연구를 의뢰했다.
바호펜의 조사 결과, 모래는 약 406.60㎢의 면적을 뒤덮고 있었으며 그중 168㎢가 '느슨하게 움직이는 모래' 지역으로, 안개의 주범으로 밝혀졌다. 그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거의 300㎢에 달하는 지역에 적용되는 재조림 계획을 제안했고, 이 계획은 1818년부터 시행되어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했다.

포도원 실험과 되돌아온 모래
계획의 핵심 중 하나는 모래지대를 포도원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농장은 급성장하여 1873년에는 이 지역에 자체 포도원이 없는 집이 없을 정도가 됐다. 그러나 모래 토양에서 포도나무를 기르기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고, 결국 농작물은 조금씩 버려졌고 광활한 빈 모래가 다시 드러나게 되었다.
이러한 인간의 활동은 지형과 풍경에 뚜렷한 변화를 가져왔다. 오늘날 이 지역은 과거의 모래사막과는 거의 닮지 않은 모습이다.
영화 촬영지로도 명성
흥미롭게도 스페인 알메리아의 타베르나스(Tabernas) 사막과 마찬가지로, 델리블라토 모래지대 역시 1960년대 이후 수많은 국내외 영화의 촬영 배경으로 사용되어 왔다.
출처
유럽의 사하라, 델리블라토 샌즈(Serbia.com 공식 홈페이지) / 델리블라토 샌즈(세르비아 영화위원회) / 유네스코 /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