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샤를마뉴가 파괴한 이르민술, 하늘과 땅을 잇던 색슨족의 신성한 기둥의 비밀

772년 봄, 프랑크 왕 샤를마뉴는 색슨족 정복을 위해 대규모 군대를 이끌었습니다. 그는 먼저 에레스부르크 요새를 함락시킨 뒤 작센 영토 깊숙이 진입해 마을과 성역을 유린하고, 막대한 양의 금과 은을 전리품으로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을 떠나기 전, 샤를마뉴는 이르민술(Irminsul)을 파괴했습니다. 연대기는 이 사건을 간결하게 기록하고만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르민술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그것을 부수는 일이 왜 그토록 중요했던 걸까요?

샤를마뉴가 파괴한 이르민술, 하늘과 땅을 잇던 색슨족의 신성한 기둥의 비밀

865년, 베네딕토회 수도사 풀다의 루돌프(Rudolf of Fulda)는 메긴하르트(Meginhard) 수도사의 저작 De miraculis sancti Alexandri 번역본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색슨족은 거대한 나무줄기를 수직으로 세워 숭배했으며, 이를 이르민술이라 불렀다는 것입니다(라틴어로는 columna universalis, 즉 '만물을 지탱하는 기둥'으로 번역됩니다). 비유하자면 이것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고 우주 전체를 떠받치는 기둥으로서, 북유럽 신화의 위그드라실과 놀랍도록 많은 공통점을 지닙니다.

연대기에 따르면 이르민술은 에레스부르크(오늘날 독일의 오버마르스베르크) 근처에 세워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어떤 학자들은 이곳을 색슨족의 최대 성역으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한편 에레스부르크에서 약 45km 떨어진 토이토부르크 숲 인근에는 탑처럼 솟은 거석군, 이른바 엑스터른슈타인(Externsteine)이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르민술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나치는 이르민술을 찾아내기 위한 재단까지 설립하고, 그곳을 독일 민족주의의 정신적 중심지로 만들려는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습니다.

샤를마뉴가 파괴한 이르민술, 하늘과 땅을 잇던 색슨족의 신성한 기둥의 비밀

일부 연구자들은 이르민술이라는 이름을 게르만의 신 이르민(Irmin)과 연결 짓습니다. 이름 자체가 이르민에게서 유래했다는 해석입니다. 다만 이르민이 색슨족의 주신이었는지, 아니면 반신(半神)에 가까운 존재였는지는 명확하지 않아, 지금도 답을 찾지 못한 미궁으로 남아 있습니다.

분명히 알려진 사실 하나는, 고대 노르드어에서 이르민이 요르문(Jörmunr)으로 음역된다는 점입니다. 흥미롭게도 요르문은 오딘의 별칭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르민이 단순히 '위대한 신'을 뜻한다고 보며, 이를 위그드라실 및 신 헤임달과 동일시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르민술(위그드라실)은 하늘과 땅을 잇는 나무 다리이자, '인간의 신' 헤임달이 지키는 성스러운 통로였습니다. 북유럽 신화에서 헤임달은 오딘의 아들이며, 신들의 거처와 비프로스트, 즉 아스가르드로 통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무지개의 수호자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샤를마뉴가 이르민술을 파괴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오래된 이교 신앙의 구심점을 제거해 색슨족의 저항 의지를 꺾고, 기독교 전파의 길을 열기 위함이었습니다. 실제로 엑스터른슈타인에는 예수의 시신이 십자가에서 내려오는 장면을 새긴 기독교 부조가 남아 있는데, 일부 연구자들은 그 십자가 오른쪽에 의자 모양으로 보이는 나무 형상이 바로 이르민술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역사학계는 엑스터른슈타인과 이르민술을 연결하는 근거가 없다고 봅니다. 발굴 조사 결과에서도 해당 장소가 색슨족의 성역이었거나 기독교 이전에 종교적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는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샤를마뉴가 파괴한 이르민술, 하늘과 땅을 잇던 색슨족의 신성한 기둥의 비밀

확실한 것은 단 하나입니다. 이르민술은 색슨족이 하늘과 땅을 잇는 영적·물질적 연결고리로 숭배했던, 참나무나 다른 나무로 만든 기둥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르민술이 샤를마뉴가 파괴한 것 외에도 더 존재했는지, 혹은 파괴된 것이 주된 것이었는지 아니면 유일한 것이었는지는 영원히 우리가 알 수 없는 역사의 미스터리로 남았습니다.